자동차 회사들 시제품 개발 경쟁 ... 21세기 주요 아이템으로 각광 받을듯

『세상에 있는 돌이 다 떨어져 석기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니고 기름이 바닥났기 때문에 석유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이는 수소에서 클린에너지를 뽑아내는 연료전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를 태우는 발전소와 자동차 등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는 셀하이드로젠의 돈 휴버트 사장의 말이다.이런 꿈같은 얘기는 환경주의자나 학자들의 말이 아니다. 이들이 연료전지의 장점을 오랫동안 주장해 왔지만 연료전지는 기술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구실에만 머무르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로열더치셀의 계열사 책임자로 일하는 휴버트의 이같은 확신은 거대 석유업체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석유업체나 자동차제조업체, 전력업체들이 이 사업에 일정한 지분을 투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연료전지가 실험실의 기술에서 상업적 기술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너지 사업체들이 연료전지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연료전지의 미래를 살펴보려면 아이슬란드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아이슬란드는 열과 전기를 대부분 깨끗한 수소전지나 지열로 해결하지만 차량은 아직도 석유와 디젤을 사용한다. 7월 한밤증 레이캬비크에서는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북극하늘의 스모그를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에게 「수소박사」로 알려져 있는 학자 브라기 아나손은 20여년동안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 정부는 올 초 세계최초로 수소동력을 경제활동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이렇게 되자 셀과 다임러크라이슬러, 노르웨이 에너지회사 노르스크하이드로 등이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이 나라에서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초 시작되는 이 프로젝트의 첫 사업은 수소동력을 사용하는 다임러의 연료전지 버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그 이후 국내의 어선들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와 버스를 전부 연료전지로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수소 및 이에 관련된 연료전지 전문기술을 모두 수출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배기가스 규제법안도 한몫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연료전지가 아주 중요한 기술이고 또 잠재적으로 이익이 남는 것이라고 석유회사를 설득해 전지를 하고 있는 중이다.자동차 메이커들은 이와 관련된 시제품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2004년이나 2005년쯤 다임러와 몇몇 경쟁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상용 연료전지자동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자동차왕 포드의 증손자인 빌리 포드 주니어 포드자동차 회장도 연료전지는 유일한 클린 추진장치라고 얘기한다. 그는 연료전지가 다음 세기 포드사의 주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1백50여년된 연료전지 기술이 이제 와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시장자유화와 기술발달의 조화로 연료전지의 제조비가 낮춰졌기 때문이다.정치인들도 연료전지 출현에 한몫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04년까지 이 지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1/10은 배기가스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은 후 자동차 메이커들은 연료전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양자교체막(PEM) 전지에 대한 연구는 가장 각광받는 분야인데 필요한 백금의 양을 줄였고 전기도 더욱 싼값에 공급할 수 있다. 5년전 차 한 대에 필요한 연료전지에는 3만달러가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5백달러면 충분하다.덕분에 이전에는 1㎾의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의 원가가 엄청났었지만 지금은 수천달러대로 줄어들었다. 자동차 회사들도 연료전지 분야에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이 내연기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당 50∼1백달러선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자동차 회사들은 대량생산을 통해 2004년 이후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미국 거대기업 GE 파워시스템의 배리 글리크맨은 PEM연료전지의 원가는 석유나 가스로 생산하는 기술들에 비해 곧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사실 연료전지의 첫세대 제품들은 이미 출시됐었지만 대부분 비싸고 전문적인 것이었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2년 내에 대량으로 출시된 연료전지를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플러그파워와 제휴하고 있는 GE는 세탁기 크기의 연료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전기도 생산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가정이나 작은 사무실의 난방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GE는 이 발전기를 2001년에 대당 7천5백달러에 판매할 계획이고 이 가격도 2005년에는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회사는 이 분야가 출범 5년 이내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발라드의 최고경영자 피로즈 라설도 동력생산 시장이 아주 거대해질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동력생산부문에서 발라드와 제휴관계인 프랑스 알스톰의 존 로허드는 연료전지가 실제로 출범할 경우 지금부터 10여년 동안 5백억달러 규모의 세계 전력생산장비 시장에서 매년 시장의 1/10씩 성장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연료전지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용연료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아이슬란드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수소시장이 형성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장 선호되는 것은 자동차에 메탄올과 가솔린을 쓰는 것과 전기생산에 천연가스나 프로판가스를 쓰는 것이다. 이것들은 연료전지의 장점을 훼손하지 않고 각각 수소로 전환될 수 있다.수소시장 형성이 불확실한 한가지 이유는 수소사용 기술을 가장 깨끗하고 고상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동차 회사와 수소의 직접 사용이 지금의 기술사정에서 비싸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석유사 회장들간의 갈등 때문이다.그러나 모든 석유업자들이 여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BP의 버니 벌킨은 메탄올같은 연료의 공급을 늘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모든 시설을 또한번 교체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또다른 가능성도 있다. 세계최대 석유회사 엑슨은 수년 동안 연료전지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엑슨은 최근 제너럴모터즈 및 토요타와 제휴를 맺고 연료전지 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이 컨소시엄은 기존의 엑슨주유소에서 공급하는 가솔린으로 충전하는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가솔린을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탄소산화물과 온실개스를 배출할 수 있지만 내연기관보다 더 효율적이고 도시의 공해를 유발하는 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텍사코는 연료전지의 충전연료로 어떤 것이 선택되든 소비자들이 직영주유소에서 이것을 채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화석연료만을 취급해 왔던 사람들도 연료전지의 출현과 전파를 믿고 있는 셈이다. 1백50여년동안 「몽상가」들만이 주장해 왔던 이 기술이 지금에 와서 현실화되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Fuel cells meet big business」 24th, Jul.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