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하고 투명하게」.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 사태를 처리하기 위한 원칙을 이같이 잡았다. 최단시일내에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고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이 방법만이 국내외 투자가들의 신뢰를 잃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7월말부터 불거져나온 대우 사태는 「한국경제를 좌초시킬지도 모를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자산규모 76조원, 부채규모 60조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이 아무런 대책없이 쓰러지면 그 파장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한보나 기아에 비길 바가 아니다.정부와 채권단은 8월11일까지 구조조정방안을 확정짓기로 했다. 15일에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는다. 계열사 분리나 매각, 자산처분, 부채출자전환 등을 「속전속결」로 끝낼 방침이다. 늦어도 올해안에 「대우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는 목표다.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의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다. 이해당사자들도 너무 많다. 수많은 국내외 채권금융기관들이 얽혀 있다. 대우 계열사들도 상호지급보증과 상호출자로 얼기설기 엉켜 있다.대우 채권단은 지난달 수차례 회의끝에 대우 부채의 만기를 6개월간 연장했다. 신규자금 4조원도 지원했다. 그러나 돈이 모자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대우·정부·채권단 ‘서로 믿어야’대우 상거래채권(상업어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창구지도를 통해 은행들이 상업어음을 할인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할인을 기피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우에 계속 물려들어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대우 하청업체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외국 채권금융기관의 반발도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대우그룹은 18일 힐튼호텔에서 외국채권금융기관들을 초청,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 채권단은 대우에 담보제공을 요구하고 있다.대우와 정부·채권단간 갈등도 만만치 않다.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대우 경영진은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가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경영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계속 몰아붙이고 있다.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도 될까말까한 형편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구조조정방안이 확정되더라도 계열사 매각이나 자산처분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주)대우 무역부문과 대우자동차를 제외한 전 계열사와 자산을 처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M&A(기업인수합병)전문가들은 『자산실사와 가격협상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사실 대우그룹 위기설은 지난해 말부터 돌기 시작했다. 기아와 한보 부도로 죽을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우사태쯤은 큰 문제없이 해결할 것이라는 시중 소문도 나돌았다.대우 사태가 「정부와 채권단의 통제하」에서 움직인다면 경제에는 별 타격이 없을 것이다. 대우와 채권단이 15일 내놓기로 한 구조조정방안은 정부와 채권단, 대우의 문제해결능력을 테스트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