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반등이라는 말이 있다. 주가나 선물가격의 움직임을 차트상으로 분석했을 때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더라도 장기추세에 따라 오르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래서 만약 주가가 10일 연속으로 하락했다면 「기술적 반등을 보일 시점이 됐다」는 전망들이 나오는 것이다.이같은 「기술적 반등」이란 용어가 요즘에는 여러 경제지표에서 쓰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설명할 때도 「기술적 반등」이란 개념이 동원된다. 특히 한국경제가 올해 회복되는 것을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작년에 워낙 가파르게 추락했기 때문에 올해는 조금만 꿈틀거려도 크게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1/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4.6%로 나왔을 때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기술적 반등으로 폄하했다. GDP통계를 내는 한국은행도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었다.한은은 지난 19일 2/4분기 성장률을 발표했다. 성장률이 무려 9.8%에 이르렀다. 두자릿수에 육박한다. 이는 반도체 경기가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95년 3/4분기(9.8%)이후 3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2/4분기 성장률도 기술적 반등으로 봐야 할까. 작년 2/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7.2%로 사상 최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기술적 반등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현재의 한국경제 회복양상을 기술적 반등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기술적 반등을 넘어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대부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실제 2/4분기중엔 소비 수출 투자등 모든 부문이 골고루 성장에 기여했다. 소비와 재고변동이 성장을 주도했던 1/4분기와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다. 한은은 이를 성장내용이 질적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GDP를 1백으로 봤을 때 1/4분기중 민간소비의 성장기여율은 74.8%, 재고변동은 1백12.5%에 이르렀다. 수출은 1백15.9%에 달했다.◆ 모든 제조업이 플러스 성장도 일조그러나 2/4분기엔 민간소비(47.7%)재고변동(50.3%) 수출(73.5%)의 성장기여율은 낮아지는 대신 설비투자는 높아졌다. 1분기중 27.4%를 기록했던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율은 33.3%로 올랐다. 또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던 정부소비 건설투자 수입 등의 경우도 2/4분기엔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경제가 고른 성장세를 나타낸 것은 신발(-4.1%)을 제외한 모든 제조업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데서도 확인된다. 특히 섬유 의복등 경공업의 경우 96년 3/4분기부터 마이너스성장을 보였지만 이번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또 설비투자의 경우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특수산업용 기계에 대한 투자가 26.5%(1분기엔 -2.1%)증가했다.성장률이 이처럼 높게 나타나자 일부에선 경기과열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과열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는게 중론이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과속일진 몰라도 과열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가동률이나 실업률 등 공급능력과 수요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연간으로 봤을 때 공급능력에 약30조원의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가 작년에 얼마나 오그라들었는지를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그래서 대부분 전문가들이 전망하듯이 한국경제가 올해 8% 이상 성장하더라도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할 순 없을 듯하다. 오히려 이제서야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