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 열기가 뜨겁다. 대학 등 학교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까지 적극적으로 교육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designtimesp=18858> 최신호가 전하는 일본의 기업가정신 교육 현장을 소개한다.『가격을 더 내리지 않으면 팔 수가 없을 것 같아』,『아니냐, 너무 싸게 팔면 적자가 나버려』,『그러면 생산량을 늘려 많이 팔자. 홍보에도 좀 더 투자를 하고』5~6명씩 6개팀으로 나누어진 중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회사의 경영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가공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회와 경영의 조직을 알려는 수업의 한 장면이다. 상품의 가격, 생산수량, 홍보비 등을 학생들이 경영자가 되어 결졍하고 그 수치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각 팀의 경영에 대한 우열이 이익과 적자의 액수로 표시돼 나온다. 결과가 나오면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를 올린다.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는 곳은 민간의 비영리 단체인 「주니어 어치브먼트(JA)」다. 이 단체는 1919년에 미국에서 만들어져 기업의 경영자가 중심이 되어 활동을 전개해왔다. 미국에서는 3백만명의 학생들이 이 과정을 거쳐갔고, 해외 95개국에 보급돼 있다. 일본의 JA본부는 95년 다케오 일본IBM 회장이 이사장이 되어 설립됐다.◆ 회사 경영의 긍정적 시각 심어 주기일본에서도 교육현장과 실사회가 너무 떨어져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무수히 제기돼왔다. 특히 21세기 일본 사회를 담당할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일본의 JA본부가 나름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깊다.경영 시뮬레이션은 일본에서는 중학, 고교를 중심으로 이제까지 연 3백개 이상의 학교에서 실시됐다. 히토츠바시대학 상학부는 1학교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JA본부의 주최로 전국 컨테스트도 이제까지 2차례 열렸다.기업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젊은 경영인들의 모임인 일본청년회의소는 올해 「기업가 주니어위원회」를 설치해 JA활동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이 위원회를 만들면서 위원장은 『아이들에게 회사 사장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등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회사를 만들어 경영하는 것은 아주 훌륭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싶다』고 말했다.그렇다면 기업가 정신은 어떻게 하면 심어질 수 있는 것일까.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실사회와의 관련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고베시에서 발생했던 중학생에 의한 연속 아동살해 사건을 계기로 효고현내의 모든 공립중학교는 2학년생을 대상으로 5일간에 걸친 직업체험활동 「트라이 위크」를 지난해부터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공장과 복지시설, 경찰서 등에서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것으로 직업의식을 높이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기업에 의한 실사회 교육사업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유아교육 사업체인 씨이에스(CES)는 영어회화와 미술 수업 외에 3년전부터 기업가 교육을 정규교과목에 편입시켰다. 영국에서 개발된 기업교육 프로그램 「벤처키즈」를 교재로 사용해 4~6세 아동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것인가를 아이들끼리 서로 얘기하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런 방법이야말로 독립심과 리더십과 같은 기업가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이 씨이에스측의 설명이다.예를 들면, 광고를 테마로 한 수업에서는 도시락 전문점의 메뉴전단을 여러 종류 준비해 「어떤 것이 맛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어떤 도시락이라면 살 마음이 생길까」 「가격은 어떨까」 하는 점 등에 대해 아이들끼리 서로 얘기를 나누게 한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부터다. 논의를 끝낸 다음 이번에는 아이들 전원이 「어떤 광고전단을 만들면 손님들에게 팔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실제로 광고전단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밥먹듯이 회사놀이를 체험시킴으로써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산학 연대 활발한 움직임「정신」교육이 유아기부터 필요하다면 대학에서는 사업계획서의 작성과 회사의 설립, 투자자와의 교섭 등 보다 실천적인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또 기술과 자금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효과적으로 창업에 나서는 방법과 벤처기업 인큐베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해 8월에 실시된 「대학기술이전 촉진법」을 비롯해 최근 수년간 산학연대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도 있었다.대학가의 움직임도 주목의 대상이다. 일본내 대학들이 「벤처경영론」 강좌를 개설하기 시작한 것은 약 5년전부터다. 지금은 약 40~50개 학교까지 확대됐다. 물론 5백개 이상의 대학에서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미국에 비하면 보잘 것이 없지만 그 속도 만큼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이런 가운데 게이오대 대학원의 움직임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이오 대학원은 사업화 계획입안의 지도에서부터 벤처캐피털 등 투자가 중개까지 선진적인 강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 소수지만 본격적인 미국식 비즈니스스쿨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게이오대의 라이벌로 꼽히는 와세다대의 행보도 관심이다. 지난 93년부터 기업가 육성을 목표로 한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고, 대학원에도 기업가 교육 강좌를 개설해놓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창업에 지원하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강좌를 운영하는데 애로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대학원에서 벤처경영론을 담당하는 일부 교수들이 뜻을 모아 지난해 6월부터 대학과는 별도 조직으로 벤처캐피털 「웰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이 벤처캐피털은 「와세다에서 기업가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와세다 출신 졸업생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자본금은 9천만엔. 대학교수 12명과 기업가 등 총 31명이 주주로 참여했고 벤처캐피털 5개사로부터도 출자를 받았다. 자금은 모두 투자에 사용할 방침이고 투자와 경영에 대한 상담을 맡고 있는 교수들은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기업가 정신 교육은 대학에 들어가 취직을 생각할 때가 되어 시작해서는 이미 늦다. 자립심과 독립심으로 요약되는 기업가정신은 유아때부터 교육을 통해 양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중학, 고교에 해당하는 15~18세 때에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며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