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채권 건전성부터 먼저 확인해야 ... 당분간 투자 '관망'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한신아파트에 사는 주부 백수진(30)씨. 김씨는 최근 대우채권 편입펀드의 환매제한 조치로 전혀 예상치 못한 고통을 겪고 있다. 친정에서 받은 1억원을 대형 증권사에서 시판한 채권형 수익증권에 분산투자했다가 환매제한 조치로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박사 과정에 있는 남편 대신 유일한 수입원이었는데 이자는 커녕 최악의 경우 원금도 날리게 됐다. 백씨는 현대 삼성 등 대형증권사에서 지난해 20%대의 고수익을 준다기에 투자했을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채권형 수익증권에 대한 당혹감은 비단 백씨에 국한되지 않는다. 2백조가 넘는 채권형 수익증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 채권형 수익증권이 더 이상 주식형 수익증권보다 안정성이 뛰어나고 은행금리보다 2% 이상 높은 「고수익 저위험」상품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만기 때 투신사에서 약속한 수익률로 원리금을 찾아가던 투자패턴에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내년 7월 이후 채권시가평가가 전면 실행되면 기존 채권형 수익증권의 매력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LG투신운용 최원영 펀드매니저는 『비록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채권형 수익증권이 「은행금리+α」의 저축성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앞으로 채권형 수익증권의 수익률은 투신사들의 운용능력과 금리변동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렇다고 채권형 수익증권의 입지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보다 덜 위험하고 은행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경쟁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백수동 템플턴 채권운용팀장은 『국채나 신용등급 A 이상인 회사채로만 운용되는 펀드나 신용등급이 낮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 등 투자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채권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수익 펀드 등 다양한 상품 나올 것채권형 수익증권(뮤추얼펀드)에 대한 투자시점에 대해서는 채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다소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 펀드매니저는 당분간 채권형 수익증권에 대한 투자를 관망하라고 충고한다. 대우그룹 사태로 자금시장이 불안정하고 이에 따른 금리등락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헤징수단이 없다고 지적한다. 국고채 선물이 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이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한다.그러나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두자릿수에 진입한 지금이야말로 채권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입장을 피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대우그룹 사태로 야기된 두자릿수 금리가 다시 한자릿수로 내려간다고 본다. 박현주 미래에셋 사장은 『기존 투신업계의 채권형 수익증권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모두 노출됐다』면서 『대우문제가 해결되면 금리도 점차 하향 안정을 되찾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판단 아래 『부실채권이 없고 적극적인 채권운용으로 초과수익을 올리는 채권형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고 보고 뮤추얼펀드를 시판하게 됐다』고 밝혔다.김종현 신영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채권형 수익증권에 투자할 경우 편입채권의 건전성을 무엇보다 먼저 확인하라고 충고한다. 또한 2000년7월부터 전면 실시되는 시가평가제의 의미를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투자하라고 충고한다.김펀드매니저는 『채권형 수익증권의 고수익 저위험이라는 이점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투자자들도 위험과 수익률의 상충관계(Trade off)를 이해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 김찬주 SEI에셋코리아 채권펀드매니저"신용등급 A이상 채권투자전략 추구한다"『신용등급이 양호한 채권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겠습니다.』2천억원 규모의 채권형 뮤추얼펀드를 운용할 SEI에셋코리아 김찬주 채권펀드매니저의 포부다. 정부(정부출연기관)가 원리금을 지급보증하는 국공채와 신용등급 A 이상인 회사채에 투자하면서도 다양한 운용전략으로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출신의 김펀드매니저는 동서증권과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10년간 채권운용역으로 활약했다.▶ 2년간 중도환매할 수 없어 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애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단기매매에 익숙한 국내 투자자들에게 2년간 중도환매할 수 없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채권형 뮤추얼펀드가 제대로 수익을 올리려면 2년 정도는 필요하다. 금리등락을 활용하고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2년간 돈이 묶이는 투자자의 애로도 고려할 방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방침이다. 또 채권형 펀드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끔 몇몇 금융기관과 협의중이다.▶ 2년간 어느 정도 수익을 예상하고 있는가.기존 투신사의 문제점중 하나가 채권형 수익증권의 수익률을 마치 확정금리처럼 미리 제시했다는 것이다. 금리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는데도 1년 후 몇% 준다는 식이었다. 이것은 투자신탁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 우리는 2년 후 몇% 주겠다고 투자자들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좋은 채권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편입채권의 수익률 전망과 금리변화를 활용한 매매차익 등을 고려해서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설정한 2년 후 세후수익률은 20% 정도다. 이것은 우리의 운용목표이기 때문에 2년 후 더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운용전략을 들려달라.단순히 채권을 사서 만기 때까지 보유하는 전략만 사용하지 않는다. 금리등락을 활용할 수 있는 듀레이션운용전략,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회사채 매입, 달러표시 회사채와 공사채 투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CB(전환사채) 등을 매매할 방침이다. 편입채권은 국공채와 신용등급 A 이상의 회사채 등이다. 대우채권처럼 만기 때 원리금을 못받을 위험이 없는 채권들이다. 물론 엄격한 기업분석을 통해 당장의 신용등급은 낮지만 실적이 개선되는 회사채도 일부 투자한다.▶ 공사채형 수익증권(뮤추얼펀드)을선택하는 기준을 들려달라.무엇보다 실적배당인데도 마치 확정금리인양 선전하는 투신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주식형 수익증권과 마찬가지로 채권형 수익증권도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운용회사의 자산운용능력이나 재무상태 등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은행처럼 유동성 부족이나 투자실패로 투신사도 언제든지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편입채권의 종류나 만기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만기 때 부도채권을 갖고 있어 원리금을 손해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