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해도 영향 적어 ... 신도리코, 문배철강, 에스원 등
「20:80의 법칙」이 있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중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구매한다. 나머지 80%의 고객은 그저 아이쇼핑을 하거나 구매액이 적어서 매출의 20%를 차지할 뿐이다. 또 대부분의 조직에서 조직원의 20%가 80%의 일을 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80%의 투자자들은 돈을 잃는다고 한다. 기관투자가의 펀드매니저중 평균적으로 20%만이 종합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나머지 80%는 운용수익률이 시장평균보다 낮다. 주식투자자들은 결국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로 양분되는 것이다. 금년 들어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은 것을 보면 수긍이 가는 얘기다.대우그룹 유동성위기의 영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와중에 12월 결산법인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발표되었다. 「사상 최대순이익」이라는 제목의 신문 머릿기사가 무색하게 주가는 폭락했다. 상반기 이익 급증은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실적이 큰폭으로 호전된 것으로 발표된 상장기업이 많았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주식투자 초보자중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의 영업실적이 주가에 반영되는 과정을 알고 나면 이해가 될 것이다.12월 결산법인은 1, 2월이 지나면서 대략 그 해에 장사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가닥이 잡힌다. 이런 정보는 회사 내부자, 내부자의 친인척, 거래업체, 거래 금융기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주가가 움직인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의 영업실적의 변화가 곧바로 주가에 반영된다. 6월 중순경이 되면 상반기 매출액과 순이익의 규모가 대략적으로 예측이 돼서 주가에 반영이 완료된다. 회사가 폐쇄적이어서 정보 유출이 잘 안된다 해도 영업실적이 가집계되는 7월 초순까지는 주가에 반영된다. 8월 16일에 상반기 영업실적이 공표되더라도 주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환율하락, 매출액 감소예상했던 대로 상반기중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급증했다. 관리대상 기업을 제외한 4백64개 12월결산 상장법인의 상반기 매출액은 4.3%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6조9천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4조원 적자에서 10조9천억원 개선되었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환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 평균 원화환율은 1천1백95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1천5백3원에 비해 20.5% 떨어졌다. 달러기준으로 작년과 같은 금액을 수출했다면 원화기준 매출액이 2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내수업체도 환율하락으로 수입원자재가격이 떨어지고 제품의 원화기준 국제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판매가격을 내린 경우가 많았다.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은행이 작년 상반기 5조7천억원 적자에서 2천4백30억원의 흑자로 전환된 영향이 가장 크다. 제조업체의 순이익은 작년 상반기의 1조1천억원에서 4조 4천억원으로 2백94% 급증했다. 도소매, 건설, 전력, 통신 등 비제조업의 순이익도 6천억원에서 2조2천억원으로 2백54% 증가했다. 이처럼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호전된 것은 경기회복으로 판매량이 늘어나서 가동률이 높아졌고 금융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특수 요인에 의한 이익증가분도 컸다. 우선 LG그룹사의 LG반도체 지분 매각, 동아건설의 인천매립지 매각 등 자산매각에 의한 특별성 이익이 4조원이나 된다. 이번부터 지분율이 20%이상인 자회사의 이익을 지분율만큼 모회사의 순이익에 포함시킴으로써 추가된 순이익도 1조2천억원에 달한다. 두 가지 요인에 의한 순이익 증가분을 제외하면 상반기 순이익은 1조7천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밖에 순이익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순이익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소수 대기업으로 이익편중 현상이 심했던 점도 상반기 결산의 특징이다.◆ 6월말 부채비율, 작년보다 1백%포인트 하락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금융비용의 감소폭은 당초 예상보다 적었다. 12월결산 상장법인이 상반기중 지불한 금융비용은 총 13조 1천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14조6천억원 대비 10.4%, 금액으로는 1조5천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시중 실세금리가 1년전에 비해 절반 밑으로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비용 감소폭이 적은 것은 97년말과 98년 상반기에 발행한 고금리 회사채 때문이다. 제조업의 금융비용 부담률(금융비용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은 작년 상반기의 9.7%에서 8.7%로 1% 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이는 외환위기 이전의 6%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만 이익 급증과 대규모 유상증자로 차입금이 줄어들고 자기자본이 늘어나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6월말 현재 12월 결산법인의 평균 부채비율은 1백91%로 1년전의 2백91%에 비해 1백%포인트 낮아졌다.현시점에서 상반기 실적호전기업을 논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별 의미가 없다. 상반기 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하반기 이후 이익이 상반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7월부터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됨에 따라 이제는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에도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예전부터 상장기업중에는 재무구조가 탁월한 기업이 많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갖은 노력으로 재무구조를 눈부시게 개선시킨 기업도 상당수에 달한다. 신도리코는 손익계산서에 이자비용 항목이 아예 없다. 무차입경영 덕분이다. 문배철강, 에스원, 남양유업 역시 금융비용이 미미하여 사실상 무차입 상태다.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은 불황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며 금리가 올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기회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제반 경제여건이 다시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안정적인 투자방법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