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224쪽/1999년/7천5백원

한국경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경제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외형적인 지표들도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냈고 공장 가동률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제가 점점 나아지는 징후를 나타내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는 얘기다. 한발 더 나아가 여전히 불안상태에 놓여 있다는 불안론도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이 책은 IMF 구제금융 이후의 한국경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글들을 모았다. 한국경제의 근본문제부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나온 경제정책 현황과 과제, 그리고 개혁차원의 처방까지 건설적인 비판을 망라해 날카로운 필치로 내용을 전개한다.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한 재벌 구조조정과 실패한 IMF의 가혹한 거시경제정책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97년말 외환시장의 혼란으로 야기된 IMF 구제금융은 현재 경제위기의 원인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한국경제의 축적된 구조적 모습이 드러난 결과라고 보는 저자는 한국경제 문제의 본질은 재벌의 중복과잉 투자와 함께 금융부분에서의 부실채권 탓이라고 지적한다.한국경제의 미래는 재벌의 과잉시설 해소와 금융부분의 부실채권 해결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이 두 쌍두마차가 한국경제 문제의 근본원인인만큼 이에 대한 문제해결 없이는 결코 한국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은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정부가 추진했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호된 비판을 가한다. 경기부양은 개혁을 지체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신인도도 떨어뜨리며 제2의 외환위기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경기부양의 효과가 중소기업이나 실업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재벌들, 특히 5대 재벌에 집중된다면 그것은 개혁의 포기라고까지 단정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재벌의 은행 소유 역시 공룡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또한 저자는 정부의 역할과 개혁추진 세력의 등용을 강조한다. 개혁추진의 시기와 관련하여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들이 재벌개혁을 지지하고, 언론들도 적극적이건 소극적이건 재벌개혁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개혁시기를 놓쳤다고 엉터리로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재벌개혁과 관련해 재벌들의 무제한적인 로비를 염두에 두면서 재벌로부터 자유롭고 방향감각이 확실하며 추진력이 있는 사람들로 개혁추진 세력을 바꾸어 개혁을 다시 시작하자고 촉구한다.마지막으로 저자는 경제학자 케인즈(1889~1952년)의 생애와 학문세계를 소개한다. 비록 시대는 달라도 한국의 경제학자, 경제정책의 입안자들, 그리고 경제평론가들에게 유익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 케인즈가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시장 배척자가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때로 비시장적인 방법이라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설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