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증시활황에 가려 관심을 모으지 못했던 은행예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우사태의 여파로 금리가 치솟고 주가가 하락하자 시중자금들이 일시에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그러나 유입형태는 중장기형 보다는 요구불예금이나 MMDA(수시입출금식 시장금리부 예금)등 초단기여서 최근 자금시장에 짙게 드리워진 불안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금 흐름의 변화은행권으로의 자금유입이 피크를 이룬 때는 투신사에 대한 환매제한조치가 발표된 지난 16일 이후. 16일과 17일 이틀동안 은행들의 요구불예금과 MMDA(수시입출금부 시장금리부예금)등 초단기성 수신예금(조흥 한빛 제일 외환 국민 신한 하나 주택 산업 평화 한미 농협등 12개 은행 기준)은 무려 2조원 이상 늘어나는 폭발적 증가세를 나타냈다.(표참조) 같은 기간동안 은행권 전체 수신증가분의 9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이틀동안 5천억원 가량의 예금이 늘어났다』며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정기예금도 MMDA보다는 못하지만 확연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실세금리가 가미되는 특판정기예금을 위주로 증가세를 보여 주택은행의 경우 이틀동안 2천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이에따라 8월들어 예금은행의 실세총예금(요구불+저축성+양도성예금증서 순발행)은 지난 16일까지 무려 6조7천9백억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금리도 비교적 높은 종금사의 어음관리계좌(CMA) 역시 전달까지의 감소세에서 탈피, 8월16일 현재 3백33억원의 증가폭을 나타내고 있다. 이 상품은 하루만 맡겨도 연 5% 정도의 금리를 받을 수 있으며 1백80일이 지나면 연 7%이상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이에 반해 증시의 고객예탁금과 공사채형 및 주식형 수익증권의 자금은 썰물빠지듯이 줄어들고 있다. 7월말 10조5천47억원에 달했던 고객예탁금은 8월19일 10조3백53억원으로 감소, 무려 5천억원 가량의 감소폭을 보였다. 8월14일 기준 공사채형 수익증권도 7월말에 비해 8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식형 수익증권은 8월16일 현재 2조2천억원의 순증을 기록했지만 증가추세는 현저히 둔화됐다. 은행금전신탁의 모든 계정도 8월들어 마이너스 증가율을 면치못했다. 8월16일 현재 전달대비 1조원 이상의 감소폭을 보였다.이같은 양상은 대우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투신사의 수익증권 환매가 제한되면서 금리상승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지수하락폭이 큰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예금에 대한 매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그 요인이다.◆ 잇따른 금리 인상투신사 및 증권사로부터 자금이탈이 가속화되자 은행들은 이 틈을 타 대대적인 예금유치에 나서고 있다. 3년만기 회사채금리로 대표되는 실세금리가 아직 두자리수에 접어들지는 않았지만 「체감금리」는 이미 연 10%선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두자리수에 들어가면 투신권과 수신경쟁을 해볼만 하다』면서 『이제부터는 은행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최근 잇따라 예금이자율을 높이며 수신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19일부터 예금금리를 0.1%포인트 인상, 만기 1년짜리를 7.8%로 높였다. 신한은행은 총수신 30조원 돌파를 기념해 5천억원 한도내에서 정기예금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대상상품은 「실속 정기예금」으로 1년짜리 금리는 8.0%로 높였다. 또 세금우대정기예금은 1인당 2천만원 한도내에서 최고 8.5%의 금리를 보장했다.이에 앞서 제일은행과 평화은행도 정기예금금리를 인상했다. 제일측은 18일부터 오는 9월말까지 0.5%의 금리를 한시적으로 우대해주는 「특종재형저축」을 판매하고 있다. 평화는 오는 9월말까지 본점사옥 이전기념으로 발매한 「고객사은 정기예금」금리를 0.2~0.5%포인트 올렸다. 한미은행의 경우 지난 16일부터 정기예금금리를 0.2~0.3%포인트 올려 6개월은 7.2%, 1년은 7.8%를 각각 적용키로 했다.은행권이 단행한 이번 금리인상의 특징은 인상률의 적용범위를 최소 6개월이상으로 책정했다는 점이다. 돈을 끌어오되 투신권에 불안을 느끼고 들어오는 「도피성 자금」은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한동안 지속돼온 「7%대의 저금리시대」는 사실상 종결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은행들의 자금유치경쟁은 금리분야에서만 빚어지는게 아니다. 국민은행은 내년 증시 첫 개장일의 종합주가지수가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3%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주는 「주가지수 연계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주택은행도 주식과 연계된 사은상품인 「블루칩 통장」의 발매에 돌입했다. 씨티은행의 경우 예금과 수익증권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자유변신형 6개월 정기예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고객이 원할 경우 중도해지 수수료없이 자금을 옮김으로써 단기투자를 선호하는 고객의 구미를 돋우고 있다.투신권 상품의 위험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은행신탁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 외환은행은 주식형으로 운용하다가 수익률이 15%에 달하면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채권형으로 전환해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전환형 단위금전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단기자금 재테크 방안전문가들은 증시불안 등에 따라 투신권에서 일시적으로 자금을 뺀 사람들에게 종금사의 CMA나 은행권의 MMDA를 권하고 있다. 두 상품 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는 2000년말까지는 2천만원 한도내에서 원리금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2천만원이 넘으면 원금만 보장되며 2001년부터는 원리금을 합쳐 최고 2천만원까지만 보호된다. 증권사 및 투신사에서 판매하는 신탁형 증권저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연 5% 이상의 확정금리가 적용되는 이들 상품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1~6개월까지 기간을 정해놓고 가입할 수도 있다.대우채권 때문에 한때 돈이 묶여 곤욕을 치른 고객의 입장에서는 선뜻 내키지 않겠지만 연 6~7%의 금리를 주는 MMF(머니마켓펀드)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더욱이 13일 이후에는 대우채권이 들어있는 상품에는 새로 가입이 되지않는만큼 크게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물론 투자신탁상품은 MMF 공사채형 주식형 등 모두 원리금 보장이 안되는 실적배당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은행의 경우도 일부 연금성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탁상품은 보호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