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화화한 〈거짓말〉이 등급외 판정을 받아 논란이다. 등급이 없으니 극장 상영이 곤란하고 시사회조차 할 수 없다니 딱한 일이다. 조각가와 여고생의 온갖 짓들이 영상에 옮겨졌다는 것이고 보면 일반대중을 상대로 한 영화 상영을 금지한 쪽도 무리는 없다고 할 것이다. 역시 반대론을 부른 것은 가학적 성행위라고 할 것이다.사실 가학적 의식은 남자들의 일상적인 표현법에조차 녹아 있는 어찌보면 매우 자연스런 일의 하나다. 18세기 후반 실존인물인 사드 후작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일련의 행위들이다. 사드는 후에 보들레르 등에까지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자신 퇴폐적 시대정신의 아들이면서 시대의 희생양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소돔 1백20일〉 등의 작품은 성적 일탈의 온갖 형태에 대한 기록이며 오랜 감방생활에서의 기록인 동시에 자전적 기록이다.폭군 네로나 깔리귤라 못지 않은 악의 기록이며 인간의 악마성을 웅변한 작품들로 그는 인간의 어떤 성적 동기에 대해 그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사드의 정신은 분명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어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읽히는 무라카미류 등 일본작가들의 작품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하겠다.무라카미류의 〈라인〉같은 작품을 보면 아무런 이유없이 강간살인을 일삼는 등 도시변두리 인간들의 악마적 속성이 냉정한 필치로 담담히 서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잘못 걸려온 전화의 상대방을 불러내 강간하고 살인하는 등의 일이 다반사로 되풀이되고 있다. 죽고 죽이는 일은 일본 소설의 전형에 속한다지만 성을 매개로 내세우는 것 역시 미시마 유키오 이래 일본 작가들의 전유물이다.기독교의 일부는 적그리스도라는 말로 악의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알고보면 중세의 마녀사냥같은 것들도 모두 새디즘에 속하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마녀들은 광장으로 끌려나와 그녀들의 바기나를 난자당하고 굵은 쇠말뚝을 그곳에 박힌 채로 끌려다니다 끝내는 화형당하곤 했다. 마녀를 잡는다는 엉뚱한 히스테리가 집단적인 폭력을 정당화하고 여기에는 항상 성적 이미지가 개입된다. 마녀들은 때로 집단섹스나 항문섹스, 폭력과 결부된 섹스의 이미지로 다가온다.마녀사냥이 성적 억압의 한 탈출구로 기능했고 더욱이 집단화하면서 유례없는 성적 폭력을 정당화했다. 현대로 오면 미쓰이 부대의 만행이나 홀로코스트의 살육도 모두 성적 도착의 한 현상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성적 만행들이 생체실험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 새디즘은 인간행위의 한 형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