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 APOㆍ삼성 Rhythm 도입, 공급체인 관리 시스템 구축

최근 정보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늘의 공급체인 관리는 이런 최신 정보기술을 활용한다. 그래서 강력한 기능의 공급체인 관리 패키지가 기업 시스템, 인터넷에 맞물려 돌아간다.사실 공급체인을 관리하려면 여러 기업, 여러 부문에 걸쳐 고객의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한다. 남보다 먼저 정보를 얻고 빨리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손으로 하거나 PC로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보컴퓨터 ‘APO 도입’삼보컴퓨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PC제조회사다. 이 회사는 매달 10만대라는 많은 양의 중저가 PC를 수출하면서 올 상반기에 미국 시장에서 제3위의 PC공급업체로 떠올랐다. 또 해외 생산기지와 판매망을 급속하게 확대하고 있다.그런데 삼보가 하는 PC사업은 기술발전이 빠르고 늘 새 부품이 개발되며 단시일내에 새 모델이 나온다. 또 인텔, 삼성전자 같은 큰 공급업체와 이머신즈(e-Machines) 같은 큰 판매회사 사이에 끼여 있다.그래서 삼보는 금년 2월부터 공급체인관리 시스템 구축에 착수해 1) 전세계 어느 곳이나 7일 안에 제품을 납품하고 2) 실시간에 납기를 약속하며 3) 공급체인의 총비용을 최적화하는 목표를 내세웠다.삼보는 이를 위해 기업통합솔루션전문업체인 SAP사의 선진계획최적화 시스템(APO, Advanced Planner and Optimizer)을 도입했다. SAP사는 1972년에 설립된 기업 통합시스템 ERP분야의 세계적 선두 기업이다.삼보는 SAP사의 APO에 맞춰 지난 7월에 국내 생산과 미국 판매를 엮는 공급체인 관리 시스템 구축을 끝냈다. 이어서 연말까지 해외 생산거점, 국내판매까지를 포괄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한다.◆ 삼성전자 ‘Rhythm’ 도입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컴퓨터 모니터부문에서 세계 1위이다. 국내외에 6개 공장과 23개의 판매법인을 거느리고 연간 24억달러 규모로 모니터를 공급하고 있다. 이 사업부는 1) 고객과의 첫 납기 약속을 95%까지 지키고 2) 납기는 5일로 줄이며 3) 재고 회전율을 올리고 4) 이로써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공급체인관리시스템 도입을 고려하게 됐다.이를 위해 이 사업부는 작년 초부터 전담팀을 만들어 공급체인의 프로세스 혁신(PI, Process Innovation)에 착수했다. 종이 문서처리를 없애고 자동화하면서 업무의 중복을 없앴다.그리고 작년 11월 중순부터 공급체인관리전문회사인 i2사의 공급체인 관리 패키지 Rhythm을 도입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부는 i2사의 전문성과 Rhythm이 여러 기업에서 두루 쓰인 실적을 참조하여 이 시스템을 채택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금년 9월까지 공급체인관리 시스템 구축을 끝내려고 한다. 삼성전자는 다른 사업부에도 공급체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급체인 관리의 두뇌가 되는 SCM삼보컴퓨터가 도입한 APO와 삼성전자가 도입한 Rhythm은 SCM(공급체인 관리, Supply Chain Management) 패키지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공급체인 관리의 두뇌가 되어 정보를 정리하고 시뮬레이션을 해서 최적의 계획과 방법을 찾는다. (표 1참조)SCM에는 1) 수요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수요계획 (Demand Planning)기능이 있다. 소매점 계산대의 판매 데이터, 판매원 정보, 시장조사컨설팅업체인 AC 닐슨의 판매, 재고, 가격 정보 등을 온라인으로 받아 수요 변화의 조짐을 읽고, 패턴을 분석하고, 모델링해서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다.2) 공급망 계획 (Supply Network Planning)을 세운다. 수요 변화에 따라 조달과 생산, 재고 계획을 동시 병행적으로 만든다. 또한 어느 물류거점에 어떤 재고를 두고 어느 고객에게 출고할 것인지를 정한다.3) 생산계획과 상세 일정계획 (Production Planning, Detailed Scheduling)을 세운다. 고객의 요구나 자재, 설비, 인력 등의 제약조건을 따져서 가장 짧은 시간에 최소의 공정재고로 최적 생산을 하게 한다.4) 고객에게 납기를 약속한다 (Global Available-to-Promise). 해외까지 포함하여 부품, 재고, 생산상태를 점검한다. 여러가지 전략과 조건에 따라 공급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고 실시간에 정확한 납기를 약속한다.5) 공급체인 전체의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공급체인 조정석(Supply Chain Cockpit)을 제공한다. 이것은 구매, 제조, 물류, 판매의 흐름을 모델링한 공급체인망 조감도이다. 조정석의 공급망 그림을 클릭하면 원료, 생산 진도, 물류 재고의 상세 정보를 점검할 수 있다. 또 무리한 주문을 받거나 재고에 과부족이 생길 징조가 보이면 조정석 시스템에서 경계경보 신호를 낸다.◆ 공급체인 관리 기반으로서의 ERPSCM이 머리의 기능을 하는 엔진이라면 몸통이 되는 정보기반이 정비되어야 한다. 즉 SCM의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real-time)으로 제공하는 정보기반이 있어야 한다. 또 SCM에서 만들어진 최적화 계획에 따라 자재를 수배하고 생산과 물류를 움직이는 정보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표2참조)이런 정보기반은 통합화된 시스템 (Integrated system)이어야 한다. 통합 시스템은 개별 회사가 개발하기는 힘들고 전문회사가 개발한 패키지를 도입하게 된다. 그것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기업통합시스템) 패키지다. ERP는 기업의 회계, 판매, 생산, 물류, 인사 같은 기간 업무를 통합해 놓은 응용 시스템이다.또한 SCM은 데이터웨어하우스(DW, Data Warehouse)와 연계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을 발휘한다.지난 7월1일 아사히화성(旭化成)이 35년부터 계속해온 식품사업을 2백40억엔에 일본다바코산업(JT)에 팔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과 기술이 본업인 화학이나 섬유와 달라 고전하고 있던 식품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사히가 식품업체들과 경쟁하기란 사실상 무리였다.아사히화성은 이번 사업양도 때 종업원대책에 만전을 다했다. JT에 희망자전원을 넘겼다. 고용조건을 아사히근무 때 이상 수준으로 높였다. 연금액부족분은 아사히쪽에서 매워줬다. 그 결과 아사히에 남은 양도이익은 1백억엔선에 머물렀다. 사업을 떼내는데 모든 신경을 쏟은 것이다.아사히는 협상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40년 가까이 계속해온 다각화 노선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식품사업의 매각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사히화성은 지난4월 발표된 중기 3개년계획 「ISHIN2000」을 통해 2001년도의 연결매출 목표를 「1조2천억엔 플러스 알파」로 잡았다. 99년3월기의 연결매출은 1조1천7백18억엔으로 전기에비해 8.6%가 줄어들었다. 아사히는 또 현재 1.6%인 총자산이익률(ROA)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비핵심사업의 정리에 나섰다. 그 첫작품이 바로 식품사업의 양도였다.아사히화성은 문어발식 확장의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뿌리사업인 화학섬유를 비롯, 생활용품 주택 석유화학기초원료 대규모집적회로 의약품 등 1백여가지에 이른다. 사업부문도 무려 12개로 이뤄져 있다.아사히는 이같은 백화점식 사업들을 시장순위 기술 및 코스트우위성 브랜드력에 따라 경쟁우위사업과 구조개선 축소정리사업으로 나눴다. 경쟁우위사업으로 생산능력 세계 2위인 화학섬유원료 아크릴로니트릴과 세계 1위인 재생섬유 벤버그등 20개를 선정했다. 구조개혁을 통해 2002년3월기에 경쟁우위사업의 비중을 75%선으로 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99년3월기의 경우경쟁우위사업이 전체매출의 56%를 차지했다. 아사히가 문어발식 확장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경영전략을 1백80도 수정한 것이다.야마모토 가즈모토(山本 一元)사장은 『과거의 실적과 장래의 경쟁력을 보면 손을 떼야 할 사업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실행은 어렵다. 톱의 임무는 큰도끼를 휘둘러 시들어가는 사업을 잘라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지난 97년6월 취임한 야마모토사장에게는 2가지 사명이 부여됐다. 그 하나는 갈수록 악화되는 실적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아사히의 연결매출은 92년3월의 1조3천58억엔을 피크로 정체상태에 들어갔다. 다른 하나는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리는 것이었다.야마모토사장이 아사히회생의 총대를 메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흥의 아버지」로 통하는 미야자키 전회장의 다각화노선이 그 불씨였다. 미야자키회장은 61년 사장취임후 92년4월17일 타계할 때까지 31년동안 경영을 맡았다. 미야자키회장은 비즈니스찬스가 생길 때마다 적자를 감내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업체」로 통해왔다.사업평가도 엉망이었다. 유일한 평가기준은 이익의 절대규모였다. 1백억엔을 투자해 10억엔을 버는 것보다 5백억엔으로 12억엔 버는 쪽을 중시했다. 사업의 질보다는 외형을 키우는데 더 관심을 쏟을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유미쿠라 전사장은 지난 96년 「WING21」이라는 3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핵심사업으로 키우려던 일렉트로닉스와 헬스캐어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범용수지인 폴리스틸렌공장 등을 정리했으나 출혈을 막지는 못했다. 유미쿠라사장이 쓰러지면서 야마모토부사장이 그 뒤를 이었다.아사히를 병들게 한 또 한가지 증상은 대기업병이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사히의 사내분위기는 자유분망했다. 상하간에 격의없이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로 포스트 미야자키를 둘러싼 권력투쟁 때문이었다. 신규사업으로 수익원이 된 주택건재부문과 간판사업인 섬유화학부문간의 주도권경쟁이 벌어졌다. 구조개혁이 제대로 추진될리가 없었다.◆ 중기 계획에 대한 시장 평가 ‘긍정적’야마모토사장은 부사장 때부터 개혁의 선봉장을 맡았다. 지난 97년4월 자산을 분할, 사업부문별로 대차대조표를 산출하도록 했다. 사업부별로 차입금을 산출, ROA를 경영지표로 도입했다. 자산의 효율을 중시한 경영이 시작되면서 사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종전에 핵심사업으로 발언권이 강했던 섬유 석유화학부문이 코너로 몰렸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비해 형편없는 이익으로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야마모토사장은 사원의 의식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30대 후반의 과장급을 한번에 10명 정도씩 불러모아 술자리를 함께 한다. 부장급들과도 수시로 만난다. 사업부문별 기획담당부장들을 매달 도쿄 히비야의 사장실에 있는 6인용 테이블에 모아놓고 사업을 논의한다. 그는 임금에도 손을 댔다. 관리직에 대해서는 소속부문의 실적을 기준으로 상여금을 최대 20만엔까지 격차를 두기로 했다. 부문장이 사장과 계약한 실적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에 따라 상여금의 기본베이스가 달라진다. 이러한 실적을 측정할수 있는 잣대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도입했다.아사히의 중기계획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발표전인 지난 1월 4백65엔으로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4월에는 7백72엔으로 뛰었다. 『자산과 사업을 압축, 재무지표를 개선하는 수법이 유럽 미국투자자들에게 먹혀들어갔다』는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문제는 성장을 담보할만한 사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렉트로닉스사업은 규모를 3분의 1로 축소, 애널로그분야로 특화할 계획이다. 의약품분야에서는 올해 2개 품목을 판매할 예정이나 차기제품 개발이 계속지연되고 있다.「선택과 집중」을 내용으로 하는 구조개혁으로 아사히화성이 세계적인 회사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야마구치회장은 『개혁의 방향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며 『스피드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평가를 미루고 있다. 거대기업간 제휴로 핵심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하는 세계적인 추세속에서 아사히화성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