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로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물가는 지표상으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7월중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3% 하락해 3개월 연속 전월대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생산자물가도 전월대비 0.2%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올 1~7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에 비해 0.6%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생산자물가는 전년동기에 비해 오히려 3.3% 하락했다.지표상의 물가 안정세는 무엇보다 환율 안정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97년말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크게 올랐던 물가가 환율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로 전년동월대비로 0%대 이하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공업제품의 경우 전년동기에 비해 소비자물가 기준으로는 0.3%, 생산자물가 기준으로는 5.0% 각각 하락해 물가 안정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서비스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것도 특징적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서비스부문은 상품부문보다 가격 상승률이 높아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전반적으로 올해 지표상의 물가 안정세는 외환 위기 이후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지수들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한 반사효과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저물가 기조가 구조적으로 자리잡았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실제로 올해 1~7월중의 물가 수준을 외환 위기 이전인 97년과 비교해 보면 지난 2년간의 소비자 및 생산자물가의 연평균 상승률은 각각 4.5%, 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더욱이 지표상으로는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 걸쳐 잠재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아직까지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실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높지는 않지만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초과수요 압력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소비를 나타내는 지표인 도소매판매의 경우 6월 중에는 전년동기대비 14.2% 증가했고, 산업생산도 5~6월에 전년동기대비 각각 21.7%, 29.5%나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9.8%로 외환 위기 이전 수준인 80%선에 육박하고 있다.또한 그동안 물가 안정을 주도해 왔던 환율 하락도 최근 들어 그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고, 금리·임금 등 비용 요인도 상반기에 비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경제의 회복세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 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5~7월 중 물가 하락에 크게 기여했던 농산물 가격 하락도 수해로 인해 상승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되며, 상반기 중 물가안정을 위해 억제해왔던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이러한 물가 불안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경우 물가지표들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상반기 중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커다란 안정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하반기중 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더라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 이내,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 이후 물가 여건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만으로도 내년 물가상승률은 3~4%를 기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