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와 중년 남자들의 관계가 화젯거리다. 영화 「거짓말」도 여고생과 40대 조각가의 정사를 다루고 있고 원조교제를 했다는 이유로 중년남성이 구속되는 일도 보도되고 있다. 원조교제는 일본에서 한창 유행하던 것이 우리나라에까지 건너왔고 어른과 소녀의 정사 또는 노인과 처녀의 결합은 성문화의 오랜 주제의 하나였다. 실제 일본 도쿄의 거리에는 수도없는 원조교제 메시지들이 공중전화통마다 덕지 덕지 붙어있어 눈길을 끈다.기혼자와 처녀 또는 역으로 기혼여성과 청년의 「정사」는 그것이 사회의 기성도덕에 칼날을 들이민다는 데서 언제나 화제를 몰고다니지만 노인과 소녀의 결합에 비기면 이는 일종의 타협안에 불과하다. 노파와 소년의 결합이 별반 화젯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갖는 파격성의 정도가 다른 조합에 비해 워낙 크고 사회 통념에 대한 파괴력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70년대 초반 60대의 중년(?)여인이 다수의 젊은 청년들을 애인으로 거느렸던 일이 다른 형사사건 조사에서 드러나 화제가 되었었던 적이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고 또 공개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더스틴 호프먼이 열연했던 영화 「졸업」이나 계모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페드라」가 이 금기에 도전하고 있지만 남성 위주의 현실세계에서는 아직도 이런 결합은 금기시되어 있다.사실 나이많은 남자와 어린 소녀의 결합은 매우 고전적인 주제이며 다반사로 되풀이되어왔던 일이다. 조숙한 어린 소녀들의 입장에서는 원조교제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성숙을 입증하는 듯이 인식되기 때문에 오히려 자랑스런 일이고 그래서 꺼릴 이유가 없다. 동년배 소년들과의 연애가 아이들 장난처럼 여겨지고 아무런 부담 없는 돈까지 생긴다면 『뭐 좋은 일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죽을둥 살둥 달려드는 그런 연애가 아닌만큼 헤어지려 할 때는 언제나 헤어질 수 있어 더욱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노인과 처녀의 결합은 결혼제도의 하나의 원천인 처녀 매매와도 관련을 갖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년 또는 중년과 어린 여자의 결합은 언제나 문명의 후반기에 나타나는 관념으로서의 성적 미학으로 풀이된다. 굳이 어린 소녀를 선택해 성적 쾌락을 얻어보려는 발상은 언제나 하체에 힘이 빠진 다음에 나타나는 말기적 상황이다.섹스행위 자체보다는 젊음 자체에 대한 맹목적 추구가 이런 결합을 만들어 내는 배후의 동력이라고 본다면 이는 성자체에 대한 탐닉보다는 스러져 가는 청춘에 대한 반발심리의 결과라 할 것이다. 소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일종의 기성질서에 대한 반발이며 건방이라는 형식으로 표현되는 조숙성의 한 단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