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통신장비 국산화 잇달아 성공 ... 매출 기하급수적 증가

이동통신장비 전문생산업체인 기산텔레콤의 성장속도는 눈부시다. 지난 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초창기 3년간 기술축적을 거친 뒤 지금 그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그동안 혼신의 힘을 들여 개발한 광모듈, 에코우 캔슬러(Echo Canceller, 이동통신기기 잡음방지장비), 각종 중계기 등이 무선통신시장 급성장에 힘입어 잘 팔리면서 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다.성장속도는 두가지 경영지표에서 읽을 수 있다. 먼저 매출액부문. 지난 96년 7억8천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97년 86억원, 98년 1백55억원으로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회사의 경영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순이익 또한 증가세는 비슷하다. 96년 5천만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이익은 97년 14억원, 98년 21억원으로 늘어났다.◆ 한국 벤처기업 대표주자 부상기산텔레콤의 올해 경영목표또한 의욕적이다. 매출 4백억원에 당기순이익 80억원을 올릴 계획이다. 이런 경영목표달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선통신시장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기술경쟁력 또한 워낙 탄탄해서다. 기술 하나만을 믿고 서울 잠실동 어두침침한 사무실에서 출범했던 이 회사가 창업 5년만에 한국 벤처기업의 대표주자로 성장한 셈이다.기산텔레콤의 오늘을 있게 한 장본인은 박병기 사장(40). 82년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금성정보통신(현 LG정보통신)에 입사, 11년 동안 근무한 엔지니어출신이다. 그는 금성정보통신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노하우를 몽땅 쏟아부어 기산의 오늘을 있게 했다.그가 창업과 동시 기술개발의 원동력으로 삼았던 제도는 자율출퇴근제. 이 근무제도는 당시 대부분 벤처기업이 도입하고 있어 그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출퇴근에 얽매여 스트레스를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연구개발에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그의 자율출퇴근제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엔지니어들은 출퇴근 등 시간에 얽매여 일을 하다보면 흐름이 끊어지기 십상이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기대할 수가 없어요. 일종의 대기업병이라고 할수 있지요.』그래서 그는 관리직을 제외한 기술개발분야에 대해선 출퇴근시간을 없애버렸다. 전체적인 프로젝트 일정이 일단 정해지면 출근을 몇시에 하든, 퇴근을 몇시에 하든 상관을 하지 않았다.자율출퇴근제에 대한 신념은 예정된 기간을 단축해 프로젝트를 끝낸 직원에게 다른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고 쉬게 한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창업 2년째인 96년 모대기업으로부터 6개월 시한으로 부품개발용역을 맡은 직원이 1주일만에 끝내버리자 나머지 기간을 휴가로 사용토록 했다. 다른 경영인이었다면 다른 프로젝트 개발에 투입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휴가기간을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충전하는데 사용하지 결코 허송세월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자율출퇴근제 기술개발 ‘원동력’박사장은 이와함께 단계적 기술개발전략을 채택, 성공을 거뒀다. 대부분 벤처기업가들이 창업과 동시 거창한 기술개발을 내거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그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힘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욕을 부렸다 자칫 실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어서였다.『통신장비보다는 광범위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시스템 개발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면 광대역 부호분활 다중접속(W-CDMA)기술을 근간으로 해서 전개될 전송시스템, 기지국시스템 등으로 사업을 넓혀 나가기가 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그래서 그는 창업 이후 3년 동안 대기업으로부터 PCS 프로토타입 등 통신시스템개발용역을 맡아 기술력을 축적했다. 그런 뒤 97년부터 외국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고부가가치 장비 제조에 뛰어들었다. 미국 텔램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인 TI 회선중배장치를 국산화, SK텔레콤에 공급했고 지난해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광중계 시스템의 핵심장치인 파장분할다중장치(WDM)의 국산화에 성공, 1천만달러 정도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주로 수입해오던 에코우 캔슬러도 국산화, 루슨트 테크놀러지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국내시장에서 동등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이처럼 기산텔레콤이 고부가가치 장비를 잇달아 국산화하게 된데는 박사장의 기술 및 연구개발투자 집중화가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런 박사장의 의지는 직원들의 구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기산텔레콤의 현재 직원수는 1백여명. 이 가운데 관리직은 20명에 불과하고 연구인력이 80여명에 달한다. 이들 연구인력은 박사장이 직접 나서 스카웃, 질적인 면에서 대기업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기술개발투자도 선진국 기업들과 견주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연 매출액의 9%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나만의 경영」이 아닌 분권화된 경영체제를 수립한 것도 기산텔레콤의 비약적 성장요인이다. 박사장은 엔지니어로서 경영상의 단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경영기획본부장에 대우자동차출신의 박흥식상무를 영입, 자신은 오로지 기술개발에만 전념하고 있다.『이동통신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변화속도가 빨라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또 21세기 정보통신시장은 음성, 데이터, 비디오가 융합되고 방송기술이 접목되는 등 급변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기술개발도 해나갈 생각입니다.』미리 앞을 내다보고 선수경영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박사장이 이런 차원에서 최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IMT-2000. 전세계 어디에서나 화상, 음성, 데이터가 서비스되는 무선통화시스템인 IMT-2000은 2000년 이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사장은 이분야에 대한 기술투자도 해나가 정보통신분야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다.박사장은 이제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차적으로 9월중 코스닥등록, 국내에서 성장성에 대한 평가를 받은 뒤 2002년에는 미국 나스닥에 진출, 세계시장에서도 기술을 인정받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