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회사채와 CP(기업어음)를 편입한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환매제한 조치로 일반투자자들의 투자관행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투신사에서 제시한 목표수익률만 믿었다가 자칫 투자원금을 날리게 됐다. 투신사들도 고객유치를 위해 「제살갉아먹기식」의 영업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한마디로 국내 채권시장은 한단계 질적 도약을 요구받고 있다.이같은 시대상황을 읽어내고 채권싱크탱크를 설립한 교수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중앙대 오규택 교수(40)다. 오교수는 6월초 자본금 12억원으로 한국채권연구원을 출범시켰다. 『채권이야말로 대학에서 가르치는 금융이론을 실무와 접목시키는 가장 좋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처방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오원장이 밝히는 설립취지다. 자본시장에서 주택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서 장기저리의 주택대출자금을 조달하는 MBS(주택담보부증권), 매출채권을 조기에 유동화시켜 금융기관이나 제조업체의 현금부담을 완화시키는 ABS(자산담보부증권) 등은 금융이론을 현실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오원장은 설명한다. 이들 증권의 적정 가격 즉 담보자산의 성격과 만기 등에 따라 발행가격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데 금융이론을 활용할 수 있다.한국채권연구원 설립은 또한 『이론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접목시키는 과정』이라고 오원장은 덧붙인다. 오원장은 벤처투자론 시간에 학생들에게 첨단기술과 지식만 있으면 과감히 벤처기업을 설립하도록 강조한다. 특히 벤처기업 운용계획을 제출토록 요구한 후 우수학생들에게는 실제로 창업할 수 있게 격려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원장은 『학생들에게만 창업하도록 강의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배운 전문지식을 현실에 접목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채권연구원을 설립했다.오원장의 이같은 시도는 미국 유학경험에서 영향받았다. 서울대 경제학과(77년도 입학) 출신의 오원장은 미국 예일대학에서 금융경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처음에는 산업조직론을 전공할 계획이었지만 저명한 금융경제학자를 보유한 예일대의 학풍에 매료돼 전공을 바꿨다. 당시 지도교수는 차익결정이론(APT)으로 유명한 스티브 로스. 그의 지도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의 가격결정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개인투자자 효율적 채권투자 지원박사학위 취득후 아이오아대학 조교수로 취임하기전 월가로 진출했다. 1년간 키더 피바디(Kidder Peabody)증권에서 MBS의 적정가격을 산출하는 실무를 담당했다. 현업경험을 중시하는 미국 학계의 분위기를 따른 결과였다. 이때의 경험이 학생들에게 창업을 적극 권유하고 본인 스스로 채권연구원을 설립하게 된 자양분으로 작용했다고 오원장은 들려준다.오원장은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의 60년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기관투자가들의 채권운용전략이 단순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채권을 사서 만기때까지 보유하는 전략(Buy and Hold) 에 치중했다고 평한다. 고금리 때(채권이 쌀 때)사서 저금리 때(채권이 비쌀 때) 파는 등 금리변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번 대우그룹 사태로 확연히 드러난 것처럼 채권투자를 은행정기예금처럼 인식해 온 것도 채권시장이 낙후된 원인중 하나라고 언급한다.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오원장이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국내 채권시장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 주요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와 국고채의 유통수익률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기초자료에 기반해서 채권운용전략과 채권펀드를 평가하는 척도를 다각도로 연구한다. 앞으로 투신사들이 목표수익률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일반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오원장은 이같은 자료구축과 평가기준을 기관과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할 방침이다. 방대한 자료를 국내 투자자들이 활용함으로써 채권시장의 질적 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다.물론 당분간은 개인투자자들이 효율적으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이 판매하는 채권형 뮤추얼펀드의 운용전략수립과 운용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미래에셋을 대신해서 투자자들에게 채권투자내역과 보유채권의 매매전략 등을 매달 정기적으로 발송한다. 채권에 대한 이해수준이 낮은 일반투자자들을 위해 가급적 쉽게 알릴 계획이다.그는 한국채권연구원을 설립하고 나서 더욱 바빠졌다. 일주일에 3일은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나머지 3일은 채권연구원에서 현실문제를 다룬다. 동료교수들도 대학강단이론을 갈고 닦아 채권시장 발전에 기여하라며 격려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오원장은 앞으로 국내 현실에 맞는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같은 작업이야말로 「이론과 현실의 결합」이라는 금융경제학자의 기본적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