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 때다' 대세, 하락 가능성도 거론.. 집값 흔들 재료 많아 신중함 필요

IMF 이후에 부동산중개업소와 컨설팅업체들에 몰린 가장 많은 질문의 키워드는 「언제」냐는 것. 언제 집을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는가, 언제 집을 구입해야 보다 저렴하게 집을 장만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주택가격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때문이었다. 요즘도 여전하다. 「수직상승」, 「IMF 이전 가격 회복」 등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언론보도에 수요자들은 초조하기만 하다.(표 참조) 경제성장 소득 물가 금리 주식 등 주택시장에 일정 영향을 주는 제반 경제지표들은 물론 주택시장 내적으로도 서울시내 5개지구 재건축 시행, MBS(주택저당채권) 도입, 임대사업 완화 등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만만찮다.『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이건홍 한미은행 재테크팀장), 『경기회복과 MBS도입으로 주택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는 말들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물론 정부에서는 집값안정을 위해 즉각적이고 강력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행여 회복기에 접어든 경제가 집값을 선두로 한 부동산 가격폭등이라는 암초를 만날까 우려해서다. 급격한 부동산 경기회복은 경제회복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안심하는 사람들은 없다. 심리적인 요인이 집값을 움직였던 경험에서다.◆ 집값 상승의 원인과 전망여름철 비수기에 집값이 오르고 가을 이사철에 들어서 오히려 상승세가 주춤하고 매물이 달리는 현상에 대해 부동산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주된 이유로 꼽는 것은 경제상황이나 수급불균형이다. IMF로 인한 공사지연과 그에 따른 공급부족, 경기회복, 재개발·재건축수요, 주식 등 금융시장 불안, 지나친 집값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등이다.하지만 이는 주로 컨설팅업체나 연구원들의 의견이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 집값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언론과 건교부에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도 보인다. 불안감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집값 불안한데 대출조건은 좋아 ‘호기’분당 K공인중개사무소의 안모씨는 『여름 비수기의 비정상적인 집값상승은 언론의 집값상승 보도와 건교부의 주택규제 완화가 한몫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의 경우 집값이 바닥이었어도 매수자가 적었지만 7∼8월에 집값이 대폭 올랐어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미뤄두었던 수요가 나타난 것이기도 하지만 수요자들이 언론의 집값상승보도로 향후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목동의 중개업자 윤모씨는 『아예 언론과 정부에서 집값을 거론하지 않았으면 한다』고까지 말했다. 예민한 아파트가격을 자주 거론할수록 불안심리자극 - 수요촉발 - 매물회수 또는 호가상승 - 거래부진 - 매물부족 - 가격자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최근의 집값상승과 매물부족에 대한 진단이 엇갈리는 것처럼 앞으로의 전망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역 입지 규모 교통 환경 등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면서 보합세 내지는 강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는데 대부분 일치하지만 일부에서는 추석이후에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보이고 있다.『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는데다 10월이후에 매기가 떨어지면서 다시 내려갈 수 있다』(평촌 세경공인 천명선 사장), 『오를 곳만 오른다. 아파트 매입에 따른 기대수익률도 낮다』(박영태 주택은행 경영연구팀 과장), 『주택수요자들의 구매력이 한정돼 있어 심리적 요인으로 움직였던 아파트 가격이 가을 이후에는 시장의 수급상황으로 가격이 결정되면서 공급량이 늘고 미분양이 늘어나는데에 따른 하락도 배제 못한다』(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원) 등이다.◆ 지금 집 살 때인가「과연 집을 지금 살 때인가」.지금 주택수요자들이 안고 있는 최대고민이다. 집값이 불안해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기관의 주택관련대출은 다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이다. 한창 잘나갔던 주식시장도 불안하고 은행에 넣어두자니 나중에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탐탁잖다. 당연히 아파트로 눈길이 간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애물단지취급을 받았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값 전망도 불투명하다. MBS 도입, 임대주택사업 완화, 재건축 등 언제라도 큰 폭으로 집값을 뒤흔들 수 있는 재료들도 만만찮다.주택구입을 둘러싼 이런저런 요인이나 고민들처럼 지금 집을 사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분명히 일치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이제 주택구입의 목적이 실거주용인지 또는 투자용인지를 확실히 해야 하며, 과거처럼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큰 차익을 돌려받는 상황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단 한가지 일치하는 사실은 주택구입은 실거주든 투자를 목적으로 하던 간에 재산의 상당부분에 해당하는 돈을 묻어두는 셈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홍 한미은행 재테크팀장 : 지금이 집을 살 때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심리적요인, 언론의 상승 가능성 보도, 분양권 매매를 통한 환금성 확보 가능,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가능성, 실물경기 호전 등으로 주택가격이 불안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주택구입은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지 확실히 해야한다. 그러나 이런 목적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아파트 가격면에서 본다면 지금이 주택을 살 때다. 당분간 아파트가격이 조금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 : 지금이 아파트 구입의 적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게다가 전세가의 매매가 자극, 경기회복에 따른 구입수요, MBS도입에 따른 수요 등도 일정기간 시차는 있겠지만 아파트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원 :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주택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가격이 오르더라도 IMF 이전가격을 회복하는데에는 빠르겠지만 그 후에는 횡보현상을 나타낼 소지가 많다. 이 경우 가격 상승분이 금융이자를 초과해야 메리트가 있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아직도 거품이 있다고 본다.● 박영태 주택은행 경영연구팀 과장 : 실수요자의 경우 지금이 주택구입의 적기다. 주택 구입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대출상품이나 대출조건 등이 어느 때보다 좋고,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지만 찾아보면 아직 오르지 않은 지역도 많이 있다. 그러나 투자자라면 지금은 살 때가 아니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아파트 투자의 기대수익률도 예전만 못하다.● 권오진 센추리21 대표 : 분당 용인 강남 등 공급부족지역은 지금 서두르는게 유리하다. 하지만 지방이나 가격탄력도가 낮은 지역 즉 비인기지역이라면 당분간 미루는게 좋다. 주택가격이 철저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가·물가·경제성장과 부동산가격대체 관계라기보다 보완·인과 관계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경제적 요인으로는 대개 경제성장, 소득, 금리, 물가 및 시중자금 흐름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요인들과 부동산시장의 관계에 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다지 명백하지가 않다.물론 높은 경제성장은 소득증가로 이어져 주택수요를 자극한다. 금리하락 역시 주택구입부담을 경감시켜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이나 금리하락이 반드시 주택시장의 호황을 가져다준다는 보장은 없다.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제외에도 사람들의 기대심리, 관련정책의 변화 등 매우 다양하다.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시장의 호황은 대개 경제상황의 호전이 다른 요인과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일으킬 때 나타난다.물가가 오르면 부동산도 올라간다는 인플레헤지론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과거 부동산시장을 살펴보면 물가가 주택가격을 부추긴다는 뚜렷한 관계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주택가격이 상승한 후에 일정시간이 지나면 물가가 오르는 패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고물가시기에는 부동산 가격도 오른 적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는 부동산의 지속적인 상승이 물가에 대한 압력요인으로 작용해 물가가 상승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처럼 물가와 부동산의 관계는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의 변화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인과관계의 성격이 강하다.주식과 부동산은 서로 대체관계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각을 단기간의 움직임에만 국한하지 않고 길게 살펴보면 양자간의 대체관계 여부는 불분명하다. 호황을 누렸던 75∼79년, 86∼90년에 부동산 가격상승은 연 30%, 주가상승은 연 31%에 달했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하락할 때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 불황기인 80∼85년과 91년 이후 부동산 가격은 6%가 오르는데 그쳤고 주가는 2%가 하락했다. 이처럼 상승시점과 상승폭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가 호황일 때는 주식과 부동산이 함께 올랐고, 불황기에는 모두 가격이 떨어지거나 별로 움직이지 못했다.대신 부동산과 주가의 변화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가 좋아지고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활황을 보이면 대체로 1년내지 2년 후에는 부동산도 상승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관계는 경제호황의 크기나 시장여건에 따라 다르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주가가 오르고 3개월 내지 6개월 후에는 부동산 가격이 후행한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 70년대 말과 80년대 후반처럼 경제상황이 아주 좋았을 때는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모두 호황국면을 맞았다. 반면 일시적인 경기회복국면인 경우에는 부동산이나 주식의 한쪽만 상승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83년을 전후한 시기의 부동산경기 회복국면과 93년에서 94년에 걸친 주식시장의 단기호황이 그런 상황을 보여주었다.결국 부동산과 주식은 완전한 대체관계는 아니다. 중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이라는 입장에서는 도리어 보완관계에 가깝다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