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하면 도자기나 타일을 연상하게 된다. 흔히 요업으로 번역되다보니 흙을 갖고 만드는 전통 산업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세라믹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첨단분야다. 예컨대 우주선의 외피를 만드는 재료가 세라믹이다. 고속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에 견딜 수 있는 소재가 현재로선 세라믹보다 나은게 없기 때문.정보통신이나 전자 환경관련 부품을 만드는데도 세라믹이 쓰인다. 전자파 흡수물질로도 이용된다.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스위스 일본 수출요즘 서울 독산동에 있는 보라정밀(대표 최안묵)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세라믹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종업원 50명의 전형적인 중소기업. 그럼에도 방문자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은 최근 획기적인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 노트북컴퓨터 개인휴대정보단말기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변압기인 압전체 변압기가 바로 그것이다.세라믹을 소재로 만든 압전체 변압기(Piezoelectric transformer)는 10V 이하의 낮은 전압을 2백∼1천V로 올려주는 장치. 노트북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개인휴대정보단말기 카네비게이션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장치가 부착되는 기기에는 대부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노트북 컴퓨터를 보자. 컴퓨터에 입력되는 전압은 보통 2백20V. 하지만 이 전압이 그대로 노트북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 부품은 10V 안팎의 낮은 전압으로 가동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바로 화면.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인 화면은 수백V가 돼야 빛을 발할 수 있다. 이같이 낮은 전압을 높은 전압으로 올려주려면 변압기가 필요하다. 이 변압기는 작고 가벼우며 열도 적게 나야 한다.여기에 사용되는 적합한 변압기가 바로 압전체변압기다. 기존의 권선형 전압기에 비해 부피와 무게가 각각 5분의 1 수준이기 때문. 효율은 95%에 이른다. 발열량도 적어 경박단소형 전자 정보 통신기기에는 필수적인 부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이 제품은 아직 선진국들도 초기단계다. 일본이 상용화에 앞섰을 뿐 미국 유럽업체조차 이제 막 개발했거나 연구중인 수준이다.중소업체인 보라정밀이 이를 개발한 것은 18년 동안 세라믹분야에서 쌓은 기술에 러시아업체와 기술제휴를 맺은데 따른 것. 벤처 기술기업인 크리아텍과 기술제휴를 맺어 이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크리아텍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회원이면서 광학 및 세라믹연구소 소장인 유리 코필로프 박사가 경영하는 업체.설비는 아예 러시아에서 제작했다. 독산동 공장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연말까지 샘플을 제작한 뒤 내년초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 보라정밀은 이 제품의 매출을 내년중 30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3년내 1백억원대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81년 최안묵(49) 사장이 창업한 보라정밀은 세라믹제품인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생산하던 업체. 한양공고 기계과를 나와 신진자동차를 거쳐 안경렌즈가공업체를 운영하던 최사장은 구로공단입구에 보라정밀을 창업했다. 시계부품을 만들다가 국내 처음으로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국산화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강도와 경도가 높아 시계용으로 적합하다. 일본 세이코사의 품질테스트에 합격했다. 세이코의 품질검사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스위스 일본의 시계에 장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일본에서 수입하던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국산으로 대체됐다. 또 몇몇 일본업체들은 이 회사로부터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수입하러 들렀다가 아예 기계도 제작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가공하는 설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던 것.사파이어 크리스탈은 스위스 일본 대만 홍콩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어 지르코늄과 텅스텐카바이드 등을 소재로 한 시계 케이스와 밴드도 만들고 있다.시계 부품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던 최사장은 첨단 세라믹분야로 눈을 돌렸다. 세라믹을 이용한 온도제어센서(PTCR)가 한 예. 이 센서는 모터나 발열체에서 나오는 열을 일정온도로 컨트롤하는 부품. 전자모기향이나 냉장고 에어컨 자동차 등에 사용할 수 있다.이어 진출한 분야가 바로 압전체 변압기. 최사장은 이 분야의 전망이 매우 밝아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압전체 변압기는 차세대 정보통신기기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입니다. 이를 소형 경량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내수판매 더불어 해외시장 겨냥일본의 경우 3년후 자국내 압전체 변압기 시장규모를 연 4천억원으로 추산할 정도라고 덧붙인다.생산초기부터 내수판매와 더불어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대만이 1차 목표. 이어 일본 미국 유럽등지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남다른 특기가 있는 최사장은 요즘도 회사에 출근하면 종업원과 같이 현장에서 일하고 연구하는 기업인이다. 보라정밀의 보라는 한번 쳐다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라믹 한 분야에서 정상급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첨단 세라믹 전문업체를 추구하는 보라정밀이 어떤 성과를 일궈낼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02)865-7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