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의 중요한 목표중의 하나는 적정수요관리를 통해경기변동폭을 최소화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가운데 지속적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경기변동폭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개념이 경제성장의 장기추세선인데 이를 보통 잠재생산(Potential output)수준이라고 부른다.잠재생산은 학자 및 분석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일반적으로는 노동 및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에 있어 추가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생산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즉 자연실업률 수준 하에서의 생산으로 통상 이해되고 있다.잠재생산은 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주요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예컨대 실제생산이 잠재생산 수준을웃돌면 수요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로 밑돌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게 된다.그런데 잠재생산은 통계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지 현실적합성 여부가 엄밀히 측정되는게 아니다. 따라서 당국(한국은행)도 잠재생산 추정치를 쉽사리 공개하지 않는다. 정확도를 자신하지 못하므로 자칫 정책과 대중의 기대에 혼선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주엔 이례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 능력이 공개됐다. 한은이 지난5월 열었던 금융통화위원회의 회의록을「8월 조사통계월보」에 실으면서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드러난 것이다.내용은 다소 비관적이다. 회의록은 『그동안 설비투자가 크게 부진해 잠재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 중반 정도로 밖에 추정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잠재성장률은△지난 80~89년 7.7~8.4% △90~93년 7.2~7.8% △94~95년7.1~7.2%로 차츰 낮아지기는 했으나 7%대의 높은 수준을유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러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간 96년에 6.8%, 97년에는6%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다.회의록에서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2% 중반의 낮은 수준으로추정됨에 따라 GDP갭(실질GDP-잠재GDP)이 소멸되는시점에도 빨리 이르게 됨으로써 물가압력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한국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이 크게 위축된 것은 IMF체제 이후의 연쇄부도로 생산기반이 크게 무너진데다 설비투자가저조한게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설비투자는 97년 11.3% 감소한데 이어 98년에는 38.5%의 급락세를 보였다. 올들어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투자가 작년의 부진에서 탈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투자규모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그러나 한은은 5월의 회의록을 근거로 언론이 「한국의 잠재성장 능력이 허약해졌다」고 보도하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잠재GDP성장률을 2% 중반으로 추정할 당시엔 1/4분기GDP성장률(4.6%)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재적 시각에서 보면 「낡은 추정치」라는 설명이다. 더구나GDP성장률이 9.8%를 나타낸 2/4분기의 경우 설비투자가37.2%의 증가했는데 이같은 상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공개할 순 없지만 잠재성장률이 5월의 두배 정도는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이같은 한은의 해명을 지지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수석연구원은 『올들어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계정상 공급능력은 4백60조원선인 반면 총수요는 4백30조원에 불과해 인플레압력은 낮다』며 『경기과열논의는 시기상조이며 2000년 이후에야 선제적인 경기안정책이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어쨌든 잠재성장이 이처럼 문제되고 있는 것은 실제 경기가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경기과열 논쟁이 다시 빚어질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