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내 울상을 짓던 반도체 업계에 다시 미소가 돌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경기의 지표라 할 수 있는 D램 가격이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의 주력 품목인 64M D램(8MX8 PC-100) 가격이 8월말 이후 미국 현물시장에서 9달러대에 진입한 것이다.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을 훨씬 밑도는 4달러대 초반에서 거래되었던 것이 불과 두달전 일이다.현물시장 가격이 올라가면서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고정거래선과의 계약가격(Contract Price)도 함께 오르고 있다. 1/4분기 9달러 이상이던 계약가격이 6, 7월에는 5달러 초반까지 떨어졌으나 9월에는 7달러대를 회복했다.최근 D램 가격이 강세를 보인 이유 중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돌발요인도 있다. 세계 2위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생산하는 64M D램에 대해 주요 PC업체들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7월 첫째주의 일이다. 7월 마지막주에는 대만의 신주공업단지에 심각한 전력사고가 발생했다.이곳에 위치한 대만 D램 생산업체들의 공장이 영향을 받았고 2개월 정도의 생산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했다.반면 D램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PC업체들은 D램 재고를 거의 제로(0) 상태로 유지했다. 현물시장에서의 중간 딜러들은 물건을 확보하고 내놓지 않고 있다. PC수요 회복세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동남아 시장과 일본시장의 회복이 두드러졌다. 미국시장에서는 1천달러 미만의 저가PC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주메모리로 32MB를 채용하다가 하반기부터는 64MB를 채용하기 시작했다.D램산업은 전형적인 경기변동 주기를 가지고 있다. 제품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의 이익은 증가한다. 이익이 증가하면 설비투자를 늘린다. 생산설비가 완공되면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확대되고 공급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고 업계의 이익은 감소한다. 96년부터 시작된 불황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공급 과잉이 심각하고 불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자상태에서 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릴 수는 없다. 수요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공급 증가 속도가 뒤처지고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선다. 세계 D램 시장은 바로 이 국면에 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현대전자·현대반도체 최대수혜주이 국면에서도 삼성전자는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D램 생산설비를 인수한 마이크론테크놀러지도 설비투자를 늘렸다. 그러나 중하위업체들은 그러지 못했다.D램 업계의 경쟁력은 원가(Cost)다. 개당 원가를 낮추려면 칩의 크기를 줄여 웨이퍼 한장에서 생산 가능한 수량(Net Die)을 늘려야 한다. D램 생산업체들은 이를 위해 DUV(Deep Ultra Violet)라는 진보된 기술의 스테퍼 또는 스캐너를 도입해야 한다. 상위업체들은 이미 이 장비를 발주한 상태이나 중하위업체들은 아직 아니다. ASML, 캐논, 니콘 등 이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생산능력의 한계로 주문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이 지나야 이 장비의 공급난이 풀릴 전망이다. 당분간 D램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계절적인 성수기가 지나는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공급 초과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D램 가격도 다소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윈도 2000 출시가 기다리고 있고 인터넷의 보급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내년 4/4분기 이후에는 구조적인 공급부족이 예상된다.D램 가격 상승으로 가장 수혜폭이 큰 기업은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이다. 10월이면 통합법인으로 출범할 양사의 99년 D램 생산량은 64M D램으로 환산하여 각각 3억1천만개, 2억3천만개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양사 합하여 9억개 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하반기 64M D램 개당 총원가가 6달러대로 추정되고 내년에는 5달러선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평균 판매가격을 금년보다 20~25% 하락한 6~6.4달러로 예상하면 10억달러 내외의 경상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현대전자는 개발비를 무형자산항목으로 1조원이나 계상해 두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상각해야 할 항목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당해연도에 전액 비용처리한다. 6월말 현재 현대전자의 반도체부문 재고자산은 반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깝다. 현대반도체의 재고자산도 매출액의 40% 수준에 육박한다.삼성전자는 재고가 상반기 매출의20%에도 못미친다. 반도체부문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 내용연수는 현대가 5년인 반면 삼성은 2년에 가속상각하는 설비도 있다.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가 상반기에 적자를 각각 1천2백50억원, 2천65억원으로 계상하고 삼성전자는 1조 3천4백29억원의 흑자를 계상했다. 내용을 보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셈이다. 금년에 계상하지 못한 비용을 내년에 계상한다면 현대전자의 2000년 이익은 앞에서 계산한대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또한 내년초 D램 가격의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D램 가격 강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의견은 「매수」이나 장기적인 투자의견은 「중립」이다. 다만 양사 합하여 12조원이 넘는 순차입금 규모(매출액 7조원)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경쟁력은 강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 TFT-LCD도 막대한 이익 창출삼성전자의 99년 주당순이익은 1만 7천원, 2000년 2만2천원으로 예상된다. 반면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99년8월 결산시 적자, 2000년에는 주당순이익이 2달러로 예상된다. 현재 주가는 70달러를 넘었다. 2000년 이익을 근거로한 PER는 삼성전자가 10배, 마이크론이 35배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사와 EV/EBITDA 지표로 수평 비교할 경우 적정주가가 현재의 3배를 넘는다. 주식시장의 차이와 경영환경 및 계열사 관계 등을 고려하더라도 향후 1년내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의 2배 수준인 45만~50만원으로 설정해도 무방하다. D램에서 뿐만 아니라 TFT-LCD와 이동통신단말기 분야에서도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가전부문도 흑자를 기록했다. 95년 2조5천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던 때와는 현재 상황이 질적으로 다르다. 그 당시는 반도체 경기가 피크였으나 지금은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들어서는 시점이다. 시가총액 비중이 이미 10%를 넘었으나 투신사들의 보유한도가 10%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유일한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