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사장(59)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전격 발탁됐을 때 일본 재계는 크게 술렁거렸다. 연공서열제가 확실한 일본에서 선배들 10여명을 한꺼번에 제치고 말단 상무에서 사장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쇼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경영위기에 처한 소니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모양이라며 이데이 사장의 앞날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하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 이데이 사장을 바라보는 일본 재계의 표정은 그야말로 탄성 일색이다. 이데이 사장이 위기에 빠졌던 소니를 구했고 더 나아가 일본경제의 체면을 살리고 있다는 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데이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나태한 조직 소니의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했고, 그 결과 이제는 신일본형 경영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이데이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리제너레이션을 기업이념으로 채택한다고 발표했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 사업영역, 조직구조, 업무프로세스 혁신에 전력 투구했다. 사업 부문별로 일명 컴퍼니제를 도입해 정착시켰고, 38명에 이르던 이사진 수를 10명으로 줄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군살을 제거했다. 본사의 기능 역시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대폭 손질했다. 본사는 대규모 투자나 M&A 등 주요 사안만 결정하고 실무적인 부분은 사내 컴퍼니에 일임했다.◆ 21세기 경제 키워드 ‘디지털경제’ 강조이데이식 경영은 성과에서 잘 나타난다. 사장 취임 당시 3천억엔 적자 상태로 회사를 물려 받았으나 지금은 일본기업 가운데 최고의 흑자를 내는 회사 가운데 하나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한해 동안에만 2천2백억엔의 흑자를 기록했고, 바이오(오디오-비디오 스테이션 기능의 PC), 베가(완전평면 브라운관 TV) 등의 신제품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회사의 위상을 한단계 격상시켰다.이데이 사장은 일본내에서 디지털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소프트와 컨텐츠, 즐거움, 오락, 벤처정신 그리고 꿈이 그의 일관된 경영주제다. 신일본형 경영을 주장하고 미국 베끼기는 절대 안된다고 단언한다. 특히 다른 나라의 기업 지배구조를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의미도 없다고 강조한다.21세기 경제 키워드로는 디지털경제, 주식 시가총액주의, 수확폭발의 법칙, 규칙파괴자, 가치창조 경영을 든다. 이 가운데서도 그는 21세기는 불확실성의 시대라며 낡은 질서를 파괴하는 질서파괴자의 중요성을 자주 역설한다. 그동안의 성공경험을 완전히 포기하고 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