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그룹 매각대상 1호, 올상반기 90억원 흑자 ... 열린ㆍ참여경영이 밑거름

죽은 나무에 꽃이 필 수 있을까. 한솔포렘이 그런 경우다. 이 회사는 폐목재를 재활용하여 가구 및 건축재로 쓰이는 중밀도 섬유판(MDF) 파티클보드 등을 만든다. 제재목 마루판도 생산하며 호주 뉴질랜드에 대규모 해외조림을 하고 있다.한솔포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솔그룹내 매각대상 1순위였다. 3년 연속 적자에 불투명한 시황과 과당 경쟁.하지만 작년 중반 취임한 문주호(51) 대표는 보란듯이 초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불과 1년새. 한솔그룹 대주주인 이인희 고문은 경영자 1명을 바꾸니까 회사가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전해진다.문대표가 경영을 맡은 것은 회사가 극도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 6월. 불황으로 매출은 격감하고 수익성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문대표는 회사 상황을 점검한 뒤 크게 4가지를 혁신키로 방향을 정했다. 재무구조 △영업과 생산 △인력 △각종 제도 개선 등.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외부자금 유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몇달 동안 교섭끝에 성과를 거뒀다. 올 2월 서호주 타나그룹의 펄프우드 인터내셔널사로부터 서호주 조림사업에 총 3천5백만 호주달러 규모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7월에는 템플톤(무궁화구조조정기금)과 3백20억원 자본참여 계약을 체결했다. 부채비율 2백% 이하의 회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인력·각종제도 개선 완료다음은 영업 및 생산부문 개선. 품질 혁신을 통해 전품목의 품질수준을 한단계 올렸다. 동종업체 대표들과 논의해 파이를 키우는 방안을 찾자고 제의했다. 주력제품인 중밀도 섬유판은 가구에 주로 사용됐다. 가구업체들이 불황을 겪으면 함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건축용재 등으로 용도를 개발해 시장을 대폭 늘렸다.인력부문도 개편했다. 종업원을 통한 사업부문 매각(EBO)과 비핵심부문 아웃소싱을 통해 5백91명이던 인원을 4백50명으로 줄였다. 대리점 창업을 알선하고 이들에게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부드럽게 구조조정을 완료한 것.이들 개혁 못지않게 문대표가 중요시했던 것은 각종 제도 개선. 특히 기업문화를 열심히 일하고 그에 걸맞는 성과를 받는 형태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실시된게 투명경영과 열린 경영. 올해 1월1일 문대표는 모든 사원가족에게 편지를 보냈다.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다짐하면서 모든 경영현황을 가감없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매달초 전직원에게 지난달 매출과 순익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시작했다.동시에 지난해 2백% 줄였던 상여금을 올해는 성과에 따라 최고 1천%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3월과 6월 각각 1백50%의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다. 경영 성적이 나아짐에 따라 연내 1천%까지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매월 넷째주 금요일 문대표는 사원 간담회를 주관한다. 또 계층별 간담회 임원 간담회 등 다양한 모임을 통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모한다. 인간적인 정이 넘치는 회사분위기를 조성하고 합리적인 건의사항을 즉각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열린경영과 함께 시작한 참여경영은 사원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것. 의사결정과정을 직접 보고 듣고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노사가 기업의 공동 주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이런 노력 덕분에 한솔포렘은 작년 2백80억원 적자에서 올 상반기에만 9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일궈냈다.경기가 호전된 영향도 있지만 인본주의 경영과 열린 경영 참여경영이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회사 경영은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신뢰의 대상은 종업원과 고객 주주 지역사회뿐 아니라 동종기업도 포함되지요.』◆ 종합 건축 자재업체로 제2 도약회사가 어려울수록 경영 상황을 사원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하며 회사가 믿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사원도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다고 문대표는 설명한다.올 여름에는 대천해수욕장에 휴양소를 마련했다. 1백여개의 방을 잡고 전직원 가족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녀에게 선물을 주고 각종 이벤트를 실시함으로써 알뜰한 여름휴가와 함께 사원가족까지 한마음으로 연결하는 계기를 만든 것.전남 화순출신으로 조선대 경제학과와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나온 문대표는 73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솔제지(당시 전주제지) 기획조정실장 합리화추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80년대말 합리화추진본부장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한게 한솔포렘의 경영을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밑거름이 됐다고 밝힌다.한솔포렘은 그동안 투자만 해온 서호주 조림목을 2002년부터 벌목해 도입할 예정이다. 눈에 보일 정도로 쑥쑥 자라는 유칼립투스는 한솔포렘의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해외조림에서부터 폐자재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종합 건축자재업체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솔포렘을 문대표가 어떤 모습으로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02)3287-6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