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업체, 막강한 판매시스템 활용 온라인 진출 시간문제

사이버 공간에서는 오래가는 것이란 없다. 6개월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인터넷이 웹에서나 월스트리트에서나 전통적 유통업체들을 내몰아 버릴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웹에서의 거래는 아주 근사하고 새로운 것이었다. 고객들은 실제 있는 상점과 비교되는 선택의 폭과 편리함에 매혹됐다. 재미있는 대화방에다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정보, 생일알림 기능같은 특성 등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순수한 웹 회사는 거대 유통체인들에 비해 가격면에서도 유리하다. 웹 업자들은 땅에 건물을 세운 경쟁업자들보다 원가와 자본축적 비용이 덜 든다. 또 카탈로그를 인쇄하고 우송하는 과정도 필요없다. 판매하는 제품을 새것으로 바꾸기 위해 가게를 닫은 채 점포를 새로 꾸미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는 실제 영업장소를 갖지 않은 유통업체는 매출의 6% 정도인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인터넷에서만 거래하는 업자들은 벽돌로 직접 쌓아 만든 매장을 갖고 있는 업체보다 이점을 많이 갖고 있다.투자자들은 실제 상점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웹에서도 모험을 해보려 하지만 인터넷에 기반을 둔 업체들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듯 하다. 완고한 데다 기존관행만을 고집하는 유통업체들은 결코 인터넷에 접근하려 들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믿음이다. 사실 이같은 고정관념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매장을 보유한 회사들은 인터넷 판매를 일시적 현상이거나 돈만을 까먹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두 영역의 통합이 거의 종교적이랄 정도로 신봉되고 있다. 주피터커뮤니케이션이 미국에서만 올리는 전자상거래 규모가 올해 1백20억달러에서 2002년에는 4백10억달러로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마당에 이를 더 이상 무시할 전통업체는 없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인터넷 업체들도 예상과는 전혀 달리 실제 점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통합된 쇼핑행위의 파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월마트, 온라인 사업 진출 계획온라인 판매를 하는 실매장보유 업체나 카탈로그 회사들은 다채널 유통업체로 불린다. 이들은 이미 전자상거래의 62%를 차지한다(도표참조). 이같은 상황은 이들의 대부분이 컴퓨터나 티켓, 금융서비스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터넷 순위를 매기는 회사 미디어메트릭스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지난 7월 서적판매업체 반즈앤드 노블의 웹사이트인 비엔닷컴(bn.com)과 티켓매스터 두 업체만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 상위 10위에 들었을 정도였다.그러나 이들이 온라인으로 접근하는 추세는 분명하다. 이들 중 최대업체인 월마트는 온라인 진출준비를 완료했다. 지난해 별로 인기없는 사이트를 열고 한정된 제품을 팔았으나 그다지 재미를 못본 월마트는 올가을 본격적인 온라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또 가을에는 수년전 자사가 판매하는 다이아몬드와 진주를 다른 물건들처럼 절대로 웹상에서 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던 티파니(Tiffany)도 온라인에 진출한다.그 반면 인터넷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에서 모험을 하고 있다. 알로이닷컴(Alloy.com)은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데 실세계에 카탈로그를 내놓은 직후 대성공을 거뒀다. 카탈로그가 출시된 바로 그날 그룹의 서버는 틴에이저들이 몰려들어 폭발세를 누렸다. 지난 7월 드럭스토어닷컴(drugstore.com)은 지분의 25%를 미국 최대의 약국 체인 CVS에 넘어간 오랜 라이벌 소마닷컴(Soma.com)이 아니라 대규모 약국 체인 라잇에이드(Rite-Aid)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온라인 경매처 이베이(eBay)는 경매회사 버터필드를 인수해 전통과 신뢰도 고스란히 얻게 됐다.이런 U턴의 한 원인은 순수한 웹모델에 대한 믿음의 상실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웹회사들은 가격을 대폭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보다 나은 내용과 빠른 배달, 실시간 전화지원 등을 통한 서비스 개선 등의 추세는 당연히 비용을 상승시켰다.아무 것도 없는데서 브랜드를 만드는 것 역시 많은 비용이 든다. LVMH의 회장으로 있는 프랑스 억만장자 버나드 아르노가 후원하는 부닷컴(Boo.com)은 광고에 큰 돈을 쓰고 있다. 실제매장을 가진 유통업체들의 경우 기존 광고캠페인에다 웹주소를 유지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별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표 참조). 인터넷에서만 영업하는 유통업체들이 마케팅에 거대한 돈을 허비하고 있는 반면 다채널 경쟁업체들은 절반정도의 비용으로 새 고객을 끌어들인다.◆ 브랜드 파워 갖춘 기존 매장 유리실세계의 유통업체는 시장장악력이라는 또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매출규모가 전체 전자 거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1천3백80억달러에 이르는 월마트는 공급업자들의 협조를 받아 저렴한 판매가를 유지할 수 있다. 컨설팅사 리치마케팅의 경영책임자 버트 플리킹어는 『예산과 구매에 쓰이는 40억달러의 자본으로 월마트는 아마존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기존 유통업체들은 공급과 판매시스템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LL빈이나 랜즈엔드 같은 카탈로그업자들이 웹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수백만건의 소소한 주문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 오래된 회사들도 역시 수년간 시장에 투자하면서 얻어진 일종의 「브랜드신뢰」를 갖고 있다. 이런 것은 대부분의 가상세계 유통업체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전통적 유통업체들은 웹사이트와 매장간을 넘나드는 사업을 할 수도 있다. 비엔닷컴의 고위금융담당자 매리 튤란티스는 매년 반즈앤드노블의 5백30개 상점에 찾아오는 3억회의 방문은 구매와 신용카드 데이터를 모으는 대단한 기회이며 이 정보를 이용해 온라인 고객을 새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온라인과 현실을 어떻게 융합시키느냐는 문제다. 벤치마크캐피털과 합작으로 만들어진 토이자러스의 온라인 부문은 두명의 책임자를 갈아치운 끝에 지난달 해체됐고 벤치마크도 사업계획을 취소했다. 따라서 인터넷 상에서 라이벌인 이토이즈(eToys)를 올 크리스마스 매출에서 작살내겠다는 토이자러스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이런 마찰은 해결하기 어렵다. 웹과 실제 매장은 결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온라인 사업체들은 완고한 실매장 업체에게 소멸당하지 않기 위해 그들과 거리를 둬야할 필요성도 있다. 전통적 회사들 역시 자신들의 매장을 다른 방법으로 이용해 볼 필요가 있다.앞으로는 실제 매장은 고객을 웹으로 끌어들이고 가입시키는데 주로 이용될 것이다. 게이트웨이는 카탈로그와 웹을 통해 컴퓨터를 팔고 있지만 미국 전역에 1백64개의 상점을 갖고 있다. 매장은 구매자들이 제품을 주문하기 전에 제품을 미리 접해볼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된다.유통업체의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영업추세는 앞으로도 더 탄력을 받게 될 게 틀림없다.<자료「The real Internet revolution」 21st Aug. 99 designtimesp=19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