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7월. 세계 기업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 쓰여졌다. 시스코가 12년만에 시장가치 1천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그전까지의 최고 기록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20년. 빌 게이츠가 이러한 대기록을 세웠을 당시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사건이 최소한 금세기에는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은 시스코에 의해 깨어졌다.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라우터」를 84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시스코는 인터넷의 폭발과 더불어 고속성장을 거듭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고성장 산업에 위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95년 CEO로 취임한 존 체임버스(John Chambers)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그는 네트워크의 의미를 꿰뚫고 있다. 경쟁의 새로운 규칙이 「안정이 아닌 변화」에 기초해서 조직을 구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경직된 계층구조에서 네트워크 조직으로 바뀌어야 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파트너들과의 상호의존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는 시스코와 고객(잠재고객 포함), 협력업체, 공급업체, 종업원을 빈틈없이 연결한다.99년 시스코는 목표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인터넷을 통해 올리는 것이다. 이 거래액수는 전자상거래의 선구자격이라는 델 컴퓨터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체임버스는 격리된 최고위층이 아닌 회사의 주요고객과 전략방향을 설정한다. 자신의 시간중 55%를 고객과 보내고, 매일 15명 정도의 주요 고객이 보낸 음성메일을 수신한다. 끊임없이 고객과 대화하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A 성공, ‘종업원 유지’로 판단시스코의 성장신화를 살펴보면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M&A가 뒷따랐다. 하지만 그 목적과 방법을 살펴보면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고속성장이나 시장점유율 확대가 아닌, 지적 자산(핵심인력을 의미)과 차세대제품을 획득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M&A를 실시하는 것이다.체임버스는 『하이테크 기업에 있어 M&A는 결국 종업원 1인당 50만~2백만달러의 돈을 지불하면서, 지금의 시장점유율이 아닌 미래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시스코는 모든 M&A의 성공여부를 「종업원의 유지」로 판단하며 신제품의 개발, 투자수익률 등은 이에 비하면 하위 기준인 셈이다. 인수기업 직원들의 전체적인 이직률은 연간 6%에 불과하며 시스코 전체 이직률(8%)보다 오히려 2% 낮을 정도이다.한편 여타 회사와는 차별화된 확고한 이익분배 시스템을 보유한 것도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발생한 이익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투자자들과 전임직원들에게 매년 투명하게 분배한다. 스톡옵션의 약 40%는 종업원이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평균 15만달러 이상을 획득한다고 한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회사는 부지기수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면 오히려 급여가 의미가 없는 셈이다.이처럼 CEO의 탁월한 안목하에서 고객을 통한 전략설정, 인력관리에 최우선 등을 통해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