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 집중」. 국경없는 경쟁, 전지구적 초경쟁 등으로 일컬어지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기 위한 생로다. 이를 증명하듯 번듯한 증권사를 매각하는 대신 사양산업으로까지 인식되는 섬유제조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당찬 30대 경영인이 있다. 대유통상주식회사 이종훈(31)사장이다.대유통상은 지난 54년 설립된 소모방업체로 청주공장과 중국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의 해외공장에서 화학사, 양말, 스웨터 등을 생산·수출하는 전문기업. 이사장은 지난 92년 미국에서 대학(회계학 전공)을 졸업하고 귀국, 대유통상 기조실 과장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상장사 임원중 최연소 임원으로 올랐으며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사장으로 취임했다. 창업주의 3세라는데 따른 선입견을 염두에 둔 듯 『경영에 참여한지 7년이나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이사장은 대유증권을 매각하고 섬유업을 「사수」키로 한 결정을 「옷」으로 설명했다.『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편한 것 아닙니까. 금융업보다는 제조업이 몸에 맞는 것 같고, 특히 섬유제조업은 전망도 좋다고 봅니다.』 대형증권사 위주로 재편되는 증권업에 더 투자하기보다는 대유통상에 투자하는게 기업·주주·직원 등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충북은행에 투자했다가 1백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던 경험도 작용했다.『같은 손해를 봤을 때 금융업종은 만회가 안되지만 제조업은 재고판매 신제품출시 등으로 어느 정도 복구가 가능하다. 또 증권업은 결과로만 판단하지만 제조업은 다르다』는 것이다.핵심사업을 섬유업으로 정하고 화력을 집중한 이사장의 전략은 바로 성과를 나타냈다. 증권사 매각자금으로 매달 60억∼70억원씩 나갔던 차입금을 갚는 한편 잔여금액을 전부 대유통상에 재투자해 부채비율 0%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남 대문 회현역 부근에 추진하는 주상복합건물 건설사업도 활기를 되찾았다. 주생산품인 화학사부문도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갖춘 덕에 시장점유율도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처럼 국내부문이 재도약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데 답하듯 중국 방글라데시 등 외국 현지공장의 생산과 매출도 호조다. 『가격·품질경쟁력이 뛰어나 유럽과 미국시장에서의 반응이 좋다』는 것이 이사장의 자랑이다. 이런 국내외적인 경영호조에 힘입어 대유통상 내부에서는 올해 1백억원 가량의 경상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이런 가시적인 성과보다 이사장이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직원들이 갖게 된 자신감이다. 『섬유업종 특유의 보수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가 사내 전체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기를 맞겠다는 게 이사장의 의지다.『직원들에게 보다 많이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섬유로 번 돈은 모두 섬유업과 직원들에게 재투자, 「강한 업체」로 키울 계획입니다. 그후에 벤처사업 등과 같은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합리적인 사고와 결단, 인화와 능력을 중시하는 조직운영 능력, 강한 추진력 등을 갖춘 차세대 경영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사장이 밝힌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