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아이디어 출판사 제공 ... 학문적 체계 정립위해 노력

국내에서 특정분야에 대한 기획만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어느 분야건 기획을독립된 공간으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기획은 으레 공짜려니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출판기획 전문가인 박영욱씨(33)도 국내의척박한 기획풍토와 맞서 싸우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획에대한 마인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출판환경 속에서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부지런히 뛰고 있는 것이다.물론 곤혹스러운 점도 많다. 특히 기획에대한 정당한 대가 체계가 서있지 않아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런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꿈을 접는다는 것은 이제껏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기획을 더 잘 할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국내의 출판기획 문화를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골몰한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박씨는 한때 문학평론가를 꿈꿀 만큼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문학평론가 김현씨가 세상을 떠났다는소식을 듣고 밤을 새워가며 김현평론을 썼고, 장례식장에도 찾아가볼 정도로 뜨거운관심을 기울였다. 대학 4년간 평론에 대한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열정의 소산이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평론을 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주변 여건이 평론하기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박씨는 책과 관련된 일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출판을 배워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택한 것이 출판사 취직이었다.군대를 마치고 곧바로 창작시대사에 들어가 저작권과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제대로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고, 일에정열적으로 매달렸다.당시 박씨가 기획한 것 가운데는 지금 들어도 알만한 책들이 여럿 있다. 입사 이후약 70여권을 기획했는데 <시인을 꿈꾸는나무 designtimesp=19019>, <선한 사람이 실패하는 9가지 이유 designtimesp=19020>, <20대의 운명을 바꾸는 50가지 작은 습관>, <아버지가 사는 이유, 내가 공부하는이유 designtimesp=19021>,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designtimesp=19022>, <승려와 철학자 designtimesp=19023> 등이 박씨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하지만 출판사에 그대로 있기에는 넘쳐나는 열정을 잠재우기가 어려웠다. 게다가아무래도 회사에 얽매인 몸이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1년8개월만에 출판사를 나와한성출판기획이라는 전문기획사를 차렸다.출판계 풍토상 전문기획사를 운영해서 제대로 버틸 수 있겠느냐며 주변에서 극구만류했지만 결단을 내렸다.◆ 1백20여권 계약독립을 감행한 박씨는 일단 출판사와 해외도서 에이전시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었다.당시 국내의 출판사들은 외국서적에 관심이 있을 경우 에이전시를 통해 책을 받아본 다음 검토를 해서 출판 여부를 결정했는데 그러다보니 에이전시에 지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또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출판사들은 전문번역자들에게이런 작업을 맡겼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출판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다.이에 힌트를 얻은 박씨는 매주 한차례씩도서정보지 <한성인텔리전스 designtimesp=19032>를 발행해 각출판사에 보냈다. 특히 이 정보지에 소개되는 책에 대해서는 별도로 A4 용지 7~10장 분량의 출판검토서를 만들어 출판사에서비스했다. 이는 통상 2주 이상 걸리는해외도서 검토시간을 크게 단축시켰고, 출판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그렇다고 출판기획 분야를 소홀히 한 것은아니었다. 일종의 출판계 관행이었던 문예물 위주에서 벗어나 기획분야를 다방면으로 확대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접촉하면서 기획아이템을 발굴했고, 여기에 기획마인드를 가미해 각종 출판아이디어를만들어 출판사에 제공했다. 지난해 4월 홀로서기 이후 이제까지 국내외 도서 약 1백20여권의 계약을 성사시켰으니 결코 적은것이 아니다.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작가매니지먼트 사업을 시도했다. 기획을 하는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이 책을 제대로 쓸수 있도록 매니저역을 맡았던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연예인 매니저를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박씨는 앞으로 출판기획에 대한 논문을 한편쯤 써볼 작정이다. 출판기획을 하나의학문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해서다. 이미 자료조사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실무를 하다보면 이론적인 한계를 가끔느낍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양쪽이 겸비돼야 진정한 출판기획자로서의 역할을다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학기부터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도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대학원을 마칠 쯤에는 국내에서 아직 한편도 나와있지 않은출판기획 관련 논문을 써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