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확장 없이 알뜰경영, 해외까지 넘봐 ... 전기훈증기도 판매 호조

인천 가좌동에서 파워코드를 만드는 동아전기프러그. 이 회사에는 없는 게 많다.사장실이 없고 경영비밀이 없다. 제품불량이 없으며 어음발행이 없다. 모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우선 사장실이 없다. 1층과 2층은 공장이고 3층은 사무실. 사무실 안쪽에 작은 방이 있지만 여러명이 같이 쓴다. 한쪽 켠에사장 책상이 있을 뿐. 종업원이 10∼20명에 불과한 기업도 원목인테리어와 가죽소파로 사장실을 번듯하게 꾸며놓는 경우가많다. 하지만 이 회사는 사장실이라는 팻말조차 없다. 그나마 이흥세(44) 사장은자리에 앉아 있는 법이 없다. 공장에서 생산현황과 품질을 점검하고 발로 뛰며 영업일선에 나선다.◆ 경영실적 공개 ‘경영비밀 없다’경영비밀도 없다. 매월 전종업원에게 경영실적을 상세히 공개한다. 지난달에는 8월실적을 발표했다. 회사가 거둔 실적은 특별상여금으로 연말에 종업원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한 상태.생산제품의 불량률은 제로다. 1년전까지만해도 1만개중 10개꼴로 불량이 발생했다.원인이 주로 외주가공에 있음을 파악하고전부 자체 가공으로 전환했다. 절연저항기등을 이용해 생산제품을 전수 검사하는 것이 불량을 사전에 차단하는 계기가 됐다.매월 1백만개를 만드는데 지난 1년 동안클레임제기가 단 한건도 없었다. 전깃줄에플러그가 달린 파워코드는 전기 전자제품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 선풍기에서 텔레비전 오디오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파워코드단가는 불과 수백원. 하지만 이를 달고 있는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완제품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파워코드의 불량은 곧바로 컴퓨터나 가전제품의 불량으로 이어진다. 이를 철저히 막기 위한 것.어음도 발행하지 않는다. 거래처로부터 어음은 받는다. 하지만 자체어음은 발행하지않는다. 무리한 사업확장을 피하고 알뜰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것. 매출보다는 수익을 중시한다는 생각에서다.이런 탄탄한 경영을 바탕으로 LG정보통신대웅전기산업 남양키친플라워 등에 납품하며 내수시장에서 성가를 쌓았다. 내수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있다. 수출을 준비하기 위해 올들어 유럽8개국 규격을 땄다. 독일 VDE, 네덜란드 KEMA, 핀란드 FIMKO, 덴마크 DEMKO, 벨기에CEBEC 등. 이미 획득한 미국의 UL을 포함해 보유한 해외규격은 9개로 늘어났다. 연내 중국 일본 호주 규격도 따기로 했다.우선 내년에는 매출목표 65억원중 20%에해당하는 1백만달러분을 수출키로 목표를잡았다.이 회사가 생산하는 또 하나의 품목은 전기훈증기. 모기잡는 기구다. 모기를 반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회사 임직원중모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모기를 보면 반가워 가슴이 콩콩 뛸 지경이다. 모기는 매출신장으로 이어지고 이는곧 보너스증가로 연결되기 때문. 이 회사가 올들어 생산해 주문자상표를 붙여 납품한 전기훈증기는 50만개가 넘었다. 작년한해동안 판매량 40만개를 25%나 돌파한것. 판매가 증가한 것은 1차적으로는 모기가 늘어난 덕분. 고온일수록 서식밀도가높은데 올해는 매우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긴급주문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 이 회사는 전기코드를 비롯한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함에 따라 납기를 절반으로 줄였다. 이 회사는 주문후 길어야7일이면 공급한다. 훈증기는 계절상품이어서 안팔리면 1년 동안 재고로 남는다.훈증기 분야에서 20년의 경험을 가진 김형근씨를 부장으로 영입하면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동아전기프러그의 변화의 중심에 이흥세사장이 서 있다. 청주공고를 나와 전선유통업을 하다가 97년 동아전기프러그를 인수한 그는 어려움을 겪던 회사를 살려낸구원투수다. 시커먼 얼굴에 두툼한 입술그리고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는 전형적인시골 아저씨를 연상시킨다. 그는 특유의발로 뛰는 경영으로 동아전기프러그를 반석위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자재를 공급하는 극동전선이 신용으로 전선을대주고 있을 정도다.경영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그가 투명경영품질경영 수익중시경영과 같은 이른바 글로벌스탠더드에 근접한 경영을 하는 것은유통업에 종사하면서 경영노하우를 몸으로터득했기 때문. 경영은 깊은 연구끝에 나오는 심오한 학문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닥치고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산물로 그는 파악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영자가 어떤 철학을 갖고 또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는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경영철학은 단순하다. 기업은 개인 것이 아니라 임직원 모두의 소유라는것. 돈을 댄 것은 기업가지만 열매를 가꿔나가려면 종업원 협력업체 거래처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생산제품은 첨단제품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이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제품이라는게 그의 자부심이다. 먼저탄탄한 기업을 일구고 이를 바탕으로 함께땀을 흘리고 함께 열매를 따는 기업을 일구는 것. 이게 이사장 경영관의 알파요 오메가다. (032)581- 9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