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중에 동문들 소식에 빠삭한 친구가 있다. 어느 기업의 회장도우리 동문이고, 국회의원중 우리 동문은 누구고, 검찰중에는 누구누구가 있고…. 그뿐 아니라 소식에도 민감하다. 이번에 누가 선거에나가고, 선배가 끌어주는 바람에 그 친구는 출세를 했고, 그 회사는사장이 동문이라 임원들은 다 우리 동문이고…. 기억할 것도 많을텐데 그 쓸데없는 데이터를 왜 기억하고 있을까. 희한한 것은 동문관련 이야기를 할 때 그 친구의 눈빛이다. 자신감, 자부심, 삶의 보람등이 느껴진다. 아마 동문들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그가 부모님의 생신이나결혼기념일은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렇게 성공한 동문들의소식에는 민감한 그지만 막상 그 자신은 별 볼일 없이 살고 있다.그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흥미도 없고 별로 얘기하고 싶어하지도않는다.어떤 사람은 얘기를 시작했다 하면 자신의 얘기로 시작해서 자신의얘기로 끝난다. 자신의 얘기라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얘기는 아니고자기가 만난 유명인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내가 모그룹 회장을 만나서 직접 확인한 사실인데, 유명 연예인 모씨와 내가 저녁을먹으며 들었는데 그가 그런 얘기를 하데, 정치인 모씨가 인척뻘 돼서 내가 그를 자주 만나는데 …. 어쩌면 저리도 유명한 사람들을 많이 알까 신기하기도 하고 그 말이 진실일까 하는 일말의 의구심도생긴다. 무엇보다 자신의 얘기나 우리들의 얘기가 아닌 남 얘기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도 흔하지 않다. 그럴 때 사람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대상을 찾아 헤맨다. 자신이 만족한 삶을 살지 못하면 그만큼 그강도는 세어진다.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월드컵본선 진출에 목숨을 걸었고 이것이 좌절되자 엉뚱하게 차범근 감독에게 화살을 돌렸다. 다음으론 박찬호 선수였다. 그가 10승을 거두는 것에 나라의 장래가 달려있는 줄 알았다. 다음은 박세리, 이승엽…. 순수하게 스타를 성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나 성원은 성원으로 그쳐야지 거기에 목숨을 걸어서는 안된다.자신의 꿈이 좌절되었다고 혹은 일이 안 풀린다고 다른 곳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나 아닌 남을 통해 이루려는것과 같다. 그것은 본인에게도 안된 일이지만 행복을 위임받은 당사자도 힘들고 부담스럽다. 자신은 단순한 운동선수일 뿐인데 전국민의 행복이 자신의 승패여부에 달려 있다고 떠들어대면 제 컨디션조차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식의 공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식의 성적에 따라 기분이 개기도 하고 흐리기도한다. 누가 공부하는 학생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하지만 자식 입장에선 이해가 안된다. 자신의 성적이 왜 부모의 행·불행에 절대적 가치가 되는지를. 자신의 행복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자신의 행복을 박찬호에게 혹은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맡기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를 자신에게 되돌려야 한다. 차라리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