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중, 8백포인트 하락 예상 적중 ... 유연성ㆍ풍부한 상상력 강조

지난 7월초 종합주가지수가 1천 포인트를 돌파하자 언론기관들은 일제히 연말까지 1천2백에서 1천3백포인트까지 쉽게 오를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내로라 하는 증권전문가들도 한국증시가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그러나 모든 증시참가자들이들떠 있을 때 「주식형 수익증권의 유입금액이 계속 늘어나기 어렵고 주가가 조만간 하락할 것」이라며 일반투자자들은 기관들과 외국인들을 추격매수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바구니 든 아줌마가 객장에 오면 천장」이라는 증시격언처럼 국내 증시가 이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작은 경고의 목소리였다. 다수와 다른 견해를 피력한 전문가는 바로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기업분석실장. 결과적으로 온실장의 예상은 정확했다. 종합주가지수는7월 9일 1천27.93포인트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급기야 지난 10월 5일에 주가는 8백포인트가 무너졌다.최근 들어서는 온실장은 핵심 우량주를 저가로 살 수 있는 기회가왔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대우그룹 사태로 「11월 대란설」이 대두되고 외국인들의 순매도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과감히 「Strong Buy(적극 매수)」를 외친다. 단기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려고 하는 시점에서 주식을 사라고 강조한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의 내재가치는 대우그룹 사태에 별로 영향을받지 않았다는 판단이다.이것은 온실장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시장역행자(Market contrarian)」다. 종합일간지와 TV방송매체조차 주식관련 보도비중을 늘릴 때 「추격매수를 자제하고 주식을 처분하라」고 얘기한다. 반대로 객장에 빈의자가 늘어날 때 「좋은 종목을 저렴하게 살수 있다」고 매수의견을 피력한다.이같은 그의 투자관은 다양한 경험과 심오한 이론에서 나온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온 실장은 대학 졸업후 한미은행 심사부에서 기업 분석 기법을 배웠다. 그러나 대출상환능력을 중시하는 은행여신심사로는 진정한 기업가치를 산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미국 월가처럼 증권회사야말로 진정한 기업가치를 산출하고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던차에 동원경제연구소에서 경력직애널리스트를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했다. 1987년 5월의 일이다.◆ 동원경제로 옮기고 안목 넓어져동원경제연구소로 옮기고 나서 거시경제분석업무를 담당했다. 경제성장률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 등을 예측하는 업무였다. 이때의경험은 애널리스트들이 흔히 범하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후 석유화학(90년∼92년)금융업(93년∼96년)을 담당했다.은행업종을 담당하면서 온실장은 「시장역행자」의 기질을 유감없이발휘했다. 홍콩의 한국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에서 당시 참석했던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매수의견과는 달리 은행주를 팔라고 권했다. 경기후퇴로 부실채권이 급증할 것으로 보았다.결과적으로 은행주는 폭락했고 홍콩의 한국계 펀드매니저들로부터온실장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기에는 주변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 당시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은 기업분석을 한 후 투자하기 보다는 소문이나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에 대한 주가 차별현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온실장은 이같은 아쉬움이 IMF이후 현저하게 해소되었다고 들려준다. 이제는 국내증시가 기업의 실적과 국내외 경제변수를다소 시차는 있지만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온실장은 96년 10월부터 동원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을 책임지고 있다. 기업분석의 최대목표를 고객의 수익률을 제고시키는 시의적절한투자정보 제공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신규상장과 유상증자 그리고 해외증권 발행에 필요한 기업분석업무가 늘어나고 있다.이런 추세에 맞춰 부하직원들에게 논리적 정합성과 사고의 유연성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을 갖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유능한 애널리스트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논리적 정확성은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주장한다.온실장 스스로가 한국금융연수원과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기업의질적 분석」을 강의할 정도로 증권이론에 정통하다. 그렇지만 투자론이나 재무관리 교과서에 나오는 교조적 기업분석만으로는 국내기업의 정확한 적정주가를 예측하기 힘들다는게 오랜 경험에서 나온결론이다. 남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장역행자」로서의 과감한 발언도 이같은 확신에서 기인한다.온실장은 애널리스트를 기업이라는 실체와 이것이 주식시장에 반영된 이미지 즉 주가를 큰 오차없이 연결해 주는 전문가라고 정의한다. 그는 동원경제연구소를 기업실체를 가장 정확히 설명해 주는 전문가 집단으로 키우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