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기 '아이참' 주문 폭증, 기반잡아 ... 컴퓨터모니터용도 선봬

성당안은 조용했다. 이따금 수녀들의 아름다운 찬양소리만 들려올 뿐. 정성교(45)씨는성모마리아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과거의영화와 고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뜨거운눈물이 흘렀다.성당을 찾은 건 천주교에 귀의하기 위한 것.가족과 친지들이 오래전부터 권유했으나 뿌리쳤었다. 혼자힘으로도 얼마든지 세상을 살수 있다고 자부했기 때문. 그는 남부럽지 않게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한양대 기계과를나와 건설업체와 건자재업체 3개사를 운영했고 건자재부문 매출만 연간 2백억원이 넘었다.하지만 90년대 중반들어 건설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받았던 어음이 휴지조각으로변했고 이 여파로 결국 자신도 쓰러졌다. 가족까지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으며 몇달동안 방황했다.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다시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도와준자금으로 밑천을 삼았다. 종교에 귀의하니마음이 편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회사명은바우월드로 정했다. 영세명인 베드로(반석이라는 의미)에서 따온 것.◆ 절전에 전자파 차단 효과, 인기 급증이제는 자신만의 독특한 특허기술로 새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다. 그동안 해왔던 창호 철물 등 건자재 분야는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품목이어서 과당경쟁이 심했다. 그래서 택한품목이 절전제품.제품개발은 순탄치 않았다. 전문가와 함께연구를 시작했다. 1억원 가량 투입하면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개발비만 3억원이 들었다. 숱하게 밤샘작업을 했음에도 당초의 3배인 1년6개월이나 걸렸다. 완벽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마음가짐도 사업화가 늦어진 이유중 하나였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친구들의 도움이 컸고제품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전기는 곧 달러다.절전은 곧 달러절약으로 이어진다. 달러가얼마나 중요한지는 외환위기를 넘기면서 온국민이 몸으로 체득한 것 아닌가.이렇게 해서 마침내 「아이참」을 탄생시켰다. TV시청시 시력보호와 절전을 할 수 있는장치다. 센서와 절전회로 컨센트 등으로 구성된 제품이다.상당수 시청자들은 TV를 끈 뒤에도 플러그를잘 뽑지 않는다. 귀찮기 때문. 플러그를 빼지 않으면 대기전력이 소모된다. 이런 낭비를 막기위해 콘센트형 절전기를 만들어 플러그를 여기에 꽂도록 했다. 이 경우 대기전력을 평균 90% 이상 줄일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의 실험결과 20인치짜리 TV와 VTR 겸용 제품의 경우 대기전력이 시간당 6.6W에 이르지만 아이참을 사용하면 1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TV뿐 아니라 VTR 오디오 등도 적용할 수 있어 가구당 평균 1년에 7만2천원, 국가 전체적으로는 무려 1조원에 이르는 절전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게다가 아이참은 단순한 절전기가 아니다.센서가 부착돼 어린이들이 일정거리 이내로TV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꺼지게 설계돼 있다. 거리는 1, 1.2, 1.5m 3단계로 조절할 수있다. 가까이에서 TV를 시청하면 시력에 안좋을 뿐 아니라 전자파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1m만 떨어져도 전자파 위력은 급격히 줄어든다.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에너지절약마크를획득했고 특허도 출원했다. 산업자원부로부터 고효율기자재 인증도 받았다.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절전효과가 뛰어난데다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 앞다퉈 찾았기 때문. 전자파의 유해성이 점차부각되면서 주문이 급증했다. 지난 8월 출시한 뒤 9월에 대리점을 모집했는데 한달 동안50군데가 개설신청을 해왔다. 연말까지 1백군데를 모집하려던 계획은 바짝 앞당겨질 전망이다.『집안의 콘센트는 보통 TV 뒤쪽 후미진 곳에 있습니다. 빼거나 꼽기가 쉽지 않아 상당수 가정에서 TV코드를 항상 꽂은 상태로 사용하고 있지요. 이에따른 전력손실이 적지않다고 판단해 상품화했지요. 누구보다도 정부기관이 환영합디다.』◆ 호주 동남아까지 주문 밀려정사장은 올해 20억원, 내년에는 80억원 이상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중국으로 연간 1백만달러 이상 수출도 할계획이다. 당초 생각지도 않았던 호주 동남아 등지에서도 주문이 오고 있다.그는 TV용 절전기에 이어 노래방기기와 컴퓨터모니터용 절전기도 선보였다. TV용 절전기가 가까이 가면 꺼지는데 비해 노래방기기와컴퓨터모니터용 제품은 반대로 사람이 사라지면 저절로 꺼지게 설계된 것. 대기업이나국가기관은 한곳에서 보유한 퍼스널컴퓨터가수천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중 상당수가점심시간이나 일과후에도 그대로 켜져 있는경우가 많다. 전력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바우월드 제품을 사용하면 저절로꺼지며 사람이 가까이오면 다시 켜진다.절전효과를 감안하면 몇달만에 구입비를 뽑을 수 있다. 미아방지용 제품을 비롯해 아이참의 원리를 이용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일계획이다.『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여파로 원유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공장 근로자들이정성을 다해 만든 제품으로 어렵게 달러를벌어들이고 있는데 기름값으로 펑펑 나가는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요. 아이참이 이런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지 온 국민이 깊이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정사장은 정부부처와 에너지관련기관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격려가 사업에 큰 힘이 되고있다고 고마워하며 절전분야에서 큰 바위와같은 기업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밝힌다. (02)702-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