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일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대우그룹의 유동성위기가 표면화된 이후 계속 투자신탁회사에 맡겨 놓았던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가 하면 그로 인해 금리상승과 채권시장의 위축등 상당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골자는3가지다. 금리를 한자릿수로 유지하고, 투자신탁회사의 구조조정을유보함으로써 투신권을 안정시키며,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해 금융시장 불안의 근본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물론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금리안정에 대한 대책은 보다 구체적이어서 기대해 볼만하다. 지난 9월21일 발족한 「채권시장안정기금」을 통해 채권을 사들이고, 필요할 경우 중앙은행이 금융기관들이보유하고 있는 국공채를 무제한 매입함으로써 금리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말 회사채금리가 두자릿수로 올라가자채권시장안정기금이 개입해 한자릿수로 내려놓았다.채권시장안정기금은 정책결정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형식상 민법에근거한 조합이다. 기금설립에 참여한 조합원은 18개 은행과 22개 생·손보사, 그리고 은행연합회등 모두 41개 기관이 참여했다. 기금조성 규모는 20조원으로 잡고, 존속기간은 설립일로부터 2년 경과시해산토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총회의 결의가 있으면 조기해산 또는연장유지가 가능하다. 실제 기금운용은 은행연합회내에 설치된 사무국이 증권사에 위탁계좌를 개설해 직접 채권매매에 나서도록 돼있다.조합설립의 목적은 채권시장안정을 통한 금리의 하향안정화다. 말하자면 채권값이 떨어지면(금리가 오르면)채권을 사들여 가격을 올리는(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기금에 출연한 금융기관들도 손해볼 일이 없다. 값이 쌀 때 사들였다가높을 때 팔기 때문에 오히려 득이 된다. 그러나 그같은 논리는 채권시장이 장기안정을 되찾아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지속된다는 전제가충족돼야 성립될 수 있다.채권시장안정기금이 본격 가동되면 금리의 하향안정이 가능한가. 단정하기 어렵다. 금리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우사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우가 발행한 채권이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따라서 거래가 위축되면서 회사채시장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거나 처리방향이 분명해지지 않으면 금리안정이 어렵다는 얘기다.기금을 동원해 채권수요를 늘린다하더라도 단기적인 반짝효과에 그칠 우려가 있고, 자금동원능력도 오래지않아 한계에 봉착할 우려가있다. 과거 80연대말에 증권관계기관들이 설치 운영했던 증시안정기금의 전례를 보더라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다만 채권시장의 급속한 악화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일을 예방하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안정의 보다근본적인 대책은 대우사태의 조속한 수습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결론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땜질식 처방으로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식은 문제만 더욱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