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개방해 탄탄한 신뢰관계 구축 ... 설립후 2년째 흑자

박대용 CJ GLS대표이사(47)의 경영은 화려하지 않다. 그의 경영다이어리에는 6시그마경영이니, 지식경영이니 하는 고차원의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형처럼」 「자상한 오빠처럼」 등의 가족적인용어가 가득차 있을 뿐이다.경영스타일을 굳이 노래에 비유하자면 「랩송」이 아닌 흘러간 「트로트」다. 항상 먹어도 질리지 않는 된장국같은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박대표의 경영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6시그마니, 지식이니 하는 고차원의 경영기법은 아니지만 한국적인 경영기법으로도 국내 최고의 물류회사를 이끌고 있어서다.박대표의 한국적 경영 단초는 먼저 「벽이 없는」 경영에서 읽혀진다. 현재 이 회사에는 직원계층간은 물론 조직간에 벽이 없다. 언로가 막혀 있어서는 좋은 경영성과는 물론 최고 물류회사라는 경영목표달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은 근무 분위기가 좌우『좋은 직장의 기준은 다를 수가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봉급보다근무분위기가 좌우를 한다고 봅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해본결과 대부분의 직원들 또한 근무 분위기를 우선 순위로 꼽고 있더군요.』그래서 박대표는 지난해 3월 회사가 설립되자 솔선수범하고 나섰다.다른 사장들 같으면 취임과 동시 명패도 그럴싸하게 만들고 안락한소파의자도 집무실에 갖다 놓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장실을 직원들이 근무하는 층에 두고 집무실도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단지 직원들과 근무공간 구별을 위해 칸막이만을 설치했다. 집무실엔 안락한 소파대신 회의용 탁자를 갖다 놓았다.말이 사장실이지 그의 집무실은 직원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가이렇게 집무실을 꾸민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직책이 아닌 일중심으로 경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뒤 그는 벽없는 사장실을전직원에게 개방했다. 신입사원이든, 고참사원이든 누구든지 들어와이야기하도록 한 것이다.박대표의 벽없는 경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집무실을 개방하는것도 양에 차지않아 그 스스로 직원들에게 찾아가는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의 한국적 경영은 빛을 발한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직원들에게 찾아가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묻기도하면서 자신과 직원들간의 마음속 벽을 허물어 나가고 있다. 이때그는 사장이 아닌 「형」이나 「오빠」가 돼 대화를 이끈다.이런 경영이 성과달성에 무슨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CJ GLS에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정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할 일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제일제당에서 분사된 이후 이런 근무분위기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고 이를 통해 CJ GLS 경영지표는 해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법인으로 설립된 첫해인 지난해 6백35억원 매출에, 35억원의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또한 1천억원 매출에, 50억원의 흑자가 예상되고있다.『사실 사장으로서 저의 역할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어요. 직원들이열심히 뛰어주니 저는 그저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을 생각할 뿐입니다.』임원들이 서류복사를 할 때는 직원을 시키지 말고 직접 하도록 한것이나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면 고참사원을 1대1로 붙여준 것은 다이런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들이다.◆ 최고 주식가치 실현이 새천년 목표이와함께 박대표의 경영은 철두철미하게 「낮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출근과 동시 가장 먼저 배송센터를 찾아가 그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들에게 인사를 한다. 고객과의 접점은 바로 배송센터에서 일하는 인부들이고 이들이 가장 힘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일이 많을 때는 그는 사장실에 앉아 있지 않고 배송작업에도 직접참여한다. 지난 추석 때 각종 배달로 손이 모자라자 박대표는 직접배송작업을 했다. 또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물류센터를 방문할 때면승용차로 가지 않고 배송차를 이용한다. 조수석에 앉아 운전기사와이야기를 나누며 직원들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개선할 점이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박대표는 직원만족경영 못지않게 고객만족경영에도 경영력을 집중하고 있다.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주문처리 자동응답시스템을 구축한데 이어 올해부터 2개년 계획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24시간 웹주문체계구축에 나서고 있다.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CJ GLS는 종합물류선도기업으로서 위상을 보다 확고히 하게 된다. 어찌보면 박대표의 경영은 다소 촌스러움이느껴지지만 목표만큼은 야무지다. 벽없는 경영을 더욱 조직화, 특화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주식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그의 새 천년 경영목표다. 사내외에서 이 목표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