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320쪽/1999년/1만8천원

하루가 다르게 첨단 경영기법들이 등장한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경영혁신 전략도 심심치 않게 탄생한다. 6시그마, TQM, 리스트럭처링, 벤치마킹, ERP 등 이루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이런 것들이 나올 때마다 수많은 기업인들은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경영에 활용한다. 한때 대기업들 사이에 벤치마킹의 열풍이불었고, 요즘 들어서는 6시그마 바람이 기업들을 강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대열에서 빠지면 기업 자체가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올 정도다.하지만 우리는 이런 첨단경영 기법으로 무장한 세계적인 기업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사례를 종종 본다.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대목이다. 무엇 때문에 혁신적 경영기법의 선두주자이자 발원지인 이들 기업이 추락할까.이 책은 세계적인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첨단경영기법을 도입하지만 끝내는 시장지배력을 잃고마는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들을 다룬다.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시어즈백화점이 월마트 같은 허름한 창고형 점포에 밀리고, 데스크톱 PC의출현을 무시했다가 낭패를 본 이퀴프먼트사 등의 사례를 통해 왜 정상의 기업이 실패하는가를 탐구한다.이 책은 우선 혁신을 존속성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와해성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나눈다. 존속성 혁신은 기존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지는 혁신이고, 와해성 혁신은 이와는 달리 기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은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전혀 다른 성능을 요구하는 고객의 욕구에 맞춰 진행되는 혁신을말한다. 존속성 혁신이 지금 존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와해성 혁신은 새롭게 부상하는 내일의 고객에게 귀를 기울인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이 책은 바로 와해성 혁신에 주목한다. 잘 나가던 정상의 기업들이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은 와해성 혁신에 실패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존속성 혁신에만 관심을 둔 나머지 새롭게떠오르는 고객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아 결국 시장지배력을 잃고 만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시어즈백화점은 존속성 혁신을 통해 한때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할인판매점이나 홈센터와 같은 와해성 혁신의 산물을 간과해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게 됐다. IBM 역시 미니컴퓨터의 출현을생각하지 못하고 메인프레임 컴퓨터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느닷없이복병을 만났다.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경영을 잘못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들 기업들은 어찌보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을충실하게 고수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경영법이 더 많은 효과를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경영법이 때로는 비능률적일 수 있고, 미래의 새로운 고객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옳을 때가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제목에서 말하는 성공기업의 딜레마다.한국기업이 갖는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이 혁신 부족이다.요즘 같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혁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앞서 설명한 와해성 혁신이 할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권위적이지 않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요청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