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시에는 환매 유보해야 ... 비대우 부실채권도 변수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주부 김미자씨. 김씨는 오는 11월 10일 대우채권이 편입된 채권형 수익증권의 환매여부를 놓고 심각한고민에 빠졌다. 대우채권의 80%만 받고 나머지는 손실을 보더라도원금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정부약속대로 내년 2월까지 기다릴 것인지 고심중이다. 내년 2월 8일 이후 찾으면 대우채권의 95%를 지급받을 수 있다. 김씨는 증권사나 투신사 직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이들도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1월초에 찾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과 내년 2월초에 환매하는 것이 한푼이라도 손실을 줄인다는 주장으로 맞서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4가지 변수를 지켜보라고 충고한다. 즉 △대우채권의 지급보장 △비대우 부실채권처리방침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 △투신사 구조조정에 따른 유동성위험 등을 살펴본후 환매여부를 결정하라고 말한다. 정부의도대로금리가 하향안정되고 증권(투신)업계가 자율적으로 손실을 분담할경우에는 가급적 환매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정부방침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누가 대우채권을 지급보장할 것인가정부는 지난 8월 12일 대우채권이 편입된 채권형 수익증권의 환매제한조치를 발표했다. 대우채권이 편입된 채권형 수익증권의 비대우채권을 분리한후 대우채권에 대해서는 50%(8월) 80%(11월) 95%(2천년2월) 등 순차적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지급 대우채권에 대해서는 2000년 7월이후 시가로 평가해서 이익이 나면 돌려주겠다는것을 덧붙였다. 동시에 이같은 정부발표를 믿고 환매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언론과 증권사(투신사)들도 가급적 환매를 늦추는것이 일반투자자들이 손실을 적게 보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일반투자자들도 대우채권의 50%밖에 지급받지 못해 환매를 유보했다.그러나 대우채권의 80%를 찾을 수 있게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대우채권의 편입비율이 10% 미만일 경우 환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원리금을 찾은 후 내년 2월까지 종금사의 CMA(어음관리계좌)나 은행의 MMDA 등 단기상품에 예치하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우채권 편입비율이 높은 채권형 수익증권에 가입한 일반투자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첫번째 판단기준은 바로 대우채권에 대한 지급보장 여부다. 대우채권의 80%, 95%를 누가지급보장해 줄 것인지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증권업계와 투신업계가 자율적으로 손실을 분담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투신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의 원칙에 따라 증권사와 투신사가 자율적으로 손실을 분담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간의 입장조율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21일 투자신탁협회는 「위탁보수 배분비율로 하고 자본금 범위내에서 손실을 분담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반면 증권업협회는 「수수료 범위안에서 손실을 부담하되 위규사실이 있는 부분은 제외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를 7(증권사)대 3(투신사)의 비율로 분배한것처럼 대우채권 손실금도 이같은 비율대로 하자는 것이 투신업계의견해다. 반대로 증권업계는 고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대우채권을 편입한 책임을 투신사들이 추가로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존립이걸린 문제라서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증권사와 투신사간의 자율합의가 지연될수록 일반투자자들로서는 환매를 연기하기가 난처한 입장이다. 정부공언대로 처리될 가능성이높지만 최악의 경우 대우채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일반투자자들에게도 분담시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우채권의 지급보장 주체가 불확실할 경우 환매연기에 따른 위험은 커진다고 하겠다.◆ 비대우 부실채권에 대한 처리방침의 불확실채권형 수익증권의 수익률 하락을 가져오는 것은 비단 대우채권뿐만아니다. 비대우 채권중에서도 부도채권이나 투기등급채권이 상당수들어 있다. 이들 비대우 부실채권이 많을수록 수익률은 하락한다.심지어 원금을 까먹는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편입 채권중에서 비대우 부실은 7조2천1백25억억원에 달한다.일반적으로 채권형 수익증권은 국공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한다. 국채 통화안정채권 산금채 같은 안정성이 뛰어난 국공채에 투자하여은행 정기예금 수준의 수익률을 올린다. 여기다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는 회사채에 투자해서 「은행금리+α」의 수익률을 올린다. 회사채 발행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원리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 비대우 부실채권은채권시가평가가 적용되지 않아 채권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상태다. 이들 채권을 시가로 평가할 경우 펀드 기준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심지어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전문가들은 일반투자자들이 환매를 늦출수록 비대우 부실채권에서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채권형 수익증권이 지속적으로 환매될 경우 이들 비대우 부실채권의 손실을 환매를 연기한 일반투자자들이 떠안을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즉 투신사들이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기등급 채권을 매각해야 하는데 현재 시중에서는 펀드편입당시 가격으로 사줄 주체가 없다. 당연히 매입가격보다 3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해야 한다. 매입가격보다 싸게 매각해야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다. 이 손실을 증권사나 투신(운용)사가 떠안을지 아니면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전가시킬지가 불명확하다. 정부도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은 지급보장해 주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다. 결국 실적배당상품 특성상 일반투자자들에게 전가시킬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금리인상에 따른 평가손 우려11월초 환매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중 하나가 바로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부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금리상승은 채권형 펀드의 기준가격을 떨어뜨린다. 앞으로 금리가지속적으로 상승하면 환매를 연기한 일반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된다.물론 대부분의 채권형 수익증권은 시가평가가 적용되지 않아 금리상승에 따른 손실은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환매가이뤄질 경우 이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채권을 매각할 경우 손실은 발생한다. 보유채권의 편입시점보다 시중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에 손실이 불가피하다.그러면 금리인상에 따라 채권형 수익증권의 기준가격은 얼마나 하락하는가. 채권형 펀드에 편입돼 있는 채권의 잔존만기(듀레이션)는1.7년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금리가 1% 상승할 경우 투신권 전체적으로 2조 2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로 금리가 1% 하락하면 2조 2천억원 정도의 평가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관건은 매입당시보다 금리가 지금처럼 하락할 것인지 여부다. 여기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리상승이 가져올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가 금리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견해가 있다. 엄낙용 재정경제부 차관은 지난 20일 『은행들이 채권을 무한대로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반면 채권안정기금을 통한 정부노력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회사채 8%대, 국고채 7%대의 시중금리가 펀드멘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들 3가지 변수 이외에도 투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인출이 일시 제한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투신을 포함한 일부 투신사에 대해 공적자금 투입을 공언하고 있다.환매에 따른 유동성 부족 현상이 발발할 경우 국민세금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신탁재산에 대해 일정기간인출동결조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남투신과 신세기 투신에서 알수 있듯이 일부 급전을 제외하고는 한두달 동안 인출이 제한된다.연말 연시 급전이 필요한 시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감내하기 힘든고통일 것이다. 또 국내에서는 언론의 조명을 덜 받고 있지만 Y2K문제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완전해결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돌발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인정한다. 굳이 위험을 안고서 새로운 천년을 맞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이다.전문가들은 채권형 수익증권의 환매여부는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후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권형 수익증권 환매는 비단 대우채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환매를 유보하더라도 금리인상 가능성이나 비대우 부실채권 처리방침에 대한 추이를 주시하는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채권형 수익증권에 투자한 동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