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ㆍE-서비스 확대 ... 구조조정 통한 수익 제고

세계적인 컴퓨터 업체 휴렛팩커드(HP) 회장칼리 피오리나(44세.여).그녀가 21세기 HP를 재창조할 수 있을까.미국 유력지 포천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기업인」 1위로 2년 연속 선정한피오리나 회장이 지난 10월28일 방한, 서울신라호텔에서 7백여명의 국내 CIO(Chief Information Officer)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시대의 글로벌 인터넷 비즈니스 전략」에 관해 강연을 진행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이 자리에서 「21세기 HP 재창조」를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의 재창조 선언은 자사 주가하락과 어우러져 새로운 의문을 남겼다. 이를 반영하듯 4백억달러(한화 약 5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HP를 움직이는 맹렬 여성 피오리나가 한국을 방문하던 날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은 듯 보였다.20년을 근무한 루슨트테크놀러지를 떠나 HP로 옮기던 지난 7월과는 사뭇 상반된 분위기였다. 그가 자리를 옮긴 지 약 3개월후인 10월27일 HP의 주가가 4/4분기(10월말 결산)영업 실적 부진에 대한 증권사들의 분석이나오면서 13포인트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버리고 온(?) 루슨트사의 주가는 3/4분기(9월말 결산) 순익 50% 증가 발표와 함께 3달러 가량 오른 62달러로 마감됐다.이는 그가 떠나던 날 루슨트의 주가가 1달러87센트가 떨어진 반면, 그를 받아들인 HP의주가는 2달러86센트가 올라 세계 정보통신업계에서 그의 무게를 실감케 했던 지난 7월과는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그가 CEO(최고경영자)로 임명된 후에도 90∼1백달러에 육박하던 HP 주가는 3개월여만에 65∼70달러 선에서 맴돌았다.이로써 2백억달러 규모의 루슨트 글로벌 사업부문을 커버했던 그가 4백억달러 규모의 HP에 참여해 치른 3개월여에 걸친 첫 시험은그의 의도와는 달리 낙제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에 대한HP의 입장은 다르다.HP측은 그가 루슨트를 떠나 HP로 온 시기가과도기인 만큼 현재 HP의 4/4분기 결산 성과와 그와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는 분석을내놓고 있다. 또한 그가 CEO로 임명된 이후90여일은 경영자 수업 과정을 거쳤던만큼 HP의 4/4분기 실적에 대해 그가 영향력을 미칠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피오리나는 기자회견에서 자사의주가가 현재 강한 압박을 받고 있으나 곧 나아질 것이며 4/4분기 영업실적 부진은 대만지진의 영향으로 입었던 손실을 만회할 수있는 기회를 잃은 채 99회계연도를 마감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현시점에서「자신의 영입이 HP에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식의 잣대로 자신의 무게를 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그는 CIO 포럼 강연을 통해 『HP는 새롭게태어날 것이며 인터넷 비즈니스와 E-서비스가 그 핵심에 자리잡을 것』이라며 「21세기HP의 재창조론」을 펼쳤다. 그는 변해야 위대해질 수 있다며 HP는 전통적인 강점 유지에 노력하는 동시에 그외의 모든 것은 새롭게 창조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녀 역량에 HP향방 달려그 일환으로 그가 한국 방문을 통해 가장 강조한 부문은 HP의 주력 사업분야에 인터넷이자리잡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비즈니스 1단계에선 전자상거래를 위한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제공하고, 2단계인 현시점에선「E-서비스」라는 비전을 통해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혀 재창조 의지를 분명히 했다.사실 피오리나가 루슨트에서 캐리어를 쌓은분야는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에게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대상의 글로벌 서비스프로바이더(공급부문) 쪽이었다. 하지만 HP엔 컴퓨터와 프린터 등 일반 유저 대상의 사업이 많은만큼 그의 수완이 얼마나 효력을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지적이다. 그가 CEO로 임명된 이후 3개월간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대만 지진 등의 환경적 영향도 있겠지만 북미 유닉스 서버 시장의 실적 저조 등으로 뉴욕증시의 기업 분석가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만은사실이다.이에 대해 피오리나는 최근엔 소수이긴 하지만 50명의 북미 영업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며 한편으론 새로운 인센티브제를 도입, 영업력 강화에 적극 나서면 실적이호전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그의 역할이 HP의 수익구조 개선보다는 새 HP와 애질런트 테크놀러지스(Agilent Techno-logies, CEO 에드워드 반 홀츠)의 분리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수익성을 대폭 개선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95년 AT&T의 통신장비 분야(현 루슨트테크놀러지)의 분리 작업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고이후 이 부문의 성장에 큰 기여했기 때문이다.지난 1일자로 HP와 애질런트의 공식 분리가선언되긴 했지만 양사의 분리작업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약 5개월간의 시간이필요하고 이 시기에 피오리나 회장의 역할이필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분리가 완료되면새로운 HP는 컴퓨팅 시스템 등에서, 애질런트는 계측기 등의 분야에서 역량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그의 비즈니스 역량이 어떻게 발휘되느냐에 따라 HP의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그는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HP의 한국에 대한 투자 「약속」만은 변하지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을 떠났다. 피오리나가 HP 분리 작업과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21세기 HP의 행로는 물론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그의 활동에세계의 시선이 모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칼리 피오리아 회장과 HP / 아르바이트에서 CEO까지대학생 아르바이트 비서에서 25년만에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른 여성이 칼리 피오리나(Carleton(Carly) S. Fiolina)다.그는 세계 최대 통신업체인 AT&T에서 20년을 근무하고 지난 7월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 가운데 하나인 HP의 신임 CEO로 선임된 인물이다.그와 HP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탠포드의학생이었던 그는 방학을 이용해 HP의 한 부서 비서로 아르바이트를하면서 첫인연을 맺었다. 25년이 지난 후 아르바이트 비서에서 최고의 위치인 CEO에까지 오른 것이다.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출생한 그는 스탠포드대학에서 중세역사와 철학을 전공하고 메릴랜드대학 경영학 석사와 MIT 슬론 스쿨에서과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80년 AT&T에 입사해 아틀란틱/캐나디안 지역 총괄사장, 북미지역 총괄사장 및 글로벌 서비스 프로바이더 사업부의 사장을 역임했다. 이어 HP로 옮기면서 미국 30대 기업 첫 여성CEO, HP의 첫 외부 영입 CEO 등의 기록을 세우면서 본격 역량 발휘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HP는 1939년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 등 2명이 현재의 실리콘밸리 지역의 자동차 창고에서 연구를 시작, 98년 회계연도 현재 컴퓨터 및 계측기 부문에 12만4천6백명의 직원과 4백71억 달러 매출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