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비용도 대폭 절감 ... 개혁 실행력ㆍ신기술 개발이 관건

『서프라이어는 전략적인 제휴를 세계 규모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르노에서 파견된 닛산자동차의 카롤로스 곤 최고 집행책임자(COO)는 10월19일 오전 1천여 부품 소재메이커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재생플랜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천1백45개에 이르고 있는 거래선을 2002년까지 절반선인 6백개 이하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거래선의 분발을 강력 요구한 것이다.「타협은 없다」. 곤 COO는 18일 과거와의 차단을 겨냥한 발본적인재생계획을 발표했다. 완성차 주력생산 거점인 무라야마공장(도쿄도 무사시무라야마시)과 관련회사, 닛산차체의 교토공장 등 5개공장을 폐쇄키로했다. 전체 사원의 14%인 2만1천명을감축시키기로 했다. 부품소재 거래선의 절반 정도를 감축시킬 예정이다. 보유주식의대부분을 매각할 방침이다. 공장폐쇄 계열해체 등 성역까지 예외없이 손을 댔다. 이를 통해 2001년3월까지 흑자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그는 총비용의 60%를 차지하는 구매비의 삭감은 무엇보다 중요한목표라고 강조했다. 르노 수석부사장 시절에도 그는 부품구매 방식을 개혁했다. 가격경쟁력 기술 등이 우수한 부품메이커를 선정, 차개발단계부터 공동으로 비용절감에 나서 97년, 98년 2년 연속으로 8%씩의 부품 구매비를 절감했다. 이는 르노경영재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닛산은 「기술 코스트 품질 납기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방침에 따라 거래기업 선별에 나섰다.부품 자재 거래선만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아니다. 물류 등 다른 분야의 거래선도 절반으로 감축시킬 방침이다.곤 COO는 계열기업이나 관련기업의 보유주식과 관련, 『닛산의 장래로 볼때 불가결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룹의 핵심이아닌 기업의 주식은 매각할 것임을 시사했다.닛산의 개혁으로 부품 메이커들이 더이상 계열관계로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완성차 메이커를 정점으로 부품메이커 등이 피라밋 구조를이뤄온 자동차 업계의 기존 계열화 구조의 붕괴가 불가피해졌다.『이 정도의 고통과 희생은 필요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믿어야 한다. 달리 선택여지가 없다.』 곤 COO의 경영수법은 당근과 채찍을 사용한 심리장악이다. 발본적인 리스트럭처링을 하는한편, 미래의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6월말에 취임한 곤COO의 재임기간은 약1백일. 그 사이에 재생계획을구상해 가면서도 사원에게 플랜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고심했다.취임직후 인사부안에 사내홍보조직인 「커뮤니케이션그룹」을 신설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동시에 모든 사원에게 전달될 수있는 방법을 연구토록 했다.올 7월 르노간부가 일본을 방문, 닛산노조측과 정보교환을 했다. 그때 르느측 간부가 『곤씨는 신뢰할 수 있는 남자다. 그를 지지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벨기에 공장폐쇄를 포함, 대규모구조조정을 지휘한 곤씨가 르노 노조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와 사장과 슈바이처 회장은 20일 제휴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슈바이처 회장은 98년말 기준으로 9.1%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10%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경영 스피드 높이는 일도 과제두 회사는 부품 공동구매로 2002년까지17억달러를 절감키로 했다. 2010년까지 플랫폼(차대)을 10개로 줄이기로 했다. 닛산의 6기통엔진과 무단변속기를 르노차에 탑재키로 했다. 유럽에서 유통망을대형 딜러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멕시코의 닛산공장과 판매망을활용, 르노차를 생산 판매하기로 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닛산판매망을 활용, 르노차를 판매키로 했다.닛산은 20일 지바 마쿠하리에서 열린 도쿄모터쇼의 부스에 「닛산르네상스」라는 광고캠페인 로고를 내걸었다. 곤COO는 이날 설명회에서 『닛산이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르네상스란 새롭게 태어난다는것 다시 말해 부활을 의미한다. 보다 젊게, 대담하게 변해간다.닛산이 과연 재생할 수 있을까. 그 최대의 과제는 개혁의 실행력이다. 닛산은 2000년도에 흑자실현을 내걸었다. 그러나 리스트럭처링에 따른 특별손실이 금년도의 2천억엔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라야마공장을 폐쇄할 경우 내년에도 특별손실의 계상이불가피하다.라이벌을 추격할 수 있을 정도로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는 것도 과제의 하나다. 이번 재건책에는 1년반전에 발표된 것이 많이 포함돼 있다. 지난번에도 재건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재건책을 어느정도 스피드로 실천에 옮기느냐가 관건이다. 목표로 잡은 연결 영업이익률 4.5%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는 할수 없다. 엔진이나 구동계부품의 통폐합등 제2, 제3의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기업문화의 차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의 하나다. 『르노에는 자동차도 백색가전과 동일한것 같다. 』 르노화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닛산측의 불만이다. 닛산은 「기술」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에대해르노는 저코스트와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르느측은 최근 이스즈자동차에서 승용차 「제미니」등을 개발한 디자인전문가 나카무라씨를영입했다.재건3개년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마찰이 일어났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차를 투입해 어쩔 것인가.』 르노 근무때부터 곤씨의 심복이었던 패트릭페러터부사장은 내년봄 상품화할 예정인 하이브리드카 「티노 하이브리드」개발을 중지시켰다. 닛산은 티노를 당초 도요타보다 1년뒤인 지난해말에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행성능부진 등 문제 해결을 위해 계획에 차질을 빚고있었다. 그런데 이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만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가면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엔진으로는 대응하지 못한다. 그때에 대비, 티노는 필요한 기술이다』는게 닛산측 지적이다.이뿐만 아니다. 대량감원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인원감축은 노조와의 원만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매스컴들이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경영실패로 직장을 잃은 사원들에 대한 보상과 재취업 알선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오쿠다 도요타자동차회장은 『최강도의 비상대책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그만큼(사원2만1천명)삭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와사장을 비롯한기존 경영진에 대한 책임문제도 불거져나올 전망이다.곤류개혁이 닛산과 르노연합을 세계자동차전쟁의 주역으로 거듭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