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군대 생활에서 가장 큰 기쁨 중의 하나는 위문 공연이다. 2~3주전에 공연 스케줄이 내려오면 그때부터 내무반은 들뜨기 시작한다. 혹시 공연일에 보초라도 걸리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공연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위문공연에 군인들이 보내는 성원은 대단하다. 부대에 공연 오는 사람들은 인기절정인 사람보다 대부분 한물간 연예인인 경우가 많지만 그런 것에 워낙 굶주린 사람들이라 개의치 않는다. 관중들이 열렬하게 반응을 하니 무대에 있는 사람들도신이 나서 노래를 더 열심히 부르고 춤을 춘다. 최고 수준의 공연이아니라도 열광적인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그런 관객의 반응에따라 공연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코미디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하기 힘든 나라는 없을 것이다. 쓰러지고 넘어지는 코미디는 저질이라 안되고, 정치인 성직자 특정 직업에대한 풍자는 그쪽 눈치 보느라 못하고, 그야말로 차떼고 포떼고 장기두는 격이다.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거니와 점잖음을 미덕으로 알고살아온 우리들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팔짱을 끼고 비스듬히 누워 『너희들 재주 있으면 나 한번 웃겨봐』하고 있으니 무슨 재주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돈을 내고들어간 유료 코미디 클럽은 다르다. 들어온 관객은 웃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들어왔고, 웃기는 코미디언도 공중매체와는 달리 소재에제한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흔쾌하게 웃는다.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컨설팅을 하는 것은 곤혹스런 일이다.회사가 어려워 사장은 컨설팅을 받고 싶다는데 실무자들은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이다. 『왜 오셨습니까, 이런 것 해야 소용이 있습니까, 몇번 받아봤는데 다 그 소리가 그 소리던데요….』 하는 반응을보이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피곤할 뿐이다.반면 상대방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물어보면 일이쉽다. 『사실 저희 회사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지만 잘 안되는데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요, 새로 나온 경영기법이 있던데 혹시 거기에 대해 아십니까….』그런 식으로 모든 사실을 설명하면서 뭔가 쾌도난마할 해결방법을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나 자신도 정신을 차리고 같이 주의집중을 하게 된다.요즘 기업경영에서 제일의 화두는 지식사회다. 일하는 개념을 끊임없이 개선, 개발, 혁신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개인이 가진 지식을 조직의 지식으로 바꾸자는게 대강의 요지다. 하지만 그전에 할 일은개인과 조직이 호기심을 키우고 배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엘리트가 많이 모여 있고 지식사회에 대해 가장강조를 하는 대학과 언론이 운영자체는 원시적이라는 것은 무엇을의미할까. 아마 더 이상 배울게 없다는 교만이 그런 결과로 나타난것일 것이다.음악회에서는 음악 들을 준비를, 코미디를 볼때는 웃을 준비를, 지식사회에서는 배울 준비를 하여야 한다. 그것이 지식사회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