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의 컴퓨터제조업체 휴렛 팩커드사 이사회는 칼리 피오리나를 최고경영자(CEO)로 만장일치 선출했다. 경제잡지 <포천 designtimesp=19107>이지난해와 올해 연속해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기업인」으로 선정한 그가 CEO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월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휴렛 팩커드를 변화시킬적임자라는 평가속에 주가가 1.9% 상승했다.최고경영자가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 예다. 피오리나뿐만 아니다. 지난 97년4월 마이클 암스트롱회장이 AT&T사의 CEO로 영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5% 이상 급등했다. 이보다 앞선 93년10월에는 조지 피셔 전 모토롤라 회장이코닥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코닥주가는 57.3달러에서 62.25달러로 상승했다. 단 한명의 CEO가 기업가치를 5백억달러 이상 증가시킨 셈이다.취임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임기중 탁월한 경영능력으로기업가치를 수십배 상승시킨 경우도 있다. IBM의 거스너 회장은 6년동안 시가총액을 2.2배 확대시켰다. 포드자동차의 트로트만 회장은5년 동안 주가를 1.3배 끌어올렸다. 코카콜라의 고이주에타 전회장도 취임초 경쟁사인 펩시사와 엇비슷하던 시가총액을 30배 이상 벌려 놓았다.CEO의 능력에 따라 기업가치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예는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만큼 유능한 CEO를 보유하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것은 당연지사. 미국 일반인들의 77%가 CEO를 보고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재가치, CEO 능력보고 판단국내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유능한 CEO를 확보한 기업의 주가는 상승 탄력이 돋보인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수익성 영업성 등 내재가치에다 CEO의 능력을 주된 판단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김정태 주택은행장이다. 동원증권 사장시절부터 무차입 투명경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은 그가 행장으로 취임하면서주택은행의 주가는 「CEO 프리미엄」을 톡톡히 얻고 있다는게 기관투자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글과 컴퓨터의 전하진 사장도 취임1년3개월만에 주가를 14배 이상 상승시켰다. 대유리젠트증권의 고창곤 사장도 1년만에 회사가치를 7배 가까이 키웠다.물론 아직까지 국내에서 「CEO 주가」는 다소 시기상조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스톡옵션을 제공한 일부기업에 한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삼성그룹과 LG그룹 등이 주가상승률 등을 CEO 평가의 주된 항목으로 채택하면서 조만간 경영자 성과평가 기준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인정한다. CEO의 능력과 시장가치에 따른 기업주가의 차등화가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재벌지배구조 개편이 현실화되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박광서 타워스 페린 지사장은 분석한다. 그는 『삼성그룹이 CEO 성과 평가에서 주가관련 항목을 30% 이상 책정하는 등 CEO가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주주경영 수익성경영이 새로운 경영형태로 자리잡아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희 삼성회장 최고가국내 기업인들이 거래되는 사이버 주식시장(www.ceostock.com)에서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은 현재 관리대상 종목이다. CEO의 역할이 그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에서 계열사 주가관리사건으로 구속된 것이 관리대상 종목으로 선정된 이유다. 10월29일 종가는 9천1백60원.29일 현재 CEOstock 시장에는 1백명의 전문경영인과 50명의 벤처기업인 그리고 50명의 그룹오너들이 등록돼 있다. 1부시장은 전문경영인 출신의 CEO들이 거래된다. 금융과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CEO들이매매된다. 29일 현재 최고가는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곽치영 데이콤사장이다. 이들의 29일 종가는 각각 1만8천4백60원이다. 2부시장에는 50명의 벤처기업 CEO가 거래된다. 안철수 바이러스의 안철수 사장이 선두를 차지했다. 29일 종가는 1만7천9백60원. 50명의 그룹오너들이 거래되는 3부시장에서 최고가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다.이회장은 29일 현재 2만9백60원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