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인하ㆍ소비증가세 '호재많다' ... 마케팅 전략 가다듬고 한판승부 별러

국내 양주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0%에 달하는 양주세율 인하,진로발렌타인 설립과 경쟁사 핵심인력 스카우트 등 최근 들어 업계를 긴장시키는 일련의 일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IMF 이후 크게 줄었던 양주소비가 다시살아나면서 업체들이 마케팅력을 강화하는 등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연출, 한바탕 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내년 1월부터 시행될 양주세율 인하 조치는 일단 업체들에는 큰 호재로 평가받는다. 1백%나 되던 주세가 80%로 줄어들면서 소비자가가내리고, 이것이 소비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특히업계 일각에서는 소주세율이 35%에서 80%로 두배 이상 크게 올라 반사이익도 기대된다고 설명한다.두산씨그램과 진로 등 관련 업체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활력소역할을 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종태 두산씨그램 마케팅팀장은 『양주의 주세 인하로 약 2~3%의 매출 신장이기대된다』며 『어찌 보면 적은 수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려다보면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양주업계의 시장 점유율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단 1~2%라도 놓칠 수 없을 만큼 아주 중요하다는 얘기다.진로와 얼라이드 도맥의 합작사인 진로발렌타인의 출범 역시 업계의판도를 뒤흔들 빅카드로 평가받는다. 진로의 양주사업부를 때어내홀로서기에 나설 진로발렌타인은 외자유치를 통해 확보한 넉넉한 실탄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진로발렌타인이 공식 출범하는 12월을 전후로 해서 한바탕회오리바람이 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터진 스카우트건은 경쟁을 한층 부추기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판매전이 막 가열되기 시작하는 시점에벌어진 일이라 이전투구식의 싸움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발단은 새출발을 하는 진로발렌타인에서 최근 두산씨그램의 전략팀장으로 근무하던 김모 부장을 스카우트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스카우트의 대상자가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전체적인 움직임을 꿰뚫고있는 부서의 팀장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카우트 당사자인 진로쪽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주장하지만 핵심인력을 뺏긴 두산씨그램 진영에서는 상도덕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어쨌든 두산씨그램, 진로 등 각 업체들은 이번의 스카우트 문제를 계기로 집안단속을 강화하는 한편으로새로운 판매전략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회복세로 돌아선 양주소비 역시 양주업체들의 분발을 촉진시키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떨어졌던 양주소비량이 올해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고 잇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가인 프리미엄급 양주의 소비가 크게늘어 마케팅 담당자들을 크게 고무시키고 있다. 신흥철 진로 양주마케팅부장은 『일부 프리미엄급 양주는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며 『이런 추세로 나갈 경우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국내 양주업계는 두산씨그램과 진로가 양분하고 있다. 각각 43%와 3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전체 시장의 78%를 장악하고 있다. 이밖에 하이트맥주 계열인 하이스코트가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2개사의 힘에 밀리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국내 양주시장의 양대 세력으로꼽히는 두산씨그램과 진로가 전환기를 맞아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준비하고 있을까. 최근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양사의 마케팅전략을살펴본다.◆ 두산 씨그램업계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두산씨그램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핵심인력이 경쟁사에 넘어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스카우트와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최근 들어 두산씨그램이 마케팅 차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은 양주의 저변확대로 요약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술로 자리를 잡아야 회사의 매출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고종태 마케팅팀장은 『지금의 양주시장은 3%의 사람이 50%를소비하는 구조로 아주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며 『조금씩마시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술로 만드는데 판촉전략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두산씨그램은 일차적으로 씨그램스쿨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칵테일 만드는 과정 등을 교육하는 씨그램스쿨을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양주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시킨다는 방침 아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수료생들에게는 양주를 취급하는 업소로의 취업도 적극 알선, 양주 즐기기 문화 확산의 첨병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구체적인 마케팅 차원에서는 칵테일이나 잔술을 파는 웨스턴바 등을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얼핏 보기에는 칵테일 등을 주로 팔기 때문에 소비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판단이다. 웨스턴바의 경우 서울에만도 2천~3천개로추산될 정도로 많아 양주 소비량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양주가소비자들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페스티벌 형식의 이벤트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행사를 적극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일부 행사엔 협찬사로 참여,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많은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진로진로는 오는 12월 새롭게 탄생할 진로발렌타인에 많은 기대를 걸고있다. 그동안은 자금여력이 없어 제대로된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으나 앞으로는 같은 조건 아래서 레이스를 벌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실무진들은 진로의 부도 이후 광고와 판촉행사등을 거의 못했으나 앞으로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많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일단 진로는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인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진로발렌타인 출범과 함께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발렌타인을새로 취급할 수 있게 된데다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경우 적잖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흥철 양주마케팅부장은『회사가 어려운 상태에서도 36% 선을 유지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면 많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우선 연말까지 목표는 전체 시장의 45%를 장악하는 것으로 잡아놓고있다. 발렌타인의 기본수요에다 다른 데서 조금씩만 올리면 가능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어 내년에는 여기서 5% 더 늘려 전체의 절반을 점유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지금 입장에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측은 충분히 이룰 수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진로가 보유하고 있는 세일즈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진로는 자사 양주 가운데 임페리얼의 활약에 많은 기대를 거는 눈치다. 양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만큼 투자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있다.진로 경영진은 요즘 잔뜩 고무돼 있다. 다른 무엇보다 투자가 가능해진데다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 역시 외자유치가 마무리된만큼 이제는 안정된 직장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다. 앞으로 진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는대목이다.★ 브랜드별 양주시장 점유율 / 빅3, 전체시장 76% '장악'국내 양주시장은 빅3로 불리는 임페리얼, 윈저 프리미어, 딤플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세개의 브랜드는 올해1~9월 집계 기준으로 각각 31.8%, 23.5%, 2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전체의 76% 가량을 차지했다.이어 패스포트와 썸싱스페셜이 8.5%와 7.5%의 점유율로 4위와 5위를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시바스 리갈(2.4%), 칼튼 힐(1.8%), 로비 듀(0.7%), 조니워커B(0.6%)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분석된다. 이밖에도 많은 양주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으나 그 양이많지 않아 통계를 잡기가 어려운 형편이다.주요 양주를 업체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두산씨그램은 윈저 프리미어, 패스포트, 썸싱스페셜, 시바스 리갈 등을보유하고 있다. 주당들에게 인기있는 스테디셀러를 다수 보유하고있는 셈이다. 또 2위인 진로는 임페리얼을 포함해 칼튼 힐, 로비 듀등을 자사 브랜드로 갖고 있다. 또 하이스코트는 딤플과 조니워커B를 보유하고 있다.한편 국내 양주시장은 최근 들어 프리미엄급 양주의 소비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스탠더드급은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지난 9월까지 프리미엄 양주는 전체적으로 71% 늘었으나 스탠더드는 2.8% 정도 낮아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