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관리능력 제고ㆍ투자자 신뢰회복 시급
대우그룹 사태와 투신사 구조조정이란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한국경제 특히 금융부문이 경쟁력을 구비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맥킨지는 금융부문의 현안으로 △투신사 구조조정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신축적인 적용 △정부출연 신용보증기금의 점진적 철폐 △배드뱅크(Bad Bank)의 설립 등을 제기한다. 중장기 과제로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을 위한 투자환경구축 △강력한 자본시장 육성△위험관리능력 제고 등을 언급한다.맥킨지는 투신사 구조조정의 핵심은 자산운용 실패의 책임을 투자자와 투신사들이 1차적으로 부담하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증권사 투신사들이 투신상품을 저축상품으로 판매한 책임은 있지만 부도채권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자기책임 아래 주식과 채권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투신사들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설명이다. 물론 4일 발표된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이 그동안의 관행과 타협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시키지 못하는 금융당국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과 잇단 타협은 구조조정의 성과를 퇴색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은행권에 대한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도 유연하게 적용하라고 권한다. 이번 대우그룹 사태로 국내 시중은행의 BIS 비율이 평균 9.8%에서 7.8%로 하락할 것이라고 본다. 3~4개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8% 기준을 맞추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그러므로 8%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8%를 연차적으로 충족시키겠다는 계획만 확실히 밝히면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현시점에서 필요한 정책이라는 조언이다.부실채권 처리 전담은행 즉 배드뱅크(Bad Bank)의 조속한 설립도 권하고 있다. 대우 계열사의 워크아웃으로 추가 발생하는 부실채권을떠안아 은행권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부실은행은 과감히 청산하거나 합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행권의 제2 인수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맥킨지는 또한 정부가 은행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발연대 시대 정부가출자한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은행이 담당해 온 업무는 자본시장에 넘기는 것이타당하다는 견해다. 가령 중소업체나 벤처기업 등에 대한 지원은 「펀드」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배드뱅크 조속한 설립도 권장맥킨지는 또한 정부출연 신용보증기금들의 점진적 폐지를 주장한다.내년까지 추가로 4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서울보증보험을비롯해서 각종 정부출연 신용보증기관의 자체 심사역량을 개발하라고 권한다. 이들 보증기관의 존재로 은행이나 신용평가기관의 여신심사능력이 발전하는데 장애로 작용했다는게 맥킨지의 분석이다.이들 단기대책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다음 중장기적인 대책을 착실히 집행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중장기 대책의 핵심은 바로자본시장 육성과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능력 제고이다. 두가지 현안을 해결해야 한국금융산업의 경쟁력은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맥킨지는 은행중심에서 증권업 투신업 위주로 금융산업을 재편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신용에 따라 자본조달비용이 결정되고 최고경영자들의 경영성과도 주가로 평가받아 자연스럽게 투명경영 수익성경영 등이 정착될 것이란 입장이다.자본시장의 성장은 또한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할수 있다. 주주와 채권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최고경영자들은 이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재벌총수들도 지분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기가 힘들어진다. 이같은 경영이 정착되면 선진기업들처럼 지배구조의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맥킨지는 자본시장의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채권시가평가제를 조기에실시하라고 권한다. 맥킨지는 또한 한국금융기관의 취약점중 하나가바로 리스크 관리능력의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대다수 금융기관들이운용자산의 만기불일치나 금리위험 환율위험 등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한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한다.맥킨지는 이같은 금융부문의 장단기 과제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개혁원칙들이 어떤 이유에 의해서든지 왜곡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개혁원칙이 현실과 타협할수록 한국경제의 회복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게 맥킨지 보고서의 골자다.★ 인터뷰 / 서울사무소 파트너 최정규씨 인터뷰"개혁 늦추면 외환위기 재발 할 수 있어"『대우그룹과 투신사 구조조정 등 이번 기회에 한국경제의 현안에대해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개혁을 늦출수록 언제든지 금융외환위기는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맥킨지 서울사무소의 최정규 파트너는 대우그룹 사태로 야기된 금융과 기업부문의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지 않으면 금융위기는 재발할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쩡쩡한 타협책으로는 선진금융기관과 경쟁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외부환경이 악화되면 또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한국경제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풀었다고 생각한다.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힘들겠지만한국경제의 현안에 손을 댔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한국경제는 대우그룹 해체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기업부문과 금융부문을 보다 철저히 개혁해 나가야 한다. 자본시장 육성과 리스크관리능력의 제고 그리고 수익성 위주의 경영 등을 정착시켜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들에 모두 적용되는 원칙이다. 재벌총수들도 지분이상의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요구된다.대우그룹 사태는 이같은 개혁작업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켰다는데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대우계열사 워크아웃으로 은행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은행권이 대우그룹 사태로 안게 되는 부실여신을 반영할 경우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5∼5.6% 정도 하락할 것이다. 그럴 경우 소수의 은행만이 보다 엄격한 국제 수준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충족시킬 것이다. 이것은 국내 시중은행들의 이합집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맥킨지그룹에서는 대우사태 이후 한국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는가.3가지 경우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그룹과 투신사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미국경제의 호황이 이어지고 중국위안화절하가 없는 경우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새로운 단계로 쉽게 진입할수 있다. 이럴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6%, 금리는 10%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위안화 평가절하 등이이뤄질 경우 이보다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본다. 3%의 경제성장률, 15%의 금리 등을 예상한다. 국내외 변수가 최악으로 전개될 경우 한국경제는 또다시 금융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어느 길을 가느냐는 한국정부와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