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비중 아직은 낮아 ... 성장 잠재력은 무한

최근 몇년새 신문과 잡지는 디지털경제와 정보기술(IT)혁명, 인터넷시대에 관한 기사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IT기업의 광고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IT기업들은 S&P500 지수 총액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11월1일부터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 산정 기준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SBC커뮤니케이션이 새로 포함되었다. 멀지않아 첨단기술산업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지난 10월28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새 회계기준은 IT 부문이 미국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새 회계기준에는 지금까지 비용으로 분류돼온 기업의 소프트웨어에 대한지출이 투자로 분류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최근 몇년간의 IT 투자 외형이 늘어나고 미 경제성장률 역시 높아진다.하지만 「신등장」 경제 규모 산정에는 통계상의 함정이 도사리고있다. OECD는 최근 「지식기반 경제」에 가장 후한 점수를 매긴 통계치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선진국 총생산량 가운데 지식기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1%나 된다.(지난 85년은 45%) 하지만 이수치는 기술과 인적자본 투입량에 비교적 민감한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너무 광범위해서 그냥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여기에는 컴퓨터와 통신 외에 자동차, 화학, 보건, 교육산업 같이 「신등장」 경제로 부르기 어려운 부문까지 「지식기반 경제」에포함돼 있다.미 상무부는 지난 6월 조사에서 디지털경제(컴퓨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와 통신산업)의 비중이 올해 미 GDP의 8%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망스러운 결과는 또 있다. 미국의 94년이후 실질GDP 누적총액에서 IT의 비중이 불과 35%라는 조사결과는 「디지털 맹신주의자들」을 낙담시키기에 족하다.최근 나온 골드만삭스 분석보고서는 한발 더 나가 미 상무부의 「신기술」 분류 자체도 너무 광범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몇십년 전부터 존재해온 기초통신서비스라든가 텔레비전, 라디오, 가전제품들까지 「신기술」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것을 빼고 계산할 때 컴퓨터와 통신기술 부문은 GDP의 5% 정도로서, 90년의 2.8%에 비하면 급증세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GDP 비중으로 볼 때 자동차산업보다는 크지만 보건, 금융 부문보다는 작은 규모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GDP 비중이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세계 전체로 볼 때신기술 부문은 GDP의 3~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인터넷 부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통계에는 AOL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소매업체가 모두 포함돼 있다. 다만 아직 미미한 규모에 불과한 인터넷전자상거래는 제외됐다. 미국내 전자상거래는 2003년에 1조5천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인터넷 컨설팅사인 포레스터리서치가 전망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면 GDP대비 13%가 될 것이라고 인터넷주의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금액을 전자상거래 규모로 계산하면 착각이다. 전자상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는 인터넷과 무관하게 생산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판매로생기는 부가가치(다시 말하면 GDP대비 비중)는 거래규모보다 훨씬작은 GDP의 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상품에 비해 하락세신기술 부문이 실질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크기를 계산해봐도 결과는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IT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금액으로 환산)은다른 상품, 서비스 가격에 비해 가파른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미 상무부는 지난 4년간의 경제성장 전반에 대해 신기술 부문이 35%정도를 기여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기껏해야 10%정도로 보고 있다.골드만삭스는 기업의 컴퓨터 투자를 현재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자본지출 총액의 60%가 아니라 35%에 불과하다고 한다. 급변하는 컴퓨터 제품주기 때문에 교체에 대부분의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 역시 IT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 또 부가적인 「네트워크」 투자를 빼면 IT의 비중은 더욱 줄어든다. 미국의 네트워크 자본총액에서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에 지나지 않는다.지난 수년간 경제학자들은 컴퓨터로 인해 생산성이 혁신됐다는 증거들을 찾았지만 헛수고로 끝났다. 컴퓨터가 생산성 혁신에 실패한 것은 공식통계가 생산성 증가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큰이유는 IT 투자의 대부분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이메일을 체크하고 네트워크를 서핑하거나 게임으로 보내는시간은 생산성에 마이너스 요인이지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는 IT가 생산성을 좌우하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간단한 사실이다. 디지털경제는 아직 상당기간 무시해도 무방한 수준에 있다.그러나 상황은 급변하고 있으며 디지털경제의 잠재력에 눈뜨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넓은 의미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통신을 다 포함할 때 IT가 자본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2%에 달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19세기 전성시대를 맞았던 미국의철도와 유사하다. 당시 철도는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경영을 혁신한일등공신이었다. 이번에는 디지털경제가 일등공신이 될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How big is the high-tech economy」 Oct. 30th, 99★ 일본, 밀레니엄 기념 '2천엔권 지폐' 발생일본정부는 새 밀레니엄과 내년 7월 오키나와 8개국 정상회담을 기념해 2천엔권 지폐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폐 앞뒷면엔 오키나와의명소 슈레이몽과 11세기초의 고전 「원씨물어」의 한 장면이 도안된다.일본 국민은 멋진 새 지폐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3명중 2명꼴로 새 지폐는 바보짓이며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서양보다 앞서 10진법을 채택한 일본에서 「2」로 시작되는 수는 낯설기만 하다. 총리실은 「2」자로 시작되는 액면 금액이 해외에서는 일반화돼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신통찮다.이를 계기로 자민당 위원회는 아예 화폐개혁안을 내놨다. 모든 화폐와 동전 액면을 1백분의1로 절상, 엔화를 달러 유로와 1대1로 맞추자는 것이다. 엔화의 국제화와 신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자민당 연정파트너인 자유, 공명 양당이 화폐개혁안에 적극적이어서 수개월내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화폐개혁안에 경제계는 반색하고 있다. 화폐개혁을 통해 GDP 성장률이 0.8%를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새 화폐와 동전의 발행효과를 든다. 전국에 설치된 수십만대에 달하는 자판기와 현금자동입출금기 교체에 대당 5만엔의 비용이 든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정작업에는 Y2K 해결에 맞먹는 인원과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모든 절차를 거쳐 액면 2천엔짜리 새 지폐가 유통되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새 기념 지폐는 그때까지 액자속에 잠자야할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