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통학하며 이론 정립 열의 ... 평소 장인정신 유달리 강조

그는 늘 조용하다.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고, 말수도 아주 적다.겉모습 역시 절대 화려하지 않다. 촌부를 연상시킬 정도로 순수해보인다.하지만 일할 때 그의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터진다.특히 생선을 다룰 때는 신의 손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어찌나 빠르고 정확한지 어디를 어떻게 다루는지 감을 잡기가 힘들다.제주도 남제주군 사계리에 자리잡은 회전문 진미가(眞味家)의 강창건 사장(45). 자타가 인정하는 제주도 대표 횟집을 운영하는 어엿한「사장님」이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방을 지키며 회를 뜬다. 주변에서 이제는 좀 쉬라고 조언을 하지만 「주방이 바뀌면 그 순간생선회의 맛이 달라진다」며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제주도에서 횟집을 운영하지만 강사장의 지역구는 따로 없다. 이른바 전국구다. 전직대통령들이 제주도를 찾을 때면 거의 예외없이 들르고, 재벌회장과 국회의원 등 정재계 유력 인사들 가운데도 단골이많다. 때로는 서울 등 도회지에서 그를 특별 초빙해 회를 떠달라고부탁하기도 한다. 요즘도 한달에 한두번은 서울에 올라와 그의 솜씨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푸짐한 생선회를 안긴다.『왜 이렇게 유명해졌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홍보를 한일도 없는데 기억하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 고마울 따름이지요.』그러나 강사장의 집념을 알면 이에 대한 의문이 쉽게 풀린다. 그가본격적으로 횟감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지난 83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야간고등학교를 나와 식품 영업일을 하다 뭔가 자신의 일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주변 사람 소개로 지금의 진미가를 인수했다. 영업상 대형횟집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이후 강사장은 보다 신선하고 맛있는 회를 만드는데 많은 힘을 쏟았다. 서점에 들러 생선회 관련 전문서적을 사 틈틈이 공부했고, 주변에서 잘 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을 찾아가 한수를 지도받기도 했다.국내 자료가 여의치 않을 때는 일본의 전문서적을 별도로 구입해 읽어보기도 했다. 여간해서는 실천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이렇게 하지않고서는 최고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를 악물고 매달렸다.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낮에는 주방에서 일하고 밤에는책과 씨름한 끝에 강사장은 89년 마침내 조리사 자격증과 면허증을땄고, 자신을 믿고 찾아주는 단골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신선하고 맛있는 회를 만들 수 있는가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에 따라 회에 대한 연구는 이후에도 계속됐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나하나 풀어갔다. 지난 95년에는 자신이 갈고 닦은 회에 대한 지식을 학문적으로 체계화시키기 위해 연세대 환경대학원 외식산업최고위자 과정에 진학, 6개월간비행기로 서울까지 통학하며 단 한시간도 빼먹지 않고 수업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여주기도 했다.강사장이 15년간의 고생 끝에 완성한 생선회의 가장 큰 특징은 신선도와 맛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그는 최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한다. 당일 잡은 생선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생선을 보관하는 수족관의 온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한다. 생선의 경우 사람과 달리 체온이 18도이기 때문에 생선에 맞는 온도에서 제대로 보관해야 신선도가 유지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내부온도가각기 다른 여러 대의 냉장고를 갖추고 그때그때 적절하게 활용하는것도 같은 맥락이다.최상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남다르다. 그는 수족관에서 생선을 꺼낼 때 항상 장갑을 낀다. 그냥 맨손으로 생선을 잡으면 자칫화상을 입힐 수 있는데다 조금이나마 생선 맛을 변질시킬 수도 있는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체온은 36도인데 비해 생선은 이의 절반인 18도밖에 안돼 사람의 몸에 섭씨 72도짜리 물체가 닿는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수족관 안에 스폰지를 띄우는 것도 그만이 자랑하는 비법 가운데 하나다. 수족관에 생선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상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생선의 표면에 상처가 생기면 여러 가지로 나쁩니다. 보기에 좋지않을 뿐만 아니라 고유의 생선 맛을 내는데도 치명적이지요. 일반횟집의 경우 이를 무시하고 생선을 마구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모든 생선을 다루지만 강사장이 자신있게 내세우는 주종목은 농어과의 다금바리회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비싼 회로 알려진 다금바리는잡히는 양이 워낙 적어 구경하기 힘든데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 애호가들로부터 최고의 회로 인정받는다.『현재 제주도에서 판매되는 다금바리회 가운데 가짜가 90% 가까이나 됩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켜 파는 셈이지요. 하지만 잘 보면 보통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진짜는 몸의 무늬 자체가 불규칙하고 약간 흐릿한 반면 가짜는 7개의 띠가 세로로 뚜렷하게 그어져 있습니다.』강사장은 평소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장인정신을 강조한다. 마지못해 회를 뜨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땅에 뼈를 묻을 때까지 할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가 자신의 2세에게 자신있게 아버지를 따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직업에 귀천이 따로 없는데다 다른 사람들을 항상 즐겁게 해줄 수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 아니냐』며 『2세, 3세들이 마다하지않는한 가업으로 물려줄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064)794-3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