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에서 미국 바이어와 같이 회의할 일이 있었다. 그 회사 매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바이어는 그동안 발생했던 품질문제를설명하며 앞으로 무언가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겠다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반성을 하는지 다들 고개를 숙이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다. 그 일과 직접 관계가 없는 나만이 유일하게 바이어를 보고 있자 그는 내게 시선을 맞춘채 얘기를이어간다. 회의가 끝난 후 그렇지 않아도 언어의 장벽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눈까지 맞추지 않으니 의사소통이되겠느냐고 바이어는 불만을 토로한다.커뮤니케이션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도 안된다. 말보다는 태도나 몸짓의 비중이 훨씬 높다. 상대방은 열심히 말하는데 고개를숙이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은 『네가 아무리 떠들어도 나는너의 말에 동의할 수 없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우리는 말하면서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태도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면서 자신의 생각에 동의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만일 상대방이시선을 피하거나 딴짓을 하면 자신의 진심을 말하고 싶지 않게 되는것이다.회사를 옮긴 최이사는 불만이 많다. 새로운 직장에서 뭔가 기여하겠다고 열의를 가지고 일하는데 사람들이 자기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것이다. 한참 불만을 듣다 『사람들이 이사님 말을 안 들으려 하는이유가 무엇인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사님은 다른 사람이 발언할 때 경청을 하시는 편입니까. 이사님이 무언가 얘기를 하는데 상대방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으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서로를 보지 않으면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까요. 자신은 상대방 말을 안 들으면서 상대방이 내 말을 듣기를 기대할 수있을까요. 질문을 계속하자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 자신이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노사분규로 직장내 분위기가 험해졌다. 겨우 수습은 되었지만 구성원들과 다시 화합하는 일이 시급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침인사다. 아침마다 관리자들이 일찍 나와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처음에는 아침 인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마음을 읽을수 있었다. 수백명 직원중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선을 피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을 기억했다 따로 면담을 실시했다. 오해가 있는 경우도 있고 내게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나면 그 다음날부터는 눈을 피하는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아무리 속이려 해도 눈은 자신의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면 상대방을보며 얘기를 경청하게 되고 그런 사실이 상대방을 감동시키면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못한다고 혹은 이해를 못한다고 불평하기전에 자신이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하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