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이 진행중인 (주)대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대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면서 동시에 지주회사 역할까지 해왔던 (주)대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놓고 채권단과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서 채권단은 일단 (주)대우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의 손실분담 문제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어 워크아웃 계획이 완전히 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채권단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해 대우 워크아웃을 낙관할 수는 없다. 정부와 채권단 일부에서는 대우를 법정관리에 넣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무역업과 건설업이 주종인 대우는 대우그룹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초대형 기업이다. 지난 10월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실사보고서에서 드러난 대우의 8월말 부채는 31조9천여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국내외 관계사에 지급보증한 우발채무 8조1천여억원까지 포함하면 부채는 40조원으로 늘어난다. 대우그룹의 12개 워크아웃 계열사의 총부채 86조원중 47%에 이른다.◆ 채권금융기관 손실부담 커 ‘오락가락’이같은 거대기업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은 채권금융기관들의 손실부담이 너무 큰 탓이다. 기업을 살려뒀을 때의 실익도 거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대우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한 결과 자산손실은 17조1천여억원으로 밝혀졌다. 자산손실이란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부실해진 자산을 회계장부에 그대로 두거나 부채를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무제표에 숨겨 놓았던 손실을 말한다. 자산 값어치가 급격히 줄어들고 부채는 거꾸로 늘어나 기업의 가치는 감소한다. 대우는 지난 6월말 회계자료에 기재했던 자산내역보다 실제자산이 11조8천억원이나 줄었다. 부채는 5조4천억원이 늘어났다. 이같은 실사결과를 반영한 대우의 실제 기업가치는 마이너스 14조5천억원(자본완전잠식)이었다.삼일회계법인의 이같은 실사는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실제 기업가치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채권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같은 손실분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손실」로 볼 수 있다.채권단은 워크아웃 계획에서 대우의 부채 18조7천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출자전환 금액은 주식 2조원과 전환사채 16조7천억원이다. 대우의 자산손실을 채권단이 모두 떠안고 나머지 부채도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여주기로 했다.출자전환되는 부채 18조7천억원은 엄청난 돈이다. 한국경제를 파탄 위기로 몰아넣었던 한보그룹과 기아그룹을 합친 부채보다도 많다. 한보의 금융권 부채는 5조원 안팎이었고 기아는 아시아자동차까지 포함, 12조7천억원이었다. 출자전환금액 18조7천억원은 이자를 받을 수 없는 「무수익 자산」이기 때문에 채권단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채권단은 출자전환금액의 80% 정도를 손실처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순순히 워크아웃에 동의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삼일회계법인이 「대우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정한 것도 워크아웃에 걸림돌이다. 계속기업가치란 회사가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해나갈 때의 기업가치를 말한다. 미래의 현금수익을 할인율(보통 이자율)을 적용해 계산한 현재가치가 계속기업가치다. 반면 청산가치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처분했을 때의 가치를 말한다. 공장과 설비 등 각종 자산을 처분하면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를 따진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도 낮다면 기업회생을 포기하고 「빚잔치」를 하는게 훨씬 유리하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실시하기에 앞서 대우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산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주)대우의 청산가치는 8월말 기준으로 6조2천3백30억원으로 조사됐다. 계속기업가치는 할인율 13%를 기준으로 계산해 6조6천7백77억원으로 나왔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4천4백47억원 많은 것에 불과하다.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이 정도의 차액으로는 워크아웃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우에 신규자금을 더이상 집어넣지 말고 빚잔치를 해서 끝내자』고 말하기도 했다.해외채권단 문제도 걸림돌이다. 해외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 채권은 해외현지법인 보증채무를 포함, 5조5천6백억원에 이른다.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은 해외채권단의 채무를 대신 상환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들도 『해외채권단이 대우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법정관리되면 채권채무 동시 해결대우가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로 들어가면 모든 채권채무가 한꺼번에 동결된다. 워크아웃은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들만 채무조정을 하지만 법정관리는 협력업체의 상거래 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이 묶인다.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이 우려되고 기업이 정상화되기가 어려워지는등 법정관리의 단점은 많다. 그러나 국내 채권자들은 물론 해외채권자들도 공평하게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와 국내 채권단은 이같은 이유에서 대우 법정관리에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다.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법정관리의 한 형태인 「사전포괄 법정관리(Pre-packaged Bankruptcy)」를 거론했다. 상거래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의 상환을 법적으로 동결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새로운 법정관리는 해외채권단이 워크아웃을 거부했을 경우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해외채권단의 반대가 없을 경우 대우는 법정관리보다는 워크아웃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채권단은 대우 워크아웃을 확정한 이후 출자전환과 신규자금을 지원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자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감자(자본금 줄임)조치를 한 후 수권자본금을 늘려야 한다. 신규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채권금융기관들의 손실분담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려는 채권금융기관간에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채권단은 또 출자전환과 신규자금지원을 하면서 동시에 대우 워크아웃 계열사의 국내외 매각도 추진해야 한다. 워크아웃 대상은 아니지만 한국전기초자와 힐튼호텔은 이미 해외에 팔렸다. 채권단은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등 거의 모든 계열사들을 매각할 계획이다. 상호출자와 상호자금차입관계로 얽혀있는 대우 계열사를 계열분리하고 각각 독립회사로 처분해야만 대우사태를 진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12개 대우 계열사의 매각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어떤 돌발 변수가 나타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