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은 시작이 좋았습니다.그러나 아직 신용평가나 관리 등 금융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개선할 여지가 많습니다.또 금융부문이 건강해지려면 기업이 건강해야 합니다.』지난달로 개소 1주년을 맞은 국제금융공사(IFC) 서울사무소의 디팍 칸나 소장은앞으로는 금융부문 투자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IFC는 세계은행 산하의 민간부문 투자기구.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한국내 투자를 늘려왔다.현재 하나은행의 2대 주주이고 국민은행과 굿모닝증권 한불종금 SEI에셋코리아 등에자본참여를 하고 있다. 또 제지업체인 신무림제지, 고압전력케이블업체인 일진산전,동제품생산업체 대창 등 중소제조업체에도 투자했다.▶ 최근 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 지분 15%를 인수하는 등 한국내 투자가 활발한데요.IFC는 당초 개도국의 기업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외환위기, 이른바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전까지는 한국내 투자실적이 전무했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발생,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을 빠져나갈 때 한국에서 투자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현재까지 투자실적은 16개 업체에 총 7억달러 정도 됩니다. 건별로 본 투자금액은 크지 않을지 몰라도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던 시점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은행에서 L/C(신용장)를 개설해주지 않던 시기에 3건의 무역금융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어려운 시기에 공신력있는 국제기관이 투자함으로써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데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원화가치가 정상화되고 기업실적이 호전돼 투자수익이 꽤 높을텐데요. 언제쯤 자금회수를 할 계획인지요.서류상으로는 투자수익률이 꽤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합니다. 또 투자수익률 뿐 아니라 기업회계관리 선진화 등 기술적인 지원이 우리의 투자목적이기도 합니다. 투자업체별로 우리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시점이면 자금회수에 나설 수 있겠지요. 8년 후가 될지, 12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투자계획과 향후 투자방향이라면.최근 건교부로부터 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의 지분 15%를 사들였습니다. 현재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사회간접자본(SOC)펀드나 해외건설기금(OCF)에 참여하는 문제는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으나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투자분야를 좁혀서 주로 금융분야, 특히 한국의 금융 인프라스트럭처를 다지는 분야에 초점을 맞춰 투자할 계획입니다.▶ 올해 초 한국내에 공동출자로 신용평가기관을 설립하는 문제도 거론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IFC는 중국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8, 9개 신용평가기관에 자본출자를 했습니다. 신용평가기관은 금융의 투명성과 신용평가 및 신용 관리수준 등 금융 인프라스트럭처를 다지는 사업이라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6개월 이내에 설립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현재 작업중입니다.▶ 최근 한국정부가 주도한 채권안정기금(BMSF)방안에 반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금융정책과 금융개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BMSF는 시장원리에도 어긋나고 단기적으로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발전시키려면 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IMF 등에서 요구하는 채권시가평가제 등입니다. 또 아직까지 한국기업들은 은행에서 금융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기업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자본시장을 통해 더 많은 금융조달을 할 수 있어야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되고 활성화됩니다. 한국의 금융개혁은 과감한 은행합병과 부실금융기관 폐쇄 등 출발이 좋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더 변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기업부문의 개혁이 더딘 것도 문제입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개혁고삐가 늦춰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은데요.아마도 재벌부문의 개혁이 미뤄질 경우 경제회복과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평가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 정부의 개혁프로그램 자체가 대단히 야심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실물(기업)부문의 개혁은 금융부문의 개혁속도에 비해 뒤처지는 감이 있습니다.▶ 한국기업에 활발하게 투자한 국제기관으로서 한국기업에 맞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견해는.기업지배구조란 주주들이 경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열려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의 문제는 한 사람의 대주주에 의해 소수주주의 이해관계나 기업 전체의 수익성이 희생된 채 사업확장이 이뤄져 왔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이사를 늘리며 소수주주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한국은 올해 당초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에서는 과열도 우려하는데요.경제 회복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것은 나쁠게 없습니다. 다만 국제유가상승에 의한 인플레 압력이나 임금인상 압력 역시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현재 호황이 반도체나 통신 등 일부 업종에 치우쳐 있는데 이 역시 전 산업으로 확산돼야 하겠지요. IFC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9%, 중장기로는 5∼6%로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올바른 성장의 궤도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부문의 개혁이 미진한 상태에서 이같은 경제성장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기업부문의 구조개혁이 더 강력히 진행된다면 한국의 경제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