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된 네트워크로 표준 프로토콜 역할 기대 ... 범용성 확보 관건

80년대 초 IBM의 그늘을 벗어나려고 애쓰던 시절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독점의 기수로 칭송받았다. 결국 PC의 세상을 열면서 괴물 IBM을 굴복시킨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제는 PC의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하면서 일찍이 IBM도 엄두내지 못한 독점권력을 누리고 있다.그러나 기술의 진보는 마침내 마이크로소프트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이번에는 기술을 지배하는 기업이 새로운 강자에 의해 도태되는 기존방식과는 달리, 인터넷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같은 괴물이 다시는 발붙일 수 없는 세상을 약속하고 있다.『인터넷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기본 플랫폼과 필수적인 인터페이스라는 지위를 누려온 PC 운영체제를 추방하게 될 것』이라는 미 연방법원의 예비판정은 인터넷시대의 특징을 잘 대변한다.물론 이런 세상은 아직 장래의 일이다. 인터넷이 이미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온라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상당부분 아직 환상에 속한다. 마치 DC3 비행기가 개발되기도 전에 상업비행이 먼저 시작된 것처럼 인터넷은 이제 초기단계에 있다.인터넷시대 이행을 위한 기술들은 PC 운영체제와 질적으로 다르다. PC 운영체제인 윈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적재산이지만, 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개」된 표준과 프로토콜에 기반을 둔다. 표준과 프로토콜은 공개포럼의 협동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일개 기업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운영체제는 PC의 중앙통제소 역할을 하지만 인터넷은 일부 장치와 네트워크, 또는 추상적인 「언어」라는 여러 수준에서 운영된다.◆ 인터넷, 무정형 특성으로 발전이 때문에 인터넷은 대단히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지만 이 복잡성은 중앙계획경제와 구별되는 자유시장 경제의 특징과 같은 것이다. PC는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의 프로그래머의 의도에 맞춰 진보해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터넷은 무정형이라는 특성에 맞게 적응성을 획득해 왔다. 인터넷시대에는 한 기업이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독점력을 행사할 경우, 반드시 누군가가 이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미래의 인터넷을 그려보려면 현재의 인터넷이 지닌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이 지름길이다. 오늘날 인터넷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인터넷이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다양한 네트워크 접속을 위해 불가결한 PC는 느닷없이 다운되거나 성가신 작업이 필요한 때가 많다. 사실 PC로 인해 다른 대중적 매체라면 상상도 못할 불편을 인터넷 사용자들은 감수해야 한다. 둘째, 인터넷 자체가 사용하기 까다롭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찾아 헤매기 일쑤고,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기존 시스템에 새 기술을 접목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셋째, 네트워크의 보안과 신뢰성이 아직 불충분하다는 점이다.인터넷의 가장 극적인 전기는 PC없는 컴퓨팅환경의 도래일 것이다. 먼저 스마트폰과 무선 팜파일럿이 보급되고 뒤이어 다른 장비들이 개발될 것이다. 엔지니어들이 네트워크 기능이 갖춰진 가전제품에 넣을 수 있는 값싸고 소형인 송수신장치와 센서를 개발하는데는 향후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실용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것에는 어디에나 이런 장치를 붙일 수 있다. 즉 빠져나간 음식물을 자동적으로 온라인 주문할 수 있는 냉장고와 인터넷을 통해 차주인에게 자동차의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차 키도 가능하다.이런 장치의 인텔리전트 기능은 대부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운영체제보다는 표준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여기에 필요한 표준은 이미 상당수 마련돼 있으며, 수많은 회사에서 생산할 수백만개의 장치가 모두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들은 곧 공개될 전망이다.대단히 중요한 것 가운데 블루투스(Bluetooth)라는 표준이 있다. 블루투스는 에릭슨, 노키아와 도시바, 인텔, IBM 등이 주도하고 5백여개 기업이 참여한 프로젝트이다. 블루투스는 각 장치간의 데이터 전송방식에 대한 규정으로서, 기존의 케이블 대신 단거리 무선망으로 장치들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2년내 이동전화의 80%에 5달러짜리 블루투스칩을 장착, 10m 이내의 같은 블루투스칩을 꽂은 노트북, 프린터 등 디지털 장비와 연결되도록 할 계획이다.무선 인터넷 접속은 무선장치에 알맞은 콘텐츠를 전송해 주는 통일된 공개표준이 있어야만 정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선 어플리케이션 프로토콜(WAP)이라는 것이 개발중이다. WAP은 이동장치의 소형 화면을 위해 따로 포맷된 웹 페이지를 표시하는 「마이크로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노키아는 WAP을 채용한 전화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에릭슨은 WAP 기반의 무선 노트북 개발에 최근 착수했다. 스웨덴의 한델스방켄 은행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동전화에도 확대했다. 내년초에는 모토롤라가 WAP 전화를 미국시장에 판매할 계획인데 벌써 에어터치나 스프린트 같은 PCS업체가 이를 이용한 새 서비스를 발표했다. 무선 대역폭이 늘어남에 따라 WAP 전화의 미래는 화면의 크기에 달린 것 같다.블루투스와 마찬가지로 WAP은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WAP은 전세계의 어떤 이동 네트워크와도 호환될 예정이며 장차 사이온(Psion)의 에포크(Epoc)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CE 등 저작권이 붙은 운영체제와도 짝을 이룰 계획이다. 사실상 WAP은 웹의 무선용 버전을 위한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또 하나 남은 문제로 인터넷의 간편성이 해결돼야 한다. 온라인회의에 필요한 텍스트와 음성, 비디오, 그래픽 등 4채널은 광대역 기술이 해결책이 된다. 일단 광대역이 일반화되면 자동차 설계나 환자의 MRI촬영 같은 협동작업이 장소의 구애없이 가능해진다. 일부 기업간에 단발성 프로젝트로 시도중인 온라인 협동작업은 2003년께 현재의 이메일처럼 비중있는 인터넷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포레스터리서치는 전망한다.인터넷의 모든 부문이 지배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첨단기술 산업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인데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성인식과 기계번역 기술이 좋은 예이다. 이 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언어와 관계없이 다국어 실시간 회의도 할 수 있으며, 귀찮은 키보드 입력도 필요없다. 그렇지만 음성인식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단어와 발음 사전이 필요하다. 비용은 선행투자이므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기업은 평균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다.인터넷의 문제는 단 하나의 위대한 기술로 해소되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을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은 아무데도 없기 때문에 새로 개발되는 기술들은 범용성을 획득하기 위해 자기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무계획적으로 비춰지는 인터넷의 이같은 방식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보이기 쉽지만, 사실상은 최대의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