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올들어 도시 근로자들의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 가계 흑자율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통계를 발표해 국민들의 씀씀이가 헤퍼졌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3/4분기 도시 근로자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기간중 도시근로자들의 평균소득은 2백24만8천3백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백7만2천1백원에 비해 8.5%가 늘어났다. 그런데 소득이 생겼다고 해서 전액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세금을 내야 하고, 또 연금이나 의료보험등 사회보험료, 그리고 금융기관에 대한 이자지급 등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야 한다.이같은 지출요인을 비소비지출이라고 한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하면 본인 의사대로 처분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나온다. 또 이러한 가처분소득중에서 얼마를 소비하고 얼마를 저축하느냐를 따져본 것이 각각 평균소비성향과 가계 흑자율이다. 3/4분기중 비소비지출은 25만5천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9%나 늘었다. 이는 소득증가율 8.5%를 훨씬 앞지르는 것이다. 국민연금보험 및 의료보험료 등이 인상된 결과로 보인다.그런데 소비지출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무려 17.9%에 달했다. 소득증가율의 2배를 넘는 수치다. 그 결과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의 67%에서 올해는 73.1%로 높아졌고, 흑자율은 33%에서 26.9%로 대폭 낮아졌다.여기서 씀씀이가 헤퍼진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과소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지만 저축도 함께 늘어나는게 일반적인 경제현상이다. 그런데도 올해의 도시근로자 가계는 작년에 비해 흑자율은 물론이고 쓰고 남은 돈의 절대 규모가 오히려 줄어 과소비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를 산다거나 외식을 하는 등 그다지 급하지 않은 지출이 많이 늘었다 해서 더욱 그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사실 경기회복이 이뤄지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구나 우리 경제가 지난 2년 동안 소위 IMF체제를 겪으면서 극심한 불황으로 소비지출이 극도로 위축됐던 점을 감안하면 소비가 급격히 느는 것은 전혀 의외의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또 요사이 흔히 얘기되는 통계의 착시현상도 있다. 지난해 3/4분기의 소득과 지출은 다같이 97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었었다. 소득은 14.4%, 소비지출은 16.8%, 그리고 가처분소득은 16.5%나 급감했었다. 따라서 크게 줄어든 수치를 기준으로 올해의 증가율을 계산하면 높은 증가율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금년 3/4분기중의 평균소득 2백24만8천3백원은 지난 97년의 평균소득 2백42만1천9백원에 비하면 아직도 17만3천6백원이 모자라는 규모다. 소비지출의 절대금액도 97년 수준에는 아직 못미치고 있어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는 얘기다.그럼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수입증가율보다 지출증가율이 훨씬 높아 흑자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흑자율 26.9%는 지난 85년 이후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만큼 저축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이 줄어들면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언제 어느 때라도 저축은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