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효과 높아 인기 ... 창업 2년만에 업계 평정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 또박또박한 말투, 대화중 간간이 띠는 미소. 그런 그녀를 보고 녹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런 재주 덕분일까? 사업도 잘한다. 그래서 붙은 닉네임은 「영업도사」. 「내 전공은 영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녀의 무대는 국내가 아닌 세계다.「지도를 파는 여자」 김은영 지오마케팅 사장(35). 지도를 팔기 전에는 하이네켄 맥주를 팔았다. 그전에는 무역회사 코리아임팩스에서 해외영업을 책임졌다. 영업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발로 뛰는 영업에 관한 한 프로의 경지에 오른 탓에 어디에 있든 승승장구했다. 이런 자신감이 있어 항상 잘 나갈 때 일을 치곤 했다.(주)국제상품마케팅 근무시 하이네켄을 잘 팔아 입사 5년만에 마케팅총괄이사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또 다른 길을 선택했다.주위에서는 걱정부터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 시기가 IMF로 온나라가 뒤숭숭하던 97년 11월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업 아이템이 국내에선 생소한 지오마케팅(Geo Marketing)이라는 분야. 하지만 한달간 시장을 탐색한 후 오히려 성공에 대한 믿음이 있어 과감히 창업했다.김사장이 설립한 (주)지오마케팅사는 「입체지도를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회사다. 지리학(Geography)과 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인 지오마케팅은 회사의 이름이자 김사장이 도입한 마케팅 전략이다. 「지도를 통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자에게는 점포의 위치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최근 김사장이 미국산 위스키 잭 다니엘사에 납품한 상품은 서울시 강남지역 지도가 담긴 폴링맵(접는 지도)에다 잭 다니엘을 판매하는 바(Bar)의 위치를 표시했다. 소비자는 무료로 배포된 포켓사이즈 지도를 통해 잭 다니엘을 인지하고 강남의 유명 바에 대한 정보도 얻는다. 지도 구석 구석에 숨은 세련된 레스토랑, 핸드백 광고 또한 소비자의 눈을 붙들며 짭짤한 홍보 효과를 가져다 준다. 지도를 마케팅의 한 도구로, 판촉 수단으로 제시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셈이다.물론 마케팅의 매개가 되는 지도는 흔히 보는 밋밋한 지도가 아니다. 정교하게 그린 예쁜 지도 「비틀맵(Beetle Map·입체지도)」이 김사장의 상품이다. 비틀맵은 수채화 기법으로 알록달록하게 그려진 3차원 입체지도로 하늘에서 내려다 보듯 실제 건물의 모양, 거리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초행길 여행자도 비틀맵을 펼치면 어디든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3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손으로 일일이 그리는 수제품이기도 하다.하지만 비틀맵은 지도로서의 기능보다 마케팅 도구로서의 이용이 더 활발하다. 이것이 바로 김사장이 「지도장이」가 아닌 「영업도사」인 이유이다.◆ 해외여행중 아이디어 얻어 창업『사실 지도 제작에 대해선 아마추어입니다. 아이디어는 수시로 내지만 제작에 참여하진 않아요. 특별한 지도 비틀맵을 이용해 클라이언트의 매출을 높이고 서로가 만족할만한 효과를 거두는 일에 열심일 뿐이지요.』김사장이 비틀맵을 착안한 것은 숱한 해외여행을 통해서였다. 배낭을 매고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수많은 지도를 지팡이로 삼았다. 새로운 상품 찾기, 트렌드 읽기에 여행 목적을 두었던 김사장에게 어느날 지도의 효용성이 충격으로 다가왔다.『유럽에서 맥도날드 맵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죠. 국내에서도 지오마케팅을 시도해 보자는 생각이 들자 온갖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건 「창업을 하라」는 암시가 분명하다고 믿었지요.』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운 끝에 97년 12월 첫제품을 내놓았다. 신세대가 자주찾는 대학로, 신촌 등지의 지도를 모은 다이어리용 비틀맵이었다. 이어 면세점, 호텔, 고급 음식점 광고를 담은 외국인 관광객용 비틀맵을 영어, 일어로 만들어 선보였다. 단숨에 시장을 장악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김사장의 성공 예감이 적중한 것이다.현재 지오마케팅사는 전국 40개 지역에 대한 지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상권과 제주도, 무주구천동과 같은 관광지 지도도 제작이 완료되었다. 이태원, 명동 등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선 매달 업데이트되는 「월간 비틀맵」이 무료로 배포된다. 관광객들은 예쁘고 정확한 비틀맵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광고에 등장한 업소를 찾아가 매출을 높여준다.관공서, 지방자치단체, 대학, 호텔 등도 김사장의 주요 클라이언트이다. 종로구, 용산구 등의 관내도가 비틀맵으로 바뀌고 대학 홍보용 팸플릿에도 비틀맵이 등장하고 있다. 선풍적인 반응에 힘입어 창업 1년만인 지난해 겨울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로 방향을 틀었다.『앞으로 비틀맵으로 채워진 잡지, 비틀맵을 활용한 문구·팬시용품을 출시하려고 합니다. 지오마케팅을 체계화할 연구소와 컨설팅 파트도 신설할 예정이구요. 절대다수의 판매업종들이 비틀맵을 마케팅 파트너로 삼을 날이 올겁니다.』비틀맵을 제작·판매하는 사장답게 폴크스바겐 「비틀」을 트레이드 마크처럼 항상 타고 다니는 김사장의 각오는 다부진 얼굴만큼이나 야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