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성ㆍ서비스 등 인지도따라 사이트별 가격차 심해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말미암아 완전경쟁 시장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제품과 가격에 대한 모든 정보를 손가락 움직임 하나로 얻게 된 소비자들은 최상의 거래처를 간단하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판매자의 이윤폭이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비용에 맞춰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전자상거래에 대한 선전들은 적어도 이런 믿음을 확산시켜왔다. 사실 여러 연구결과들은 온라인 소매업체가 기존 업체보다 저렴하며, 가격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틈틈이 자주 조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반면 같은 연구결과는 온라인 소매업체의 가격편차(최고가와 최저가의 폭)가 쇼핑몰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더 큰 경우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최저가를 자랑하는 소매업체가 높은 매출액을 올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도 밝혀졌다.◆ 시장 비효율성으로 가격편차 존재이런 가격편차가 존재하는 것은 대부분 시장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된다. 동일제품이 거래되고 소비자들이 제품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는 가정에선 이상적 경쟁시장은 시장진입이 완전 자유이고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검색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으며 모든 판매는 최저가로 제공하는 판매자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모든 가격은 한계비용 수준으로 낮춰진다. 인터넷상의 검색비용이 저렴해짐에 따라 온라인 소비자들은 가격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상의 가격편차는 당연히 기존시장보다 작아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럴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이를 주제로 다룬 최근의 한 논문을 보자.(조세프 베일리 외 2인, 디지털시장의 이해, 1999년 7월 : http://ecommerce.mit.edu/papers/ude) 베일리 교수는 서적과 CD음반, 소프트웨어의 경우 온라인 시장의 가격편차가 기존시장에 비해 작지 않다는 사실을 인용하고 있다. 또다른 인용에 의하면 동일한 서적과 CD음반의 가격이 온라인 소매업체에 따라 최고 50%나 차이난다. 평균적으로는 서적이 33%, CD음반은 25%의 가격차이를 보였다. 와튼스쿨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온라인 여행사의 항공권 가격은 평균 28%의 차이가 난다.이같은 가격편차에는 여러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이 연구들은 동종간 비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온라인 여행사의 사례연구에서 서로 다른 출발·도착시간과 비행기편 연결을 조정하고 다시 계산해 보더라도 항공권 가격은 여전히 18%의 편차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서적과 CD음반 연구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연구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받는 소매업체는 폭넓은 환불조항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런 서비스가 값이 싼 업체보다 나은 것도 아니며 오히려 더 못한 경우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편리성이란 항목도 가격편차의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일부 웹사이트는 편리한 검색도구와 제품리뷰를 제공하고 서적이나 음반의 일부내용을 샘플로 제공한다. 그러나 각종 제재나 마찰이 없는 시장일 경우 소비자는 이런 도구를 통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한 뒤 구매는 가장 싼 웹사이트에서 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이런 편의적인 서비스는 온라인상의 검색 또는 전환비용이 클 경우에만 가격편차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인터넷의 장점은 검색비용의 절감에 있다고 하지만, 온라인 소매업체에도 웹사이트의 인지도가 지니는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웹 소매업체들이 야후 같은 포탈사이트에 막대한 광고비용을 쏟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검색엔진들의 활용도가 항상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예컨대 야후의 서적 소매업체 리스트에는 6천2백19개가 올라 있고, 알타비스타에 수록된 온라인 서점은 5백17만3천8백84개에 이른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시간을 들여 가장 저렴한 사이트를 찾기보다는 아마존이나 CD나우로 직행한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저렴한 북스닷컴이나 CD유니버스보다 평균 7~12%나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인지도 높은 사이트 유리고객이 온라인 소매업체를 바꿔 거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많은 사이트들은 단골고객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고객이 일단 어떤 웹사이트와 관계를 맺게 되면 다른 사이트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원클릭」 쇼핑 같은 고객지향적 편의가 돋보이는 사이트일수록 고객 이탈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검색과 전환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가격편차의 원인이다. 그러나 가격편차를 설명하는 주된 이유는 아마도 고객은 신뢰하는 사이트라면 웃돈을 더 주고라도 구매할 용의가 돼 있다는 점이다. 베일리의 연구는 최저가 사이트를 검색해주는 「숍보트」 같은 검색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돈을 더 주고라도 시장 선두업체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일반적임을 말해준다. 온라인에서는 구매자가 상품 배송에 앞서 먼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신뢰도가 기존 시장보다 훨씬 더 큰 중요성을 띠게 된다.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개별 소매업체들은 가격 차별화도 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자세한 가격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고객에 대한 정보 역시 손쉽게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고객들이 타 업체의 가격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 고객 별로 다른 가격을 적용할 수 있다.예를 들면 온라인 여행업체의 경우 최저가와 최고가 사이트가 같은 회사에 의해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가격이 비싼 사이트는 이용상의 편의를 차별화함으로써 시간이 없는 고객을 상대로 비싼 가격을 받는 것이다.고객이 고시된 정가를 지불할 수도 있고 경매를 통해 더싼 가격에 살 수도 있는 쇼핑닷컴 같은 사이트도 이와 유사하다. 평균적으로 볼 때 경매를 통하면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경매를 신청하고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시간을 뺏겨야 하며, 원하는 물건을 놓칠 수도 있다. 쇼핑닷컴은 이 때문에 싼 가격만을 찾는 고객과 일반고객을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다.인터넷은 아직 걸음마단계이다. 고객이 인터넷 쇼핑관행에 익숙해짐에 따라 가격편차는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맞춰 소매업체들이 또다른 대응방안을 마련해낼 것이고, 결국 가격 결정력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업체의 손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완전경쟁이란 그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다.<「Frictions in cyberspace」 11.20th,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