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자·상표권자 정당한 권리보장 위한 법적근거 마련 시급

골드러시가 진행되던 미국 서부 개척시대엔 말을 달려 어느 한 지점에 말뚝을 박고 철조망을 치면 그 땅은 자기 땅이었다. 어디를 가든 팻말을 박을 수 있는 땅이 많아서였다.그러나 「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차지할 땅은 줄었다. 그러면서 서부에선 차츰 영토 분쟁이 일기 시작했다.서부 개척시대에나 있을법한 영토분쟁이 지금 사이버상에서도 한창이다. 인터넷 영토인 도메인(홈페이지 주소)을 놓고 관련상표권자와 도메인 사용권자 간의 법정 소송이 갈수록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도메인 분쟁은 http://www.intel.co.kr. 이름만 보면 세계적인 MPU(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 인텔의 한국법인을 연상케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권자는 컴퓨터 관련 쇼핑몰 업체인 중도전자(대표 류종하)다. 최근 홍콩에 소재한 인텔의 아태지역 법률팀은 인텔코리아를 통해 중도전자에 도메인 사용정지와 사과광고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도메인 분쟁이 본격화됐다.이에 앞서 세계적 향수업체 샤넬이 성인용품점 다린코리아(http://www. chanel.co.kr)를, 비아그라를 수입 판매하는 한국화이자가 건강용품 쇼핑몰 업체 경림마트(http://www.viagra.co.kr)를 각각 제소해 상반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같은 분쟁은 더욱 가속화돼 국내 도메인(co.kr, pe.kr, or.kr 등)에 국한되던 소송이 국제 도메인(.com, .net)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주)태평양은 자사 제품 브랜드인 마몽드(mamonde)와 라네즈(laneige)의 유사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는 쇼핑몰 전문업체 빅싸콤을 제소해 현재 법원에서 심리 계류 중이다. 빅싸콤은 현재 http://www. mamonde. com과 http://www.laneige. com을 각각 사용해 자사의 http:// www.bigmart. com에 포워딩(도메인을 서로 연결한 형태)해 사용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com과 관련한 첫 번째 소송으로 그 판결의 귀추가 주목된다.◆ 상표권 침해가 주요 분쟁태평양 측은 자사의 상품명을 이용한 상행위로 빅싸콤이 이윤을 얻고 있다며 이 도메인의 사용 중지를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빅싸콤은 변호인을 통해 마몽드나 라네즈는 보통명사인 불어로 이에 대한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 도메인 발행처인 인터닉에 비용을 지불하고 확보한 도메인이기 때문에 .com에 대한 소송권한이 국내에 있는 지도 의문이라며 승소를 자신했다.현재 도메인 분쟁의 화두는 이와 같은 상표권 침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샤넬 도메인 분쟁에서 다린코리아의 패소 원인은 상표권 침해였다. 이 회사가 샤넬의 이름과 같은 도메인을 이용해 유사제품을 팔고 이를 통해 이득 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법원의 판결 요지다. 유사한 경우이지만 비아그라는 피고가 승소해 앞으로 이같은 논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소송을 제기하는 기업들은 자사의 상표와 같거나 유사한 도메인을 통해 일부 기업 및 개인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인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중도전자가 인텔의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해 컴퓨터 및 관련 기기를 팔고 있어 이 도메인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업체의 경우 intel.co.kr을 칠 경우 자기 회사 쇼핑몰인 pc4989.co.kr로 포워딩되도록 해 이를 실제 사업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게 인텔 측의 주장이다.이에 대해 중도전자 정상화 과장은 『이 ID는 인텔리전트 쇼핑몰(Intelligent Shopping Moll)의 개념에서 만들었다』며 상표권 침해나 인텔을 이용한 수익확대 등의 부정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정과장은 초기화면에 인텔과 무관하다는 점을 공지해 놓았으며, 인텔을 찾는 고객을 위해 인텔 홈페이지로도 링크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이같은 논쟁은 현재 인터넷 영토에 대한 개념이 초기 단계인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임병열 변호사는 『인터넷 산업이 이제 시작 단계인만큼 관련 선례나 판례가 적다. 또 이에 익숙한 전문 인력도 부족해 1건의 소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임변호사는 비아그라와 샤넬 피고 대리인으로서 소송을 맡아 비아그라는 승소, 샤넬은 패소를 한 경험을 지닌 이 분야 전문가에 속한다. 그는 최근엔 마몽드 등의 도메인 보유업체인 빅싸콤을 상대로 한 태평양의 소송에서 피고의 변호를 맡고 있다.◆ 사이버 영토 확보론 대두지난 11월, 1심에서 승소해 비아그라 도메인 수성에 성공한 경림마트 최철동 사장도 『지난 3월 미국 화이자와 한국지사가 김&장법률 사무소를 통해 내용증명을 보내고 6월 정식소송을 제기해 5개월여만에 판결이 났다』며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먼저 확보한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지는 사용권자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도메인은 소유권의 개념보다는 사용권 중심의 사이버 영토다.집을 완전히 사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연간 계약으로 빌려쓰는 임대주택과 같은 형태다. 그 대가로 사용자는 관련기관에 사용료를 지불하는데 이같은 도메인 발급 업무를 하는 곳이 한국인터넷정보센터다.이 센터 도메인 담당 진충희씨는 『최근 들어 도메인 관련 분쟁 문의가 월 50여건을 넘고 있다』며 사이버 영토 확보전이 치열함을 시사했다. 그는 도메인의 경우 「선신청, 선등록」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먼저 신청하고 등록한 사람이나 기업이 사용권을 확보한다고 말했다.하지만 이같은 사용권은 도메인 등록 약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상표권 침해와 관련한 도메인 분쟁은 센터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이같은 분쟁이 가열되면서 또 하나 나타난 현상이 신영토 확보론이다. 샤넬과 비아그라, 인텔로부터 촉발된 신영토 논쟁에서 우리 고유의 지명이나 이름, 문화와 관련된 도메인은 되찾아 오자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일례로 서울(http://www.seoul.org)이나 부산(http://www.pusan.com)은 코리아시티웹을 운영하는 미국의 한 업체가 이미 선점한 상태다. 이 업체는 이밖에도 대전(taejeon.com), 대구(taegu. com)는 물론 평양(pyongyang.com)과 태권도(taekwondo.org), 명동, 종로, 이태원 등 일부 지명의 도메인도 확보해 놓았다.김치(http://www.kimchi.com)도 텍스트로만 구성된 웹페이지로 현재 방치돼 있는 상태다. 일부 인터넷 전문가들은 이같은 형태에 대해 「인터넷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도메인 다량 확보자들이 돈을 목적으로 도메인 확보에만 열중해 인터넷 산업의 성숙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따라서 인터넷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도메인 소유권자와 상표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의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제적 규범도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터넷 영토분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