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집약 '인터넷 관문이자 목적지' ... 야후 등 맞춤서비스로 탈출 시도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지각변동의 근앙지는 허브(Hub)사이트. 이미 허브라는 말이 정보통신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각종 언론의 정보통신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던 포탈(Portal)의 전성시대는 가고 허브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허브사이트란 중앙의 운영사이트를 중심으로 여러개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나 콘텐츠 제공 사이트들이 원을 이루며 연합하고 있는 사이트 연합체를 말한다. 허브의 원래 뜻은 바퀴살들이 모여 있는 수레바퀴의 중심이다. 네티즌들은 허브 사이트에서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를 담고 있는 사이트로 이동해 정보를 얻은 후에 되돌아 와서 또 다른 사이트를 찾아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사이트에 회원 등록을 따로 따로 할 필요없이 허브사이트 ID 하나로 여러 사이트의 정보와 서비스를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또 동호회와 게시판을 공유하고, 무료 홈페이지와 무료 E메일 등 부가 서비스도 함께 쓴다. 네티즌이 한 사이트에서 쌓은 마일리지를 다른 사이트에서 이용하는 통합 마일리지를 제공하기도 한다.반면 포탈은 말 그대로 인터넷에 들어가는 관문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인터넷을 접속했을 때 제일 먼저 접하는 사이트를 말한다. 인터넷의 발전방향을 보면 일반적으로 대형 검색사이트들이 포탈사이트로 발전했다. 그러나 포탈사이트는 접속한 네티즌들이 원하는 사이트를 검색해보고 목적했던 사이트를 찾으면 곧장 빠져나가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포탈은 지나가버리는 관문일 뿐이런 한계로 인해 미국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허브사이트다. 단순한 검색 서비스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전문화된 콘텐츠와 E메일 등을 포함한 각종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 놓은 것이 바로 허브사이트다. 포탈은 지나가 버리는 관문일 뿐이지만 허브는 정보와 서비스가 모여있는 인터넷의 관문이자 목적지다. 허브안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목적 그 자체까지도 이룰 수가 있다는 말이다.미국에서는 야후나 라이코스 등 많은 포탈사이트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허브 모형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야후의 제2인자인 제프 맬럿은 『포탈은 스쳐지나가버리는 출입문』이라며 『우리는 야후를 얼마간의 서비스와 콘텐츠까지도 직접 제공하는 허브라고 보고 있다』라고 지난해 6월 CNET 칼럼에서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야후는 E메일 서비스도 하고 있고 회원들에게 개인화된 맞춤서비스도 제공하며 포탈에서 벗어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또 포탈사이트들의 방문자수가 일제히 줄어들었다는 통계자료도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트 방문자수 측정 전문업체인 미디어 매트릭스의 조사에 의하면 포탈사이트들의 방문자수가 올 4월 들어 전달에 비해 0.4%에서 많게는 9%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 방문자수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뉴욕의 컨설팅 회사 머서 매니지먼트 컨설팅의 올 9월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터넷 경력 1년미만인 투자가의 35%가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로 바로 접속한 반면, 경력이 2년 이상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로 직접 찾아가는 비율이 61%를 넘어선다. 이를 바탕으로 Clickz 네트워크는 『우리가 생각하는 포탈은 앞으로 12개월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을 내놓기까지 했다. 즉 네티즌들의 인터넷 활용능력이 향상되면서 기계적으로 포탈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로 접속하는 경향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말이다.따라서 향후의 포탈은 각 주제별로 전문사이트들을 묶어 놓은 전문사이트 연합 즉, 허브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사이트가 모든 전문적 콘텐츠와 전자상거래를 한꺼번에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 결국 더 깊은 정보와 더 전문적인 전자상거래를 위해서는 그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사이트에 접속하지, 다양하긴 하지만 조금씩 맛만 보여주는 포탈에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또 전자상거래 및 광고 측면에서도 허브사이트는 일반적인 포탈사이트에 비해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성화된 집단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어 고객의 성향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웹 기반 광고 및 전자상거래에 유용하다는 것이다.앞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경쟁법칙은 포탈에서 적용되던 「시장선점」에서 누구와 손을 잡느냐는 「전략적 네트워킹」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규모 M&A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종연횡의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제휴의 방식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기업간의 제휴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도 활발해질 것이다.인터넷 비즈니스의 꽃인 전자상거래를 위해서는 유통, 물류 등 실물세계의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사업 초기의 개발과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도 오프라인 기업의 영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기존 오프라인 기업의 고객과 네임밸류 등을 통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선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미국에서는 이미 허브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속히 자리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검색사이트인 인포시크의 지분을 인수해 다양한 사이트 연합체를 구성한 고닷컴(www.go.com)이다. 고닷컴은 디즈니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ABC뉴스, ABC방송국과 스포츠 뉴스 사이트인 ESPN 등 총 7개의 사이트가 연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델컴퓨터·라이코스·ZD넷 등 IT업계 거인들이 구성한 페어마켓(www.fairmarket.com)도 허브 사이트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사이트는 「타도 e베이」를 슬로건으로 뭉친 경매 전문사이트다. 마이포인츠(www.mypoints.com)는 마일리지 서비스형태의 허브사이트다. 이 사이트에서는 여러 제휴 사이트에서 얻은 마일리지를 모두 합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