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의해 채권수익률이 가까스로 한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3년 만기 A+ 등급 회사채수익률은 11월 하순 10%에 도달했다가 정부가 채권안정기금을 5조원 증액하기로 하면서 다시 하락, 현재 9.7%선에 머물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수익률도 8.6%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다. 미래의 물가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 긴축을 해서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물가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저금리를 유지, 자금시장을 안정시킬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올 3/4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12.3%를 기록했고 10월중 산업생산도 전년동기 대비 30.6%의 고율 성장을 지속했다. 아직은 경제의 공급능력에 여유가 있어 당장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그러나 경기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확장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내년 하반기에 이르러 총수요가 경제의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가운데 상당한 물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 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통 통화 정책의 변화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긴축을 단행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까스로 안정시켜놓은 금융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금리가 상승할 경우 투신사 공사채형 펀드의 가치가 하락해 동 펀드로부터 자금유출이 가속될 수 있다. 11월4일 금융안정대책이 발표된 후 공사채형 수익증권 환매가 많이 진정되고 있지만 채권수익률이 올라갈 경우 대우 채권의 95%까지 환매가 가능한 내년 2월8일 이전이라도 일반투자자들이 환매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둘째, 채권안정기금과 채권안정기금으로부터 채권을 재매입한 은행들이 채권 보유로 인해 자본손실을 입게 된다. 지금까지 채권안정기금은 약 25조원이 조성돼 대략 20조원의 채권을 매입했다. 국고채수익률과 회사채수익률이 각각 8%대, 9%대일 때 채권안정기금이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했으므로 채권수익률이 그 이상 올라가면 자본손실을 보게 돼 있다. 특히 연말이 은행들의 BIS비율 결산시점임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은 은행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셋째, 정치적 위험도 수반하고 있다. 내년 3월말 총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내년 총선전까지는 정부가 자금시장 안정에 경제 정책의 중점을 두고 금리가 오르는 것을 강력하게 막을 가능성이 높다.이런 맥락에서 올 12월과 내년 1/4분기에는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금리만큼은 한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자금시장 안정에 주력한 결과 통화긴축의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내년에 이르러 물가 상승 압력이 많이 발생한다면 비교적 금리가 크게 오르는 것을 용인해야 하는 위험은 남아 있다.